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8월 26일, 가랑비가 경북 성주군을 적셨다. 기상청은 비가 11mm 내렸다고 관측했다. 그동안 성주군에는 1달 가까이 비 소식이 없었다. 농사꾼들에게는 반가웠을 비다. 그런데 주민들 표정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때문이다. 성주 군민들은 수십 년 동안 해 오던 참외 농사도 내팽개치고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 발표 이후, 성주 군민들은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원회(공동위원장 백철현·정영길·김안수·이재복)를 결성했다. 이들은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군민의 뜻을 대변해 활동하고 있다. 8월 15일에는 사드 배치 철회를 위해 단체 삭발식을 열었다. 군민 908명이 성밖숲에서 머리를 밀었다. 군민 수백 명이 매일 저녁 성주군청 앞에서 열리는 사드 배치 철회를 위한 촛불 문화제에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성주 지역 교회들도 동참하고 있다. 50여 개 교회가 소속한 성주기독교연합회(회장 임남식 목사)는 교인을 대상으로 사드 반대 서명 운동을 벌였다. 홈페이지에 사드 반대 게시판을 만들어 교인들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일부 교회는 사드 배치 반대를 위한 평화 기도회를 진행한다.

이날 성주제일교회에서 열린 평화 기도회에는 성주읍 인근에 거주하는 교인 150여 명이 참여했다. 성경환 목사(도남교회)가 이사야서 3장를 본문으로 설교했다. 하나님이 백성들 포도원을 삼킨 장로와 고관을 심문한다는 내용이다. 장로와 고관은 대한민국 정부를, 포도원은 성주군를 의미했다.

기도회가 끝나고 성경환 목사를 만났다. 다음은 성 목사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 성경환 목사(도남교회)는 교회가 지역 주민의 아픔을 보고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사드 배치 발표 때문에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 동네 분위기가 삭막하다. 거리에는 온통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현수막이다.

성주 군민 일상이 무너졌다. 4만 8,000여 명 군민 중 60%가 참외 농사를 짓는다. 지금 한창 땅 갈고 씨 뿌리며 내년 농사를 준비할 때다. 그런데 다들 농사일은 내팽개치고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그만큼 이 문제는 우리에게 심각하기 때문이다. 몇몇 언론에 보도됐지만, 한 농가는 비닐하우스 한 동을 트랙터로 밀었다. 그거 다시 설치하는 데 1,000만 원이 드는데, 한순간에 날린 거다. 그만큼 군민들은 절실하다.

사드 레이더가 방출하는 전자파가 인체에 해롭다는 주장이 있다. 성주는 참외가 지역 경제 기반이다. 해마다 참외로 4,000억 원 이상을 번다. 앞으로 사드가 들어오면 해로운 전자파에 노출된 참외를 어느 국민이 먹으려 하겠는가. 채소, 과일은 이미지가 중요하다. 여론에 조금만 안 좋게 비춰지면 사람들이 안 찾는다. 지금도 타격이 크다. 옛날에는 사람들이 성주 하면 참외를 떠올렸는데, 지금은 사드를 먼저 떠올린다.

- 갑작스러운 정부 발표에 주민들이 느끼는 당혹감이 더 클 것 같다.

7월 13일 국방부가 발표하기 전까지 주민들은 사드가 뭔지 전혀 몰랐다. 원래 사드 부지 후보로 평택, 원산, 음성, 칠곡 등이 거론됐다. 그런데 갑자기 성주군이 사드 부지로 선정됐다. 군민과 아무런 협의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다.

성주 지역은 경상도에서 박근혜 대통령 지지도가 평균보다 높은 곳이다. 지난 2012년 대선 때 지지율이 85%였다. 경상도 평균 지지율 82%에 비해 3%P 높다. 그러니 갑작스런 사드 배치 결정이 실망스러운 거다. 군민들이 배신감을 느낀다. 오늘(26일) 성주 지역 새누리당원 1,151명이 집단 탈당했다.

▲ 거리에는 온통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가득하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 최근 성주군 초전면에 있는 롯데스카이힐컨트리클럽 골프장이 제3부지로 거론되고 있다. 성주 주민 여론은 어떤가.

성주군수를 비롯해 몇몇 사람들은 제3부지 선정에 긍정적이지만 대다수 군민은 부정적이다. 주민들은 한국 내 사드 배치 자체를 반대한다.

사드 문제가 불거지면서 주민들이 공부하기 시작했다. 촛불 문화제, 평화 기도회 때 전문가를 초청해 강의도 들었다. 양쪽 의견을 듣기 위해 한국국방연구원 강사도 불렀다. 사드 관련 기사가 있으면 SNS에서 서로 공유한다. 참외밖에 모르던 농사꾼들이 사드 전문가가 됐다.

사드는 아직 실전에서 검증되지 않은 무기 체계다. 그런데 중국, 러시아 같은 주변 국가는 이를 단순히 무기로 보지 않는다. 미국이 자신들을 견제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많은 전문가가 주변 국가와의 관계가 악화될 것을 우려한다. 사드로 얻는 이익은 불확실한데 불익은 분명하다. 복잡한 문제는 여러 과정을 거쳐 하나씩 풀어 가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일방적으로 사드를 도입하려 한다. 주민들이 사드 배치 자체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 성주 지역 교회는 어떤 식으로 참여하고 있나.

성주 지역 일부 목회자가 주민들과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교인들과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촛불 문화제에서 물이나 부채를 나누어 준다. 우리 교회 교인들도 매일 촛불 문화제에 참여한다. 대구 등 인근 도시에서 성주 군민을 응원하기 위해 찾아오는 교회도 있다.

사드 배치로 주민들이 힘들어한다. 나중에 이들에게 이런 말을 들을까 무섭다. "우리들이 아프고 힘들 때, 교회는 무엇을 했습니까. 목사님들은 어디에 있었습니까." 지역에 어려운 일이 생길 때 이에 동참하고 짐을 나누는 것이 교회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교단에 요구하고 있다. 지난주,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채영남 총회장) 사회봉사부가 다녀갔다. 이번 가을 총회에 대책위원회 구성을 건의할 계획이다. 교계도 성주 주민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교회협은 7월에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에 있는 교회들이 성주 주민의 반대를 단순히 지역이기주의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주민들이 겪는 아픔과 사드 때문에 흔들리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해 줄 것을 부탁하고 싶다.

▲ 매일 밤, 성주군청 앞에서 촛불 문화제가 열린다. 개신교를 포함한 종교계에서는 천막을 설치해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물품을 나눠 준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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