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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는 섹스 중독자가 아닙니다
<국민일보> 동성애 사이트 연속 보도 유감…퇴페적 성 문화는 이성애도 심각
  • 구권효 기자 (mastaqu@newsnjoy.or.kr)
  • 승인 2016.08.24 21:47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올해는 시작부터 예감이 안 좋았다. 2016년 1월 1일, 주요 교단장들이 모여 대담을 했는데 이들은 한국교회 위기 원인으로 '동성애'와 '이슬람'을 꼽았다. 내부 결속을 위해 외부에 공공의 적을 만든다는 게 이럴 때 쓰는 말이구나 싶었다. 정작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이 내놓는 대답은 목회자 도덕성, 배타적이고 이기적인 교회 공동체인데 말이다.

대형 교단 수장들 선포대로, 올해 한국교회는 더욱 극렬하게 동성애와 이슬람을 배격했다. 교계 언론들도 그 장단에 맞춰 춤을 춘다. 그중 군계일학은 단연 <국민일보>다. <국민일보>는 하루가 멀다 하고 동성애 반대 기사를 쏟아 낸다.

   
▲ 아무리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의 시대라고 하지만 이건 좀….

동성애를 반대하는 기사 자체를 문제 삼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보도 내용이다. <국민일보> 한 기자가 시리즈처럼 쓰고 있는 기사 제목을 보자.

[단독] 軍형법이 동성애 엄격하게 금지하는데도…신분 노출하며 동성 파트너 찾는 군인들 (6/30)
게이 전용 사이트에 30초 간격으로 올라오는 글의 정체는? (7/7)
군대 내 동성애자를 애타게 찾는 이들은 과연 누구? (7/8)
충격! 남성 동성애자들의 집단 난교 현상 사실이었다 (7/9)
내무반에서 두 명의 남성이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7/11)
남성 동성애자들이 성관계 후 밤잠 설치는 이유는? (7/12)
에이즈 감염 사실 숨기고 성관계하는 게이들 있다 (7/13)
군복무 중인 게이들, 부대 안에서 은밀한 성관계 즐긴다 (7/15)
항문에 샤워 호스를 꽂아 놓고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7/16)
남성 동성애자들이 휴게텔에서 무슨 짓을 하나 봤더니 (7/18)
게이들이 즐겨 찾는 사우나 DVD방의 실체는? (7/19)
군 부대 안에 선·후임병을 유혹하는 병사가 있다? (7/22)
게이들이 여자를 '뽈록이'라고 혐오하는 이유는? (7/22)
23만 8,400명 가입 국내 최대 동성애 사이트 남성 간 성매매 알선 통로 역할하고 있다 (8/21)

두 달도 안 되는 기간에 쏟아진 14개 기사. 모두 '국내 최대 남성 동성애자 I사이트', '동성애자 전용 D앱'에 있다는 내용이다. 무슨 보물섬이라도 찾은 것처럼 이 사이트와 앱에서 자극적인 글과 사진을 찾아 마구 기사화하고 있다.

여기서 잠깐 '미러링'이라는 단어를 짚고 넘어가자. 미러링은 거울처럼 상대방 말이나 행동 방식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것이다. '메갈리아'가 여성 혐오를 일삼는 남초(남성우월주의) 사이트를 그대로 따라하는 게 대표적이다. "혐오에 혐오로 맞서는 건 옳지 않다"는 비판이 있지만, 미러링은 여성 혐오가 얼마나 유치하고 비논리적인 것인지 단박에 알게 해 줬다.

<뉴스앤조이>도 7월 8일, <국민일보>를 미러링하는 기사를 하나 냈다. '게이 전용 사이트에 30초 간격으로 올라오는 글의 정체는?' 기사를 '이성애 전용 사이트에 5초 간격으로 올라오는 글의 정체는?' 기사로 미러링했다. '동성애'를 '이성애'로 바꾸고, 이성애 성매매 사이트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국민일보> 기사 형식을 그대로 빌어 미러링했다.

   
▲ 한 달간 잠잠하더니 8월 21일 또다시 '동성애 사이트' 기사가 시작됐다. (<국민일보> 갈무리)

퇴폐적 섹스나 동성 간 성매매를 근거로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논리는 얼마나 우스운가. 조금만 머리를 굴려 봐도, 문제의 핵심은 타락한 성 문화에 있지, 동성애에 있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성관계 대상을 찾고 앱에서 성매매 금액을 흥정하는 것은 이성애자에게도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국민일보> 기사를 보면, 기자는 '동성애자 = 동성 간 섹스 중독자'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건 사실이 아니다. '이성애자 = 이성 간 섹스 중독자'가 아닌 것처럼 말이다. 물론 그런 사람이 소수 있겠지만, 그걸 일반화하는 건 심각한 오류다.

그렇게 따지면 이성애 폐해가 훨씬 심각하다. 한국에 동성애자 성매매가 많을까, 이성애자 성매매가 많을까. 만약 저런 식으로 기사를 쓴다면, (이성애자) 성매매 사이트에 올라오는 글로 하루에 기사 10개도 쓸 수 있다. 자극적이니 조회 수도 상당히 나올 것이다. 안 쓰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논리가 빈약하기 때문이다.

이런 빈약한 논리의 기사가 올라올 때마다 "성범죄자가 버젓이 목회하고 있는데 한국교회가 동성애자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있나"라는 댓글이 달린다. 이것과 그것은 다른 차원 문제라고 할 건가? 한국교회는 이 질문을 외면하지 말고 진지하게 답해야 한다. 성경을 '보수'한다는 자들이 "제 눈에 들보를 보지 못한다"는 주님의 말씀에 반해서야 되겠나.

   
▲ <국민일보> 모바일 버전 하단에 배치된 수술 광고(맨 왼쪽 빨간색 박스). 광고를 누르면 오른쪽과 같은 화면이 뜬다. (<국민일보> 갈무리)

한 가지만 더 얘기하겠다. <국민일보> 모바일 버전을 보면 하단에 광고가 뜬다. 문구는 '부부 생활 중 가장 듣기 싫은 말 1위는?'. 속칭 '이쁜이 수술', 여성 성기를 수축하는 수술을 권장하는 광고다. "수술 후에는 남성 페니스 뿌리를 꽉 잡아서 귀두와 몸통을 부풀리고…". 읽기 민망할 정도다.

모든 기사에 이 광고가 뜬다. 동성애 혐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기사에서 이 광고를 보는 느낌은 말로 하기 뭣하다. 어린이 280여 명이 "휴대폰 게임·웹툰·음란물 멀리하겠다"며 성결한 삶을 다짐했다는 기사 하단에도 이 광고가 나온다. 그 기사를 보는 어린이가 이 광고를 눌러 볼까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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