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불교 학교에서 불자는 '갑'이고 기독교인은 '을'일까. 대표적 불교 학교인 동국대학교에서 종교의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8월 25일 종교자유정책연구원(종자연·박광서 이사장)은 논평을 내고 동국대학교가 타 종교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종자연이 비판하는 종교의자유 침해 사례는 동국대 안에서 타 종교 동아리가 인정되지 않는 점이다. 종자연은 동국대가 "불교 정신을 바탕으로 학술과 인격을 연마한다"는 건학 이념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국대학교 교법사가 기독교인 총학생회장을 폄훼하고, 종교의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기독교 총학생회장이 불교 학교를 망치고 있습니다!"라는 외침은 동국대 교직원 입에서 나왔다. 동국대는 총장 선출 문제로 장기간 학내 분쟁을 겪고 있는데, 이 사태 주범이 '기독교인'이라는 것이다. 일반화할 수 없겠지만, 동국대 내에서 기독교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단편적으로 보여 준다.

동국대 안드레 총학생회장도 기독교식 이름과 아버지가 목사라는 집안 배경 때문에 '이교도'라는 소리를 숱하게 듣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6월 말 한 불교 언론과 인터뷰에서 "학교 일부 세력이 나를 이교도라고 욕한다. 개신교인 총학생회장이 동국대와 불교를 망치려 한다"는 비판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타 종교 동아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종자연 주장대로, 동국대 내 기독교 동아리들은 정상적 활동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동국대에는 CCC와 IVF 등이 있지만 정식 동아리로 등록된 곳은 없다.

IVF 현림 회장은 8월 31일 <뉴스앤조이>와 통화에서 "IVF 활동이 사실상 금지당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 회장에 따르면 다른 동아리의 경우 홍보물을 오랜 기간 부착할 수 있도록 놔두지만, IVF 홍보물은 길게 가야 하루고 붙이자마자 떼 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학교 축제 때도 부스를 설치하지 못할 정도다.

현 회장은 "기독교 동아리 활동하면 '불이익 받는다'는 소리를 선배에게 많이 들어 왔다"고 말했다. 정식 동아리로 승인되지 않으니 동아리방이 없어 모임도 어렵다. 궁여지책으로 IVF 회원과 몇몇 선배 도움으로 인근에 방을 따로 얻은 상태다. 현 회장은 "어렵게 활동하다 보니 사람들이 IVF가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교내 기독교 활동 공식화 못 하는 것은 트라우마 때문"

동국대학교 교법사 진우 스님은 31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학교가 종교의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진우 스님은 타 종교를 배려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우 스님은 "우리 학교에 무슬림도 많다. 이들을 위해 기도 공간을 봐 주는 등 타 종교를 배려하려는 시도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화여자대학교나 다른 미션스쿨들이 채플을 운영하는 것처럼 동국대도 고유 불교 의식이 있지만, 그 정도는 불교 학교임을 감안하고 입학한 사람들이 감안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했다. 학교에서 수계식을 하긴 하지만, 이를 강요하지도 않고, 수계받은 사람에게 특혜가 있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다만 기독교 동아리에 대한 제지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 이유에 대해 진우 스님은 "교내 기독교 활동을 공식화하면 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솔직히 동국대학교 내에서는 불교가 우월적 지위에 있는 게 맞다. 그러나 지하철역에만 가도 스님들이 위축된다. 노방전도하는 사람들이 앉아 있는 스님을 공격한 사례도 있지 않는가. 심지어 학교 드나들다 보면 기독교인들이 스님들에게 선교 전단지를 뿌리기도 한다. 그런 일은 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자신이 총학생회장에게 종교를 강요했다는 종자연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진우 스님은 "그렇지도 않고 그럴 수도 없다"고 했다. 목사 아들을 상대로 종교를 강요하는 것이 말이 안 되고, 그런 말을 총학생회장이 들었다면 당연히 반발했어야 하는데 그런 적이 없다는 것이다. 진우 스님은 "총학생회장이 불교 가르침이나 수계를 폄하하지 않기 바란다고 말한 적밖에 없다"고 했다.

▲ 동국대 내에 있는 정각원. 그동안 이곳에서 수차례 훼불 사건이 있었다. 동국대는 상당수를 개신교인 소행으로 추정한다. 교법사 진우 스님은 "동국대 안에는 개신교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실제 동국대는 개교 이래 숱하게 벌어진 훼불 사건 중 상당수를 개신교인 소행으로 보고 있다. 2000년 팔정도 광장 내 불상에 페인트로 십자가를 그리고 바닥에 '오직 예수'라고 적은 사건이 있었다.

동국대는 2011년 공식 성명을 내고, 학교 안에 허락받지 않은 외부 선교사들이 들어와 학생들에게 전도한 적도 있고, 야간에 대형 버스를 타고 들어와 팔정도 광장에서 종교 집회를 하고 사라진 적도 있다고 밝혔다.

학교는 "무례하며, 타 종교에 배타적인 기독교의 작태에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동국대학교는 독선적이고 불법적인 선교 행위를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진우 스님 말은 동국대가 개신교에 대한 트라우마를 아직 지니고 있다는 얘기다.

학교가 특정 종교를 강요할 수 없다는 목소리는 일견 당연하지만 최근에서야 힘을 얻고 있는 추세다. 기독교 학교 내에도 차별은 늘상 존재한다. 다만 조금씩이나마 변화 조짐이 보이는 건 긍정적이다.

고신대학교는 '교회 출석 확인서'를 낸 사람에게만 주던 장학금 혜택 규정을 폐지하기로 했고, 서울신학대학교도 '교회 생활 평가서'를 내지 않으면 채플 과목을 F 처리하던 제도를 없애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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