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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 목사직 박탈로 끝이 아니다
[기자수첩] '이제 그만하라'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6.09.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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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8월 29일, 경기도 안성시에 위치한 교회로 목사·장로 50여 명이 모였다. 2층 예배당에 들어서니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수도남노회(박진섭 노회장) 노회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하고 있었다. 평일 오후 갑작스럽게 열린 임시노회임에도 꽤 높은 참석률이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단 하나. 라이즈업 전 대표 이동현 씨 앞날을 결정하기 위해서다. 앞날을 결정한다고 하니 뭔가 거창해 보이지만 그가 목사직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결정하는 자리였다. 목사 면직, 단 하나의 안건으로 모이는 노회가 또 있었나 싶다.

<뉴스앤조이>가 이동현 사건을 보도하고 28일째 되는 날이었다. 지리한 재판 과정도 없이 일사처리로 면직 논의까지 갈 수 있었던 것은 이동현 씨가 보도 내용을 즉각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속한 노회 임원회에 노회의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는 자복서를 제출한 터였다.

임시노회는 시작됐지만 걱정이 앞섰다. 그동안 이동현 씨와 관계를 맺어 온 수많은 목사가 그러했듯, 수도남노회도 잘못을 저지른 노회원 하나를 끊어 내기 위해 재빠르게 움직인 것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혹시나 면직에 반대하는 발언이 나오면 어떻게 기사를 써야 할지 걱정이 앞섰다.

안건 설명 후 목사들 발언이 이어졌다. 기우는 기우에 그쳤다. 동료 목사들은 분노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자필로 쓴 자복서를 카카오톡으로 보낸 후 해외로 출국해 버린 이동현 씨를 다시 한국으로 불러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개탄하는 목사도 있었다.

임원회가 준비하고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던 대로 이동현 씨는 면직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기자의 관심을 끈 건 그 이후 논의된 내용이었다. 수도남노회는 노회원 관리가 부족해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한국교회를 향해 자복서(사과문)를 발표했다.

   
▲ 8월 29일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수도남노회(박진섭 노회장)는 임시노회를 열었다. 라이즈업무브먼트 전 대표 이동현 씨를 치리하기 위한 자리였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수도남노회 부서기가 미리 준비한 자복서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내용을 다 들은 한 노회원이 자리를 박차고 나와 발언대에 섰다. 가슴이 덜컹했다. '설마, 사과문에 반대하는 걸까' 걱정했다. 그는 마이크를 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이동현 씨에게 상처받은 A와 그 가족에게 사과한다는 내용이 없습니다. 더불어서 라이즈업무브먼트에 소속된 모든 청소년들이 받은 상처도 헤아려야 합니다. 사과문 내용이 우리 입장에만 치우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A가 겪은 아픔을 우리 수도남노회가 조금이라도 알아 줘야 하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여러분, 우리 자식이라고 생각해 봅시다. 그렇게 가슴 아픈 일이 어디 있습니까."

어찌 보면 충분히 상식적인 발언이겠지만, 나에게는 조금 충격으로 다가왔다. 2014년 12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 회관에서 마주한 전병욱 목사, 그를 보호하는 평양노회 목사들, 담임목사 보디가드를 자처해 기자들 촬영을 온몸으로 막아 내던 홍대새교회 교인들에게 받았던 충격이 여태껏 취재 현장에서 겪은 일 중 가장 컸기 때문이다.

또 다른 목사가 마이크를 잡았다. 이번에는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이 사건은 한국 사회에 큰 관심과 파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연이은 목회자 성 문제로 한국 사회에서 목사와 교회의 신뢰는 추락했습니다. 한국 사회가 우리 노회의 대응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노회가 치리 권한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것도 중요합니다만, 어떻게 책임지겠는가 하는 면을 밝히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재발 방지 차원에서 앞으로 목회자들이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지침에 따라 행동할지, 가이드라인을 담았으면 좋겠습니다. 논의가 좀 부족하겠지만, 이 사건을 우리가 계속 고민을 이어 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내용도 담으면 좋겠습니다."

목사 '면직'되면 끝나는 일인가

이동현 이야기는 더 이상 듣기 싫다고 말하는 이, 그만 우려먹으라고 말하는 이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었다. 이동현 목사 개인이 사과하고, 교단은 치리해 앞으로 '목사'라는 직함을 달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 여기서 끝내면 안 된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최근에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현직 노회장이 '딸 같아서 그랬다'며 여성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보도됐다. 종교적 권위를 이용해 여성을 성적으로 착취하고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목사. 그 목사를 눈감아 주는 교단 및 교인들. 신학교에 부재한 양성평등 교육. 모든 것이 더해져 진흙탕이 되어 가는 동안, 또 다른 A가 숨죽인 채 눈물 흘리고 있다.

가슴 아프지만 인정해야 할 사실이 있다. 사회는 더 이상 교회와 목사를 믿지 않는다. 목사 개인 일탈로 치부하고 넘길 수 없는 이유다. '가슴 아픈 일'이라고 말만 하고 끝낼 일이 아니다. 이제는 각자가 선 자리에서 뭔가 행동을 취할 때가 되었다. 어쩌면 너무 늦었는지도 모른다.

교회가 큰 빚을 졌다. 지옥 같은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와 빛나는 용기를 낸 A에게 빚을 졌다. '사탄'으로 몰리면서도 젊음을 바쳐 헌신했던 단체를 고발한 제보자들에게 빚을 졌다. 이제 한국교회 일원인 우리들이 응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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