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소야대 국회가 시작된 지 3개월이 됐지만, 세월호와 백남기 사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진척된 게 없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세월호특별법 개정에 별반 힘쓰지 못하는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다시 단식을 시작한 것도 여당보다 야당에 호소하기 위해서다. 여소야대를 만든 국민 뜻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8월 25일 오전 9시, 광화문에서 단식하던 세월호 유가족·생존자 및 생존자 가족과 백남기대책위원회가 여의도 더민주 당사를 점거했다. 이들은 세월호특별법 개정과 백남기 농민 사건에 대한 청문회 개최를 요구했다. 더민주 의원들에게 분명한 답을 들을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겠다고 했다.

▲ 세월호 피해자들과 백남기대책위가 더민주 당사를 점거했다. (사진 제공 4.16연대)

같은 시각 청와대 분수 앞에서 더민주 초선 의원 20여 명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이석태 위원장) 조사 활동 기간 보장과 특별법 개정, 특검 시행 등에 대해 정부와 새누리당의 전향적 자세를 촉구했다.

기동민 의원은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김도읍 수석부대표, 이정현 당대표에게 간청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안 된다'는 것이었다. 대통령 뜻이 완강하다는 것이다. 국민이, 유가족들이 대단한 거 바라나. 대통령이 했던 약속을 지키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 더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기자회견에서 정부와 새누리당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야당은 171석을 차지하고 있지만 특별법 개정을 밀어붙이지 못한다. 표면적 이유는 '국회선진화법'이다. 2012년 5월, 18대 국회 마지막에 통과된 이 법은 다수당 날치기를 막기 위해 제정됐다. 국회의원 재적 5분의 3(180석) 동의가 없으면 법안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새누리당은 특별법 개정은 절대 안 된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특조위 조사 활동 기간도 끝났고, 특검도 필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인양 후 선체 조사도 특조위가 아니라 국회에서 협의 후 결정하겠다고 한다. 새누리당 입장이 워낙 확고해 야당은 협상에 애를 먹고 있는 것이다.

더민주의 장외투쟁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표창원 의원은 "그렇게 싸우는 모습을 보여 주면 시원해하실 국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외투쟁을 통해 얻어 낼 수 있는 것을 생각하면 실효성이 없다. 계속 협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협상 중에도 반드시 세월호 가족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 청운동에서 광화문까지 행진한 더민주 초선 의원들이 세월호 유가족 및 특조위원들과 간담회를 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더민주 초선 의원들은 세월호 유가족이 단식 중인 광화문광장까지 행진한 후, 유가족과 특조위 이석태 위원장 및 상임위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준영 엄마는 "미안하지만 '노력하겠다'는 말은 더 이상 믿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재욱 엄마도 "어떻게 해 보려 노력은 하지만 지금 이 정도로는 안 된다는 거, 다들 아시지 않나. 그러면 뭉쳐서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호소했다.

특조위원들도 답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석태 위원장은 "7월 말 단식을 시작할 때는 어떻게든 8월 안에 (특조위 조사 활동 기간 보장에 대한) 합의가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냉정하게 보면 이제 협상은 없을 것 같다. 협상 그만하시고 국회에 가서 법 개정을 충실히 해 달라"고 말했다.

▲ 이석태 위원장은 특조위 조사 활동 기간에 대한 여야 간 합의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권영빈 진상규명소위원장은 "특조위가 19대 국회에도 특검안을 올렸는데 농해수위와 원내대표 회의 사이에서 핑퐁 게임만 하다 흐지부지됐다. 20대 국회에는 본회의에 직접 상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또 법사위에 가 있다. 그게 관행이라고 한다. 세월호 문제에 있어 자꾸 관행을 얘기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박종운 안전사회소위원장은 "여러분 힘든 거 다 안다. 청와대·새누리당이 저렇게 세게 나오고, 이번에도 친박이 새누리당 대표가 되고. 그렇다고 '힘들 거 같으니 좋게좋게 가야 할 것 같은데', '그래야 보수 표도 끌어오고 내년에 대권 잡을 것 같은데'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협상 조건을 만들고 정치력을 발휘하라고 거기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초선 의원들도 답답해했다. 기동민 의원은 "지금 상태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정말 우리가 일을 해태하고 있다면, 그것이 어떤 부분인지 함께 논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공개 간담회 이후 더민주 의원들과 세월호 유가족, 특조위원들은 따로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 세월호 피해자들과 백남기대책위는 야당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더민주 당사를 점거 중인 세월호 피해자와 백남기대책위원회는 "더 이상 핑계 대지 말라"며 더민주와 국민의당에게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단식 9일째인 4·16가족협의회 장훈 진상규명분과장은 "국회의장이 직권 상정을 약속하든지, 뭔가 확실한 대답이 있어야 한다"며 당사를 지키고 있다.

다음은 4·16가족협의회와 백남기대책위원회의 성명 전문.

야당은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라!

백남기 청문회를 개최하라! 세월호특별법을 개정하라!

국민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폭염의 날씨에 세월호특조위가 단식 농성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다 되어 가고 있고 4.16가족협의회의 단식도 벌써 일주일이 넘었다. 그리고 여성 농민들이 백남기 청문회를 요구하며 단식한 지도 일주일이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여야 정치권은 묵묵부답이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은 특별조사위가 청와대와 여권의 강제 기간 종료로 벼랑 끝에 놓이게 되었고, 백남기 농민이 쓰러지신 지 9개월이 넘어가는데도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시작도 되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끊임없이 세월호 참사 진상 조사를 방해해 왔다. 특조위 진상 조사와 특검 수사, 선체 조사뿐 아니라 미수습자 수습,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선체 온전한 인양과 보존이라는 전 국민적인 염원을 철저히 무시해 왔다.

백남기 농민 국가 폭력 진상 규명 상황은 어떠한가!

지난해 11월 18일 백남기 농민 가족들이 명백한 각종 영상과 증언 등 모든 증거를 바탕으로 검찰의 조사를 요청하였음에도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실질적인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심지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징역 5년이라는 반민주‧반인권 판결을 내린 재판부조차 판결문에서, 경찰이 살수차 운용 지침에 따르지 않고 백남기 농민의 머리 부분에 직사 살수하여 쓰러뜨렸고, 그가 쓰러진 이후에도 계속하여 직사 살수를 하였다는 점, 응급 차량으로 옮겨지는 시위 참가자와 응급 차량에까지 직사 살수를 한 사실을 인정하며 이 행위가 어떤 이유로든 위법하다고 판결하였음에도,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더군다나 세월호 진상 조사를, 백남기 농민 국가 폭력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는 이유만으로 경찰력의 의한 지속적인 탄압을 받아 왔다. 집회는 금지 통보되고 농성장의 깔판까지 강제로 빼앗겼으며, 대규모 집회만 열리면 위헌적 차벽 설치와 엄청난 양의 물대포를 맞아야 했다. 당연히 이러한 불법 행위 최종 책임자인 강신명 경찰청장은 응분의 책임을 지고 파면, 해임되어야 했지만 그대로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으며, 새로운 경찰청장 이철성은 최근 백남기 농민 문제에 대한 질의에 민중총궐기를 '불법 시위'로 규정하고, 사실상 해태되고 있는 검찰 수사를 기다려 봐야 한다는 식으로 뻔뻔스럽게 본인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이 나라의 민주주의 파괴자는 바로 박근혜 정권이며 그의 하수인 경찰과 검찰이다.

정부와 대통령이 민심을 거부하면 국회가 나서서 이를 바로잡아야 하는데, 아직도 국회는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국회가 만든 세월호특별법을 정부가 무시하고 불법적으로 특조위를 강제 종료시킨 것이 잘못임을 확인하고 이를 정당하게 바로잡아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있다. 특히 야3당은 세월호특별법 개정을 지난 5월 31일과 8월 3일 공식적으로 약속했지만 8월 12일 여야-국회의장 협의에서는 이를 외면했다. 야3당 중 교섭 단체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세월호특별법 개정과 백남기 청문회 개최 등을 국회에서 관철하는 것에 대해 도대체 어떠한 의지와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야당이 과반 의석을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국회 전반에 책임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국민의 요구를 정부와 여당이 무시한다면 당연히 야당이 나서서 국민의 요구가 국회에서 반영되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더 이상 여당 핑계를 대지 말아야 한다. 법 개정안, 특검안을, 그리고 백남기 청문회 개최를, 9월 내에 어떻게 국회에서 통과시킬 것인지 당장 밝혀야 한다.

여기에 있는 우리는 국민들의 이러한 요구에 더민주당이 어떻게 답하는지, 성의 있게 관철시킬 것인지 지켜볼 것이다. 국민들의 더민주당에 대한 기대가 차가운 반목으로 추락되지 않도록 그래서 더민주당이 역사와 국민의 죄인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한다.

 

2016년 8월 25일

(사)4‧16세월호참사진상규명및안전사회건설을위한피해자가족협의회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백남기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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