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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다닌 회사 대책 없이 관둔 이유
[인터뷰] 초보 목수 이예지 씨 "돈 대신 저를 선택했어요"
  • 박요셉 기자 (josef@newsnjoy.or.kr)
  • 승인 2016.08.3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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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예지 씨는 현재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오랫동안 다닌 회사를 관두고 목공을 배우기 시작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이예지 씨(32)는 재작년에 4년 동안 다닌 회사를 관뒀다. 그동안 다닌 게 아까웠지만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더 이상 계속할 수 없었다. 주변에 오라고 하는 회사가 있는 건 아니었다. 아무런 계획도 대책도 없었다.

"취업난 때문에 어렵다고들 하던데." 주변 사람들이 처음 보인 반응이다. 이예지 씨도 걱정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새로운 일을 찾는다 생각하니 설렘과 기대가 더 컸다.

이예지 씨는 대학교에서 섬유공예를 공부했다. 졸업하고는 디자인 회사에서 일했다. 인테리어 소품, 포스터를 만드는 일이었다. 의류·화장품 업체가 새로운 시즌 콘셉트에 맞는 디자인을 주문하면, 판매장을 꾸밀 소품과 포스터를 디자인했다.

입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처음 디자인한 제품이 만들어졌을 때 이 씨는 기뻤다. 자신이 기획한 소품, 포스터가 전국 백화점·가두 매장을 꾸민다는 사실이 이 씨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감흥은 잠시뿐. 제품이 나간 지 서너 달도 안 돼 고객사에서 새로운 주문이 들어왔다. 대다수 업체는 분기마다 매장 콘셉트을 바꿨다. 이에 따라 새로운 소품, 포스터를 제작했다. 전국 수백 개의 매장에 뿌려진 기존 소품들은 모두 폐기 처분했다.

"쓰레기를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국에 나가는 인테리어 소품, 포스터 물량이 상당해요. 며칠 내내 기계를 돌릴 정도예요. 그런데 불과 몇 개월만 사용하고 모두 버리는 거예요. 회사는 주문이 들어오니 좋아하죠. 수익이 생기니까요. 저는 불편했어요. 낭비가 심하다고 생각했거든요."

회사는 잘나갔다. 고객사가 많아지면서 이 씨의 일은 더욱 늘어났다. 늘 기한에 쫓겨 소품을 제작하고 물건을 발송했다. 소품이 나가면 기획대로 잘 꾸며졌는지 전국 매장을 돌며 확인했다. 출장은 주말을 가리지 않았다. 예배에 빠지고 약속을 미루는 일이 빈번했다.

"처음에는 야근, 출장에 쫓기는 제 자신을 보며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싶었어요. 내가 살고 싶은 방향은 이게 아닌데, 돈을 벌기 위해선 이렇게 살 수 밖에 없구나 하고 체념했어요."

체념했다고 해서 한번 든 생각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4년이 지나고 진급도 했지만 이예지 씨 고민은 계속됐다. 

"물건을 함부로 버리고 낭비하는 일에 의미를 찾기가 쉽지 않았어요. 개인 시간도 너무 없었고. 이런 일에 소모되는 제 인생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이 씨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 올해 열린 기능경기대회에 참가한 이예지 씨(왼쪽). 목공 견습생이던 이 씨는 이 대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한다. 오른쪽은 수상작 사진. (사진 제공 이예지)

망치 잡은 지 5개월 만에 금메달

회사를 관뒀을 때 미래가 걱정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 씨는 "아니요"라고 말한다. 언론에서는 몇 년째 취업난이 심하다고 떠들지만, 이 씨는 오히려 새 일을 찾을 생각에 흥분했다.

오랜 전부터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업사이클링(Upcycling)이다. 버려진 물건을 다시 쓸 수 있도록 재가공하는 일이다. 어느 날 본 잡지에서 외국 사람들은 자녀에게 가구를 물려준다는 글을 읽었다. 우리나라는 이사하거나 결혼할 때, 쓰던 가구를 버리고 새로 사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문화를 바꾸고 싶었다. 이 씨는 목공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집 근처 공방에서 목공을 배웠다. 그런데 수준 높은 기술을 알려주지 않아 아쉬웠다. 수업은 이미 다 잘린 목재를 조립하는 정도였다. 이 씨는 다른 곳을 알아봤다. 그러던 중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서울남부기술교육원을 알게 됐다. 올해 가구디자인반에 들어가 목공을 배우기 시작했다.

"직소기라는 도구가 있어요. 목재를 간단히 자를 때 쓰는 도구예요. 처음 직소기로 커다란 나무를 자를 때 온몸에 소름이 돋았어요. 그때 느낀 희열을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어요. 서울남부기술교육원에서 보내는 모든 시간이 너무 재밌어요. 날마다 새로운 지식을 얻고 있어요."

지난 7월, 이 씨는 국제기능올림픽대회선수협회가 주관한 기능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했다. 목공을 배우기 시작한 지 5개월만이다. 금메달 수상은 이 씨에게 큰 격려가 됐다.

"선생님이 연습 삼아 도전해 보라고 해서 같은 반 학생들과 함께 참가했어요.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부모님은 금메달도 땄으니 이걸로 다른 좋은 회사에 들어가래요. 그런데 저는 다르게 생각했어요. 이 일이 마치 하나님이 제게 말씀하시는 거 같았어요. 잘하고 있다고. 네가 선택한 삶을 응원하고 있다고."

   
▲ 이예지 씨가 서울남부기술교육원에서 대패로 나무를 깎고 있다. (사진 제공 이예지)

"돈 없으면 불편할 뿐이지 못 살 건 아니잖아요"

가구를 만들면서 삶에 대한 태도를 배우기도 한다. 손으로 가구를 만들면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소요된다. 사소한 작업은 정확히 계산하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꼭 불량이 생기는 것이다. 삶도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문제도 그냥 지나치면 나중에 문제가 생긴다. 이 씨는 어떤 일이든 성실하게 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서울남부기술교육원은 시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학비가 들지 않는다. 필요한 도구·재료를 모두 무상으로 지원한다. 스케치북부터 연필까지 제공한다. 하지만 식비나 교통비는 필요하다. 이 씨는 홍보물 제작 등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다.

예전 직장에서 받은 월급보다 턱없이 부족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배우는 과정이 즐겁기만 하다. 수업이 끝나면 공방에서 과제를 하거나 개인 작업을 한다. 하루빨리 판매 가능한 제품을 만들 수 있게 연습 중이다. 얼마 전에는 거리에 버려진 화장대를 공방에 갖다 놓았다. 어떻게 업사이클링할지 구상 중이다.

목공을 배운다고 다달이 돈이 생기는 건 아니다. 목공소를 차리면 발주하겠다고 약속한 고객도 없다. 수입이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 씨는 조금 망설이더니 "괜찮다"고 답한다.

"누구나 자기가 추구하는 삶이 있잖아요. 근데 한국 사회에서는 자기가 원하는 삶을 좇으면 대개 돈과 멀어지는 것 같아요. 많이 벌지 못해도 괜찮아요. 돈이 많지 않아도 살 수는 있어요. 불편할 뿐이지 못 살 건 아니잖아요."

불안한 마음이 정말 없을까. 업무량이 많고 개인 시간이 부족하지만 회사에서 매달 월급 받는 생활이 더 안정적이지 않을까. 지인들 중에는 대기업에 다니거나 전문직에 종사하는 이도 있다. 그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물었다.

"주변에 돈 많이 버는 친구들 보면 어떻냐고요? 비교하게 되죠. 삼성 다니는 친구가 있어요. 월급 얘기 듣고 깜짝 놀랐어요. 진짜 많이 받더라고요. 저 정도면 먹을 때 입을 때 돈 걱정하지 않아서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뭘 해도 돈 걱정인데. 근데 그뿐이에요. 저도 돈 대신 누리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매일매일이 즐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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