▲ 성경은 공정한 판결을 하라고 말하지만, 일부 목사는 거꾸로 가고 있다. 청탁을 받고 재판에 관여한 목사들 모습을 보면, 부패한 사회나 교회나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정의? 대한민국에 그런 달달한 것이 남아 있긴 한가?"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영화 '내부자들'에서 정치 깡패 출신 연예 기획사 사장(이병헌)이 부패한 한국 사회를 비웃으며 한 말이다. 영화에서 그려지는 정의는 권력과 이익, 사적 이해관계 앞에서 맥을 쓰지 못했다.

스크린 밖 현실은 어떤가. 재벌 회장의 섹스 파티, 언론과 재계 유착 등 굵직한 사건이 시간 간격을 두고 터진다. 영화가 현실이고, 현실이 영화인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믿는 사람이라면, 눈을 돌려 기독교계는 어떤지 생각해 보자. '세상이 더럽고 치사해도, 그래도 교회는 다르다'고 믿거나, '세상이나 교회나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할 것이다. 기자 역시 교회가 세상과 다르기를 원하지만, 취재할 때마다 이런 바람은 산산조각 난다.

이번 사안은 특히 그러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총회 전 재판국장 오 아무개 목사는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재판을 잘 봐 달라"는 장로들 청탁을 받고 재판에 관여했다. 그는 세 차례에 걸쳐 300만 원을 받았고, 벌금도 300만 원 나왔다. 자업자득이다.

누구보다 공의로워야 할 목사가 청탁을 받고 재판에 관여했다. 청탁을 받은 이들은 오 목사 말고도 5명 더 있다. 이들은 예장통합 총회 재판국, 헌법위원회 소속이다. 보통 교인들은 교단에 재판 기구가 있는지조차 잘 모른다.

목사가 관여하니 정의로운 판결이 내려질 것 같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역시나 권력과 이익, 사적 이해관계에 따라 결과가 뒤바뀐다. 해마다 총회가 열리는 현장에서 "교회를 살려 달라"는 곡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교단 재판 기구의 신뢰도는 바닥을 친 지 오래다. 그럼에도 예장통합, 예장합동, 감리회 등 주요 교단은 교회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사회 법정에 가지 말고 먼저 교단에서 해결하라고 종용한다. 사회 법정 문을 먼저 두드리면 징계를 주는 교단도 있다.

이쯤에서 성경으로 돌아가 보자. 성경은 재판과 관련해 분명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공정히 판결하라'(신 1:16), '공의로 백성을 재판하라'(신 16:18 / 레 19:15), '재판에서 외모를 보지 말고 귀천에 차별 없이 들으라'(신 1:17). 하나님이 인간에게 내리는 단호한 명령이다.

하나님 명령인데 정작 목사들이 딴청이다. 앞장서서 재판을 더럽힌다. 권력과 이익, 사적 이해관계는 성경을 넘어섰다. 결과는 빤하다. 분열이다. 총회 재판국에 공정한 판결을 요청했던 교인들은 당초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재판에서 진 사람들은 교회를 떠나야 했다. 재판 과정에서 돈이 오갔다는 사실을 한참 뒤 알게 된 한 교인은 허탈하다는 듯 토로했다. "이것도 하나님의 방법이지 않았을까."

하나님의 방법이었는지는 하나님 말고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사실은 달달한 정의가 흐르는 세상은 아직 멀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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