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목마른 자 없소    

                                                        변경호  


누구 나에게 물좀 주시오
매마른 내 영혼의 깊은 바닥을 시원하게 적셔주고
타들어 가는 혀를 풀어줄 그런 생수 말이오

나는 목이 마른 여인이라오
우물가에 달려가서 시원한 물 한 바가지 마시고
이 슬픔, 설움, 영혼의 때
시원하게 쓸어 내리고 싶은데  
그 놈의 사람들 땜에
한낮의 땡뼡에 숨죽이고 뜨뜨무리한 물만 들이키며
아낙들의 수다에도 끼지 못하는
참 가련한 인생이라오


어제는 저 남자  
어제밤 역시 허탈과 곤고뿐이었소

오늘은 이 남자
혹시 이 남자가 나의 슬픔 씻어 줄까

내일은 또 누가 나의 영혼 달래어 주나
아이 그냥 콱 우물에 뛰어들어 버릴까
날 조롱하던 인간들이 다시는 거기서 못 마시도록....


여인이여 내게 물을 좀 주시오

꿈인가 생시인가 나에게 말을 거는 이 사람은?

네게 말하는 내가 바로 메시아라.

내 슬픔 곤고 말하지도 못아는 벙어리 같은 나에게 ,
저기 메시아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어도 보지 못하는 소경같은 나에게 ,
한걸음에 달려가 그의 바짓가랭이 늘어지고 싶어도
못가는 앉은뱅이 같은 내게도,

메시아가 오셨다.
메시아가 오셨다.
나에게
내게

그가 그가 나의 한을 풀어주셨소


동네 사람들
나의 행한 모든 일을 내게 말한 이 사람을 보시오
이는 그리스도가 아니오...

설움담긴 물은 이제 필요없소
내 영혼 깊은 곳에서 생수가 터지고 있다오


누구 목마른 자 없소
와서 값없이 돈없이 생수 생수를 사시오  

(곤고함 속에 빠져 있는 영혼들을 생각하며 요한복음 4장1절~42절 200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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