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려 준 주소로 찾아왔는데, 겉보기에 낡아 보이는 주택이다. 조금만 걸어 나가면 작은 해변이 있는 운치 있는 시골집을 보고, 이 집이 맞나 싶어 동네를 세 바퀴나 돌았다. ⓒ<미주뉴스앤조이> 경소영

작은 시골 마을에서 모인 이들을 찾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자동차로 옥수수밭 사이에 놓인 좁은 길을 30분을 달리다 보니, 이렇게 외딴곳에 있는 게 맞는지 의아했다. 수양관에서 모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렇지 않은가 보다.

알려 준 주소로 찾아왔는데, 겉보기에 낡아 보이는 작은 주택이다. 조금만 걸어 나가면 작은 해변이 있는 운치 있는 시골집을 보고, 이 집이 맞나 싶어 동네를 세 바퀴나 돌았다. 머리속에 박힌 '수양관'을 찾아 헤맸는데 찾지 못했다. 전화를 걸어 확인하니 처음 도착한 집이 맞다.

집에 들어가 인사를 나눴다. 편안한 차림으로 토스트한 빵과 계란 후라이, 주스와 커피로 간단한 아침을 먹으며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영락없이 어느 곳에서 만날 수 있는 교회 청년들 모임이다. 칫솔을 두고 와 아침에 오는 동료에게 여분을 부탁했다며 웃는 한 간사의 이야기에 청년 시절 다녔던 수련회에 온 기분도 든다.

▲ 킹덤 이사장인 김종필 박사는 간사들을 위한 수양회 준비에 많은 노력을 쏟는다. 그가 간사들을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그들을 사랑하고 배려하기 위해서다. ⓒ<미주뉴스앤조이> 경소영

연말이면 동부 지역 청년들이 찾는 '킹덤' 컨퍼런스를 준비하는 간사들과 이사들 모임이라고 들어 너무 딱딱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전날 저녁부터 간사들과 함께한 김종필 박사(킹덤 이사장)는 간사들이 즐겁게 보내는 모습을 보면 행복하다고 말한다.

"간사들은 겨울 수련회 기간이 되면 실무를 보느라 강의를 제대로 듣지 못하고, 다른 참가자들과도 교제하지 못합니다. 미주 한인 청년들의 삶 속에 하나님나라를 심고, 세워가기 위해 노력하려고 헌신한 이들이 소외되는 마음에 안타까웠지요. 그래서 간사들을 위해 이사들과 강사들이 먼저 시간을 내어 은혜와 마음을 나누면 어떨까 생각이 들어서 작년부터 수양회를 진행했지요."

▲ 킹덤 강사로 참여하는 박성일 목사가 간사 수양회를 찾아 에베소서를 주제로 하나님나라와 일상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미주뉴스앤조이> 경소영

간사 수양회를 위해 킹덤의 이사와 강사들도 가능한 시간을 꼭 낸다. 지난 8월 19일(금)부터 21일(일)까지 진행하는 수련회 일정에 전일 참여하지 못하지만, 몇 시간이라도 간사들과 함께하려고 수양회를 찾는다. 두세 시간 이상 자동차로 달려와 한 시간만 함께할 수 있더라도 말이다. 찾아오는 시간이 모두 다르다 보니 각자의 일정에 맞춰 강의한다. 이번 겨울(12월 26~30일)에 열리는 킹덤에서 강의할 주제로 생각을 나눈다.

오전 10시에 찾아와 오후까지 간사들과 함께한 박성일 목사(기쁨의교회, 웨스트민스터신학교 겸임교수)는 간사 수련회에 처음 방문했다. 박 목사는 간사들이 이렇게 밝게 웃으며, 편안하게 지내는 걸 처음 본다고 놀란다.

"빡빡한 수련회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간사들이 긴장하면서 행사를 치르다 보니 바쁘게 지내는 모습만 주로 보았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편안하게 지내는 모습이 보기 좋네요."

박성일 목사는 이날 1시간 30분 정도 에베소서를 중심으로 '하나님나라와 일상'을 주제로 강의했다. 일상 속 믿음으로 살아 내는 하나님나라는 성경 전체에 흐르는 이야기지만, 에베소서에 나타난 특징이 무엇인지 아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고 성령 속에 살아가라는 말씀이 가족과 일상에서 사람들과 지내는 모습으로 어떻게 이어졌는지 설명했다.

▲ 김종필 박사는 간사들이 수양회에서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도맡아 한다. 실제로 간사들이 주방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한다. 물론 간사들은 미안한 마음에 설거지는 함께하지만 말이다. ⓒ<미주뉴스앤조이> 경소영
▲ 점심은 삼겹살 파티였다. ⓒ<미주뉴스앤조이> 경소영

강의 말미, 김종필 박사가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나 나간다. 자세히 보니 주방에 가서 쌀을 씻는다. 간사들의 점심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상추, 깻잎 등도 씻고, 불판과 휴대용 버너를 가져온다. 간사들과 박 목사가 기도를 마치자 김 박사가 준비한 것들을 나르며 식사 준비를 한다. 점심은 간사들이 좋아하는 삼겹살 파티다.

집을 찾는 것도 김종필 박사의 몫이다. 외딴곳에 있는 집을 구한 것도 간사들의 바람을 이뤄 주려는 의도다. 방이 많고, 누구나 오는 시간이 비슷한 중간 지점에 바닷가가 있는 휴식처를 간사들이 원했다. 이렇게 간사들과 함께 지낼 곳을 찾고, 준비하는 것이 김 박사는 참으로 즐겁다. 최근 여러 단체에서 들려오는 젊은 간사들을 이용만 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 이곳에서는 무색한 것 같다.

▲ 간사들은 다른 지체들과 교제하지 못하는 대신 깊이 교제하고 서로 보듬으며 사랑하는 간사 공동체가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날 참석한 간사는 7명, 이들은 모두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일상을 살아가는 평신도 사역자들이다. 킹덤을 위해 휴가를 쓰고, 수련회 준비를 위해 없는 시간을 쪼갠다. 이날 수련회를 위해서도 시간과 재정을 할애한다. 많은 청년이 찾을 수련회를 위한 시간이기도 하지만, 자신들을 위함이기도 하다. 

한 간사는 이렇게 말한다. 

"김종필 박사님이 이렇게 말씀하면서 격려해 주세요. 우리 간사들이 참석자들보다 반걸음 정도만 앞서가자고 말이지요. 여기서 함께 강의 듣고,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위로받고 격려받을 수 있어서 좋아요. 이러한 시간을 통해 고민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요. 짧은 시간이지만 큰 힘이 되는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 웃고 즐기며, 함께하는 행복이 간사 공동체의 가장 큰 유익이다. ⓒ<미주뉴스앤조이> 경소영

하나님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조직이 되고, 다른 이들을 섬기는 사람들로 정체성을 부여한다. 그런데 정작 이들은 흔히 '은혜의 자리'라고 부르는 강의와 집회에는 참석하지 못할 때가 잦다. 일상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수련회를 준비하는 과정과 살아가는 시간이 고단해, 함께하는 관계에서 하나님나라를 이루고 누리지 못하곤 한다. 조직은 신앙고백과 삶이 괴리된 상태가 되기 일쑤다.

작은 시간, 배려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다. 사람들이 바라는 건 어쩌면 큰 보상이 아닌 작은 배려인지도 모른다. 이번 겨울에 열리는 킹덤 주제는 '하나님나라와 일상, 킹덤 365'로 정했다. '365일 하나님나라를 살아가자'는 의미를 담았다. 그리고 이에 앞서 행사를 준비하고 실무를 담당할 간사들을 위해 단체는 섬김을 방법을 고심했다. 강의를 제대로 듣지 못하고, 참가자들과 제대로 교제할 수 없는 자원봉사자를 위한 시간을 말이다. 간사들은 이 시간을 어떻게 느꼈을까. 이들은 웃으며 이렇게 말한다.

"수련회를 통해 단체가 우리를 사랑하는구나, 우리가 사랑받는다고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 수양회에서는 간사들을 위해 그해 수련회 주제에 맞는 강의와 토론을 진행한다. 간사들이 컨퍼런스 기간 실무에 힘쓰느라 정작 강의를 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주뉴스앤조이> 경소영

다음은 수양회에 참여한 간사 중 세 명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Q. 킹덤 간사가 된 계기가 궁금해요.

변하나(이하 변) : 저는 친한 오빠의 권유로 킹덤에 오게 됐어요. 2013년에 조장으로 킹덤에 처음 참여했다가 그 다음 해부터 간사로 섬기고 있어요. 간사가 되기로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는 제가 조장이었을 때의 조원들 때문이었어요. 저는 그저 친한 오빠가 가자고 해서 킹덤에 왔던 것인데, 조원들이 저를 섬겨 주시더라고요.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분들을 만나고 있어요. 제가 섬김받았던 것처럼 저도 섬기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간사가 되었죠.

▲ 변하나 간사. ⓒ<미주뉴스앤조이> 경소영

최은지(이하 최) : 저는 킹덤에 참여한 지 10년이 됐어요. 조장으로는 매년 참여했고, 간사 제의는 계속 받고 있었지만 쉽게 결정하지 못했어요. 고민을 하다가 올해부터 간사로 섬기기로 한 건 10년 동안 쌓인 사명감 때문이에요. 사실 간사가 되면 조원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 좀 어려워요. 저에게는 관계를 맺는 것이 매우 중요해서 그걸 포기하지 못하고 있었죠. 그런데 제 자신도 킹덤에서 많이 성장했고, 이제 사람들을 잘 이끌어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작년부터 조금씩 들더라고요.

이슬(이하 이) : 저는 8년째 킹덤에 참여하고 있어요. 간사는 자연스럽게 되었어요. 전 킹덤을 통해 일상의 중요성을 배웠고, 제 삶 속에서의 예배가 가능해졌어요. 그리고 공동체의 기쁨을 알게 됐죠. 그 감사함이 자연스럽게 간사로서의 섬김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Q. 킹덤 컨퍼런스에서 간사로 참여하면서 어떤 생각들이 들었는지 나눠주세요.

변 : 저는 킹덤에 봉사하러 가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제가 섬김을 받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죠. 저도 교회에서 청년으로서 정말 많은 봉사를 했었지만 때때로 소모품으로 느껴질 때가 있었어요. 그런데 킹덤에서는 저희 간사들을 '미래의 리더'로서 보아 주시니까 존중받는 것 같아서 감사해요.

저는 특별히 킹덤에 오기 전후가 매우 달라요. 신앙에 관련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킹덤에 참여하기 전에는 신앙이 1차원적이었지만, 지금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좀 더 정치, 사회,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 최은지 간사. ⓒ<미주뉴스앤조이> 경소영

최 : 올겨울에 열릴 킹덤 컨퍼런스가 저에겐 간사로서 첫 참여가 되네요. 킹덤은 늘 기대가 되지만 올해는 더 그렇죠. 여름, 가을이 지나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킹덤의 계절이 오는구나' 하는 생각에 설레요. 저에게 킹덤은 명절에 보고 싶은 친척을 만나러 가는 느낌이에요. 킹덤에는 매년 반복해서 참여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이에요. 연속성이 킹덤의 특징이기도 해요.

이 : 간사로 킹덤에 참여하다 보면 회중들이 하나님 만나는 것을 목격하게 돼요. 간사들의 특권이기도 하죠. 킹덤을 실질적으로 준비하는 간사 입장에서 부족한 것이 많을 때도 하나님께서 채워 주시는 것을 체험해요.

Q. 간사 수련회가 있어서 무엇이 좋은가요.

최 : 간사 수련회에서는 올해 킹덤의 주제를 놓고 미리 기도하고 고민해요. 이번에는 '일상 속에서 어떻게 하나님나라를 이루고 믿음으로 살아 낼까'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저는 특히 병원에서 국제 환자들의 코디네이션을 하고 있는데, 60% 이상이 아랍권 사람들이어서 무슬림 기도실이 있을 정도예요. '하나님이 날 왜 이곳으로 보내셨을까' 하는 의문이 늘 있었는데 이번 수련회에서 강사 목사님들과의 대화를 통해 당장의 어떤 결과보다 과정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어요. 올해의 킹덤 주제가 구체적으로 제게 다가오니까 기도로 준비하는 것도 좀 더 구체적이게 되는 거죠.

▲ 이슬 간사. ⓒ<미주뉴스앤조이> 경소영

이 : 간사들은 킹덤에 참여하는 사람보다 반 발짝만 앞서갔으면 하는 거예요. 그것이 간사 수련회의 이유에요. 킹덤이 시작되면 일단 정신없고 바쁘니까, 그땐 주제를 고민하기 이미 늦은 거죠. 저희 간사들은 비록 직접 킹덤에 참여하는 분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지는 못하지만, 이렇게 간사들의 공동체가 있으니 이 안에서 서로 이끌어주고 위로함을 받죠. 세월이 흐르면서 간사들과의 관계가 깊어지고 있어서 감사해요. 

변 : 저는 교회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청년의 표본이었어요. 교회 일을 열정적으로 하긴 했지만 제 신앙은 늘 좁쌀만 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하는 칭찬마저도 압박으로 느껴졌어요. 그러나 킹덤에서는 제가 섬기지만 섬김을 받기 때문에 평안해요. 특히 간사 수련회를 오면 함께하는 간사들을 통해 위로를 받고 진심을 나눌 수 있으니 항상 채워짐을 느껴요. 성경 공부도 깊이 할 수 있고 창피함 없이 질문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유영·경소영 / <미주뉴스앤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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