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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다와 마리아, 둘 다 필요해
대한성공회 여성선교센터 개원…다양성 존중이 몸에 밴 신자들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6.09.0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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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서울시 종로구 신영동 한적한 주택가. 9월 3일 주일 오후, 50~70대 여성들의 낭랑한 목소리가 골목을 채웠다. 깨끗하고 단아한 3층 단독주택. 문패에는 '대한성공회 여성선교센터'라고 적혀 있다. 잘 정돈돼 보이는 위층으로 올라가기 전, 참석자들은 방명록에 이름을 남겼다.

참석자는 대부분 여성이다. 이날은 대한성공회(김근상 주교)가 21년 동안 준비하고 계획했던 여성선교센터를 개원하는 날이다. 교단이 애정을 갖고 시작하는 '여성선교센터'. 규모로 봤을 때 대형 교회가 단독으로 운영하는 선교 센터에도 미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참석한 여성들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 대한성공회 여성선교센터는 서울 종로구 신영동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해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따로 또 같이, 연합 활동의 중심 '여성선교센터'

대한성공회 소속 여성 단체들은 다양한 선교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한성공회어머니연합회가 교회 내 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GFS(Girls' Friendly Society)는 대외 사업에 힘쓰고 있다. 지금은 새터민 돕기에 주력한다. 서울주교좌대성당 마당에 있는 카페그레이스에서 새터민을 교육하고 수익금으로 새터민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준다.

지금까지는 두 단체가 마음껏 역량을 펼칠 마땅한 장소가 없었다. 이제 9월 4일 개원한 여성선교센터에서 대한성공회 소속 여성 선교 단체들은 따로 또 같이 일할 수 있게 됐다. 2층은 사무실, 배움터 등으로 사용하고 3층은 원하는 사람 누구나 와서 기도할 수 있는 기도처로 사용하기로 했다.

   
▲ 축복식은 김근상 주교가 집례를 맡았다. 김 주교는 "이 시대는 마르다와 마리아 둘 다 필요로 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축복식에는 연로한 성공회 여성 신자가 많이 참석했다. 3층 기도처를 가득 메운 신자들은 들뜬 얼굴이었다. 김근상 주교는 이날 축복식에서 말씀을 전했다. 누가복음에 나온 마르다와 마리아 이야기를 본문으로 선정했다. 흔히들 마르다는 예수께 꾸지람을 듣고 마리아를 칭찬하는 것처럼 설명하지만, 김 주교 시각은 조금 달랐다.

"지금 우리 시대는 마르다와 마리아 둘 다 필요로 하는 시대다. 이 센터를 통해 우리는 셀 수 없이 많은 마르다와 마리아를 키워 낼 것이다. 꼭 여자일 것도 없다. 손을 쓰든, 발을 쓰든, 머리를 쓰든, 하나님 선교에 동참하는 모든 사람을 위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실행하고, 평가할 것이다."

여성선교센터는 9월 21일부터 공식적으로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제일 먼저 자녀와 사별한 아픔을 지닌 부모들 모임인 '품 모임'이 준비돼 있다. 그뿐 아니라 생활 일본어, 생활 영어를 비롯해 교회 안 여성 리더십을 육성하고 양성평등 인식을 높이는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

나와 다른 당신, 지금 판단할 수 없다

대한성공회가 한국 교계에서 차지하는 교세는 크지 않다. 기성 교회에 익숙한 이들은 성공회가 개신교였냐고 반문하는 경우도 있다. 성공회는 다양성을 존중한다. 때로는 '좌파'라 낙인찍히기도 한다. 하지만 이날 만난 성공회 여성들은 그런 시비를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 즐겁게 담소를 나누는 성공회 신자들. 여성선교센터는 대한성공회 21년 숙원 사업이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본격적인 축복식이 시작되기 전, 몇몇 신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성공회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낸 여성들이었다. 영국에서 시작된 성공회. 전 세계 성공회 중에서도 대한성공회는 보수적인 편에 속한다. 하지만 성공회 신자들은 자신을 '비아 메디아(Via Media)' 즉 극단을 배제한 중용의 길을 가는 사람들로 소개한다.

성공회 강남교회에 다니고 있는 한 신자는 "한국교회에서는 조금만 다름을 이야기하면 금세 내쫓긴다. 성공회는 그렇지 않다. 시간이 흐른 뒤, 그 사람이 맞을 수도 있지 않는가. 물론 그렇게 다 포용하다가 길을 잃을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역사적으로 성공회 중심에는 성서와 전례가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양함을 포용하는 성공회. 사회가 변화를 적극 수용하면서 엄숙한 분위기의 근엄한 교회당 모습을 하지 않은 곳도 늘어나는 추세다. 교단에서 앞장서서 '선교적 교회'를 지원하기 떄문이다. 새로운 교회의 등장에 신자들은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던 백발의 할머니가 넌지시 말을 건넸다.

"사회는 변화하는데 교회라고 매번 똑같은 규격의 사람을 요구하는 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은가. 젊은이들이 이전과 다르다. 다양한 사람들이 우리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 지금 내 맘에 들지 않고 나와 조금 다르다고 해서 배제하고 쫓아내면 교회가 같이 갈 수 있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 여성선교센터는 앞으로 성공회 신자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규모는 작지만 꾸준히 제 목소리를 내 온 성공회처럼 여성선교센터는 앞으로 연합 활동의 구심점, 기도처, 리더십 양육장, 돌봄과 교육의 장소로 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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