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예수를 믿으면 일상이 늘 축제일까.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그분의 '은혜'로 자연스레 풀릴까.

어떤 이는 예수를 믿으면 삼중 사중 축복을 누린다고 설교한다. 하지만 살다 보면 금세 깨닫는다. '영혼이 범사에 잘되고 강건하게 되는 것'이 우리의 일상과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성경만 보더라도 승승장구하지 않는 케이스는 수두룩하니까.

대신 어느 이에게나 '어둔 밤'이 찾아온다. 어둔 밤은 하나님이 계시지 않는 듯한 절망의 시간을 뜻한다. 홍성사에서 인생의 어두움에 천착한 책이 나왔다. 포항공과대학교 최호진 교수의 <영혼의 밤>.

인생의 어두움은 병·중독·회의, 뜻밖의 위기 등 각기 다른 모습으로 온다. 저자는 이를 '영혼의 밤'이라고 부른다. 어두움을 '가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세계이기에 흉한 모습으로 다가온다'(35쪽)고 묘사한다.

그는 고난이 초대받는 자에게는 불편한 일이지만 고난을 통해 하나님을 깊게 경험하면 차원이 다른 신앙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 될 수 있다고 소개한다. 그가 제시한 사례에는 본인 이야기도 나온다. 해외에서 준비하던 일이 실패했고 이후 정신적 고통을 겪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영혼의 밤이라는 사역은 신비롭다. 하나님께서는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굴레라는 영혼의 밤을 허락하신다. 유혹·배신·거부·멸시·장애·실패·수치·조소·가난·연약함·불확실·내동댕이쳐짐, 물같이 버려짐, 사방으로 우겨쌈. 주님은 이 굴레를 통해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녀를 온전하고 완벽한 하나님의 성품으로 초대하여 품으신다. 가장 약할 때 하나님의 가장 강함이(고후12:9) 솟구치는 원리다." (33쪽)

▲ <영혼의 밤> / 최호진 지음 / 홍성사 펴냄 / 224쪽 / 1만 3,000원 ⓒ뉴스앤조이 최유리

저자는 230쪽 분량 책에서 시종 어두운 밤의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한다. 밤의 원인을 다섯 가지로 간추린다. △인간의 죄 △실수 △잘못된 하나님관 △태생적 환경 △처한 환경으로 흔히 설교에서 많이 언급되는 것들이다. 구체적으로 저자는 하나님에 대한 불신, 선천적인 맹점, 하나님 없이 살겠다는 인간의 마음이 밤의 원인에 속한다고 말한다.

다섯 가지 원인에서 육신· 영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육신의 문제는 하나님 자리를 다른 것으로 채우는 중독(사람·술·일·종교·도박·성·관계·음식·완벽주의·인터넷), 공황장애, 극단적으로 소극적인 행태 등이다. 영적인 문제는 영적 소진이 대표적이다. 비본질적인 신앙생활이나 인위적인 믿음, 휴식의 부재, 특별한 열심이 여기에 속한다.

저자는 '신위적 믿음'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이는 자신의 필요에 의해 하나님을 찾는 '인위적 믿음'이 아닌,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하는 것을 뜻한다. 믿음의 주체가 자신이 아니라 하나님이 된다.

최호진 교수는 하나님의 질문에는 반드시 해답이 있다고 말한다. 해답을 얻기 위해 몸부림치다 보면 하나님이 주시는 평강이 임한다고 말이다. 독자에게 육신의 방법인 '인간의 지혜와 능력'을 의지하지 말고 하나님을 독대하라고 요청한다. 우리를 위해 죽으신 예수께 자신을 맡기라고 청한다.

어두움을 인생의 일부로 받아들이지만

<영혼의 밤>(홍성사)은 어두움을 부인하지 않는다. 어두움을 인생과 신앙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또 신앙생활을 잘하면 다른 일도 잘 풀린다고 말하는 일부 목회자의 주장을 뒤집는다. 하나님은 요술 방망이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다만 모든 사안을 몇 가지 원인으로 해석하고 명확하게 답을 내린다. 복잡하고 미묘한 인간 삶에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하기 마련인데, 그는 원인과 결과를 육적· 영적인 것으로 단순 구분해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 부분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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