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1회 총회를 앞둔 기장 총회가 시끄럽다. 일부 목사들이 총회장과 총무 등 4명을 공금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총회장이 서신을 통해 해명했지만, 의혹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민주화와 진보로 상징되는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가 내부 문제로 시끄럽다. 총회 총무 배태진 목사가 공금을 횡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고발로 이어졌다.

교단 일부 목사들은 배 총무와 최부옥 총회장 등 4명을 횡령 혐의로 8월 19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고발인들 주장에 따르면, 배 총무는 올해 1월 말부터 3월 초까지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문제는 총회·연금재단·유지재단 재정 등에서 1,200만 원을 빼내 해외여행 경비로 사용한 것.

공금 사용 문제뿐만 아니라 규정에 없는 '안식월' 제도를 만들고, 한 달 넘게 휴가를 다녀온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총회 홈페이지에는 이에 대한 해명과 총무 해직을 요구하는 글들이 올랐다.

사태가 불거지자 총회장이 직접 해명에 나섰다. 최부옥 총회장은 8월 15일 전국 목회자와 교인들에게 서신을 보내 "배 총무에게 지급된 비용과 휴가 건은 작년 11월 총회 정기 실행위원회에서 결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 총무의 중임에 따른 8년 임기를 마감하는 과정에서 그의 몸과 마음이 너무 많이 힘들어하고 지쳐 있었기에, 그에게 특별 휴가(안식년제가 없는 연고로)를 주는 것에 대한 총회장 제의에 실행위원들은 만장일치로 허락해 주셨고 (중략) 총회 임원은 몇 차례 논의와 중의를 모아, 지난 2월부터 약 1개월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나게 될 총무 부부의 특별 휴가를 위한 필요 경비 중 1,200만 원을 총회에서 마련해 지급하기로 하고, 그 모든 것을 재정을 담당하는 분들에게 위임했습니다."

총회장 해명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8월 24일 기자를 만난 고발인들은 법적·윤리적으로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총회장이나 임원들이 개인적으로 경비를 줬으면 아무 문제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공금에 손을 댔다는 것이다. 임원회와 실행위에서 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이해하기 어렵다. 총회가 이런 식으로 돈을 쓰면 어느 누가 상회비를 내고 싶겠는가.

이번 문제는 정치적으로 이해가 맞는 사람들끼리 총회를 이끌면서 빚어졌다. 드러나지 않은 문제가 더 많다. (기장은) 대정부와 사회를 향해 '칼날'을 빼 들지만, 정작 내부 문제에는 '칼날'을 들이대지 못하고 있다. 이번 고발은 기장을 갱신하기 위한 과정, 몸부림으로 이해해 달라."

고발인들은 교단 본부 안에 공금을 임의로 사용하는 문화가 팽배해 있다고 주장했다. 총무가 모든 지출·수입을 관리하는 제도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긴다며, 시급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장 연금재단 이사장 박승태 목사는 고발인들의 '횡령'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총무에게 많은 권한이 몰린 게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박 목사는 "연금재단 재정도 상임이사인 총무가 관리했다. 그러나 감사 결과 문제 있다는 지적이 나왔고, 앞으로 (연금재단) 지출과 수입에 관한 최종 결재는 이사장이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 배태진 총무는 논란이 일자 총회에서 받은 돈을 전액 반환했다. 배 총무는 고발 건에 대해 내부를 향한 비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횡령 논란이 일자 배태진 총무는 총회에서 받은 돈 전액을 반환했다. 배 총무는 25일 기자와의 만남에서 억울한 점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8년 총무로 지내며 송사에 시달렸다. 총회 임원회가 그동안 고생했다며 격려하는 차원에서 안식월과 휴가비를 제공했다. 사전에 요청한 적도 없다. 안타깝고 억울한 점은 일부 목사님들이 총무나 임원이 교단 재정을 막 사용하는 줄 안다는 것이다. 나도 총무를 하기 전에는 그런 오해를 한 적 있다. 막상 와서 보니 재정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고, 그렇게 할 생각도 해 본 적 없다. 우리 기장은 외부를 향해 날선 비판을 한다. 이번 고발 건은 내부를 향한 비판으로 생각한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