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8월 2일 <뉴스앤조이>가 이동현 목사 사건을 보도한 이래 신속하게 수습이 진행되고 있다. 그가 대표를 맡았던 라이즈업무브먼트(라이즈업·이종한 대표대행)는 8월 8일 장문의 사과 글을 발표했다. 구성원에 대한 강압적인 행동을 반성하는 것 외에 "공신력 있는 회계 법인에 재정 감사를 의뢰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대표를 맡았던 이동현 목사의 성 문제가 터진 것인데 라이즈업은 왜 재정 감사까지 받겠다고 발표했을까. 라이즈업을 거쳐 간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라이즈업은 개인 또는 교회 후원으로 운영되는 단체다. 매해 한 차례 진행하는 옥외 대형 집회 때는 여러 교회에서 일시 후원을 받는다. 문제는 후원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대표와 몇몇 사람 외에는 모른다는 점이다.

NGO는 보통 후원금 사용 내역을 외부에 공개한다. 매월 보고가 힘들면 연말에라도 그동안 받은 후원금 총액과 그 돈이 어디에 썼는지 공개한다. 외부감사도 이제 일상적인 일이 됐다. 후원금으로 운영하는 단체들은 오히려 그 과정을 더 투명하게 공개한다. 그래야 의심과 오해 소지가 없기 때문이다.

라이즈업은 사과문에 발표한 대로 8월 19일 업계 6위 규모 삼덕회계법인(장영철 대표이사)에 재정 감사를 의뢰했다. 본격적인 회계 감사가 시작되기 전, 감사 과정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을 소개한다.

▲ '라이즈업트레이닝스쿨'은 충남 태안에 있다. 이동현 목사는 대표로 있으면서 일주일에 한 번 설교했다. 이 학교 운영처장은 이동현 목사의 아내 박 아무개 씨다. (RTS 홈페이지 갈무리)

아이들 변화시키는 교육 사업, 사실은 수익 사업?

라이즈업이 운영하는 '라이즈업트레이닝스쿨'은 RTS로 불린다. RTS는 충남 태안에 있으며 기숙사를 구비한 비인가 대안 학교다. RTS에는 중학생·고등학생 모두 등록 가능하다. <뉴스앤조이>가 8월 1일 RTS에 확인한 결과 총 45명이 재학하고 있었다.

RTS 관계자는 교사 15명이 학생 한 명 한 명을 일대일로 멘토링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5명 중 정식 교사자격증이 있는 사람은 두 명. 나머지 13명은 라이즈업에서 멘토로 활동하다 교사로 자원한 대학생들이다. 보통 1년 휴학계를 낸 뒤, 태안에서 학생들과 함께 지내며 한 달에 60만 원 정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은 몇 살 위인 대학생에게 강의를 듣는다. 수업은 대부분 인터넷 강의와 멘토링으로 이루어진다. 정식 교사자격증이 없는 대학교 휴학생에게 생활지도를 받고, 인터넷으로 강의를 듣는 학교. 이 학교 한 달 등록금은 1인당 160만 원이다.

100만 원은 수업비, 60만 원은 기숙사비와 금요일 오후 서울 올라갈 때 타는 버스비다.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들 또는 같은 반 학생 4~5명이 기숙사에서 한방을 쓴다. RTS에 아이를 보낸 학부모들 증언에 따르면, 입학할 때 기부금을 내는 것이 학교 측 권고 사항이다. <뉴스앤조이>에 제보한 한 학부모는 본인 외에도 기부금 1,000만 원을 일시불로 학교에 낸 학부모가 여럿 있다고 했다. 학비와 기부금은 카드 결제보다 현금 거래가 원칙이다.

학생들 학비만 월 7,200만 원, 연간 8억 6,400만 원 규모다. 학비는 방학 기간에도 계속 내야 한다. 8월 초 기준으로 기부금을 제외해도 이 정도 규모지만, 라이즈업 관계자는 매달 적자가 7,000만 원이라고 주장했다. 감사에서 정확하게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학교 내 재정 사용 내역은 단체와 마찬가지로 외부에 알려진 바 없다.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조차 학비 운영 내역을 알지 못한다.

이동현 목사는 RTS 교장으로 일주일에 한 번 학생들 앞에서 설교했다. 학교 운영 전반을 맡은 행정처장은 이동현 목사의 부인 박 아무개 씨다. 보도 후, 라이즈업 관계자는 RTS를 조만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재학 중인 학생들을 내보낼 수는 없고 더 이상 신입생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에게 여름방학이 끝난 후에도 학교는 그대로 운영된다고 알렸다.

RTC도 비슷한 방법으로 운영된다. RTC는 충남 태안까지 갈 수 없는 학생들을 위해 분당에 세워진 학원이다. 교사는 라이즈업에서 멘토로 활동하는 청년들이다. 전 RTC 사무간사였던 이 아무개 씨는 이동현 목사에게 지급하는 돈, 사무간사 월급, 소정의 비축금 외에 모두 이동현 목사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라이즈업은 방학마다 두 종류의 수련회를 진행했다.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2박 3일 일정 컨퍼런스와 충남 태안 RTS에서 열리는 2주 일정 DY(Design Yourself)다. 컨퍼런스에서는 신앙 수련회와 함께 학업 습관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다. 올해 컨퍼런스는 서울·분당·전주·제주에서 개최했고 참가자 정원은 1,100명이었다. DY는 두 차례 개최하고 보통 50여 명이 참석한다.

컨퍼런스에 참여하려면 올해 기준으로 티켓비 6만 5,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컨퍼런스 사역 예산이 7,150만 원에 달한다. DY는 2주 동안 진행하는데 참가 비용은 120만 원으로 50명 전원 참석하면 6,000만 원 예산 규모다. 재정 사용 내역은 별도로 보고된 바 없다. 이 역시 재정 감사에서 밝혀져야 한다.

▲ 라이즈업은 매해 서울광장에서 '라이즈업 코리아'라는 대형 집회를 열었다. 이동현 목사의 동생 이동호 선교사가 찬양을 인도했다. 라이즈업을 거쳐 간 사역자들은 집회 재정 사용 내역이 투명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2015 라이즈업 코리아 영상 갈무리)

'라이즈업 코리아' 자금 사용 내역도 불투명

8월 2일 첫 보도 뒤, 많은 사람이 <뉴스앤조이>에 재정과 관련해 제보 전화를 걸어 왔다. 대부분 라이즈업을 거쳐 간 사람들이었다. 매해 한 번씩 대형 집회를 열지만 누구에게 얼마를 후원받는지, 후원금을 어떻게 썼는지 아는 사람은 이동현 목사, 이동호 선교사, 재정 담당 간사 한 명 뿐이라는 주장이다.

지금은 단체를 떠난 지 10여 년 됐다는 한 청년은 이중장부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라이즈업 초창기 본부 컴퓨터에 두 종류의 장부가 저장돼 있는 것을 보았다고 주장했다. 초창기에 활동했던 사역자 한 명도 비슷한 이야기를 전했다. 내부에서 쓰는 것과 외부에 공개하는 장부가 다르다는 주장이다. 그뿐 아니라 부족한 액수를 메꾸려고 거짓으로 영수증을 쓰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라이즈업이 재정 감사를 의뢰한 삼덕회계법인에는 권오형 회계사가 있다. 그는 사랑의교회 장로로 얼마 전까지 삼덕회계법인 대표,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박재윤 원장) 감사와 이사를 역임했다.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는 라이즈업 이사장을 맡고 있다.

▲ 라이즈업은 8월 19일 삼덕회계법인(장영철 대표이사)를 감사 업체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삼덕회계법인 홈페이지 갈무리)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