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회사 대한민국> /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펴냄 / 264쪽 / 1만 4,000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김영주 총무)는 지난달 27일, 비상시국대책회의 명의로 성명을 발표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사죄를 촉구했다. 이들은 "정의와 평화는 파괴되고 민주주의는 크게 훼손되고 있다"며, 국정 운영을 바르게 하고 국민을 섬겨야 할 정부가 출범 이후 "정치를 실종시키고 민생 경제를 파탄 냈으며, 경제민주화와 복지에 관한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힘겹게 일구어 온 한반도의 평화가 파괴되었다"며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벌어지는 국론 분열과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성명은 정부가 '오만과 독선'으로 치닫고 "일방적인 강요와 폭력적인 강압으로 국민 위에 군림해 왔다"고 말했다.

주요 내용은 △독재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국민을 분열시키고 갈등을 조장하며 △언론의 자유가 없고 △국가기관은 정권 유지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국가 경제를 파탄 냈으며 △백년지대계인 교육은 정권 유지의 수단으로 전락했고 △남북 관계를 파탄 냈다는 것이다.

국민과 싸우는 '최악의 정권'

이 성명은 박근혜 정권을 국민에게 사죄해야 할 만큼 실패한 정권으로 다룬다. 이런 견해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바다. 박노자 교수는 <주식회사 대한민국>(한겨레출판사)에서 박근혜 정권을 '최악의 정권'이라고 규정하고 아래와 같이 말한다.

"박근혜의 집권 기간이 보여 준 것은 극우 정객 출신의 대통령치고도 박근혜가 너무나 독보적인(?) 존재라는 점이다. 형식적 민주화 이후의 시간을 통째로 돌아보면, 이 정도로 시대착오적이고 비상식적인 권력이 태어난 것은 처음인 듯하다. 사실 이와 같은 수준의 극우 정객이 정당 당수, 대통령 후보에 오를 수 있었다는 것은 한국 정치에 최고 선거직을 지향하는 정치인의 '품질'을 검증하는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검증 시스템이 작동되었다면, 차후 보수에도 재앙이 될 '박근혜 정권'이라는 이름의 필패의 희비극을 사전에 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105쪽)

저자는 통일 정책에 관해서는 남북 기본 합의서 체결에 나선 노태우나 김일성과 정상회담을 하려 했던 김영삼이 더 낫다고 말한다. 촛불 집회를 보고 계획을 철회한 이명박이 더 소통을 잘했다고 한다. 박근혜 정치를 한마디로, '대민 투쟁'이라고 규정하고, 그 예로 전교조 말살, 정당 말살 등을 들고 있다.

"역대 정권들에서는 전교조와 갈등하지 않은 정권은 없었지만, 박근혜는 전교조를 아예 법외노조로 만들어 대한민국을 산업화된 형식적 민주국가 중 유일하게 교원 노조 없는 나라로 만들었다." (107쪽)

박근혜 롤모델인 대처 수상조차도 광업 노동자 파업을 탄압했지만 지도부를 구속한 적은 없다며 공공 노조 탄압과 지도부 구속을 지적한다. 박근혜가 '자유민주주의'를 말하지만 실은 일종의 '반쪽 파시즘 사회'를 지향한다고 말한다. 이를 '대노 전투'로 표현함으로 '대민 투쟁' 선상에 박근혜 정권을 놓는다. 보호해야 할 국민과 싸우는 정권이야 말로 '최악의 정권'이라는 말이다.

사드 배치 발표 후에 이는 일련의 군론 분열 사태에 대한 생각도 그렇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통일 대박"이란 말로 히트를 쳤다. 하지만 그의 행보는 전혀 통일 대박으로 가지 않고 있다. 어떤 이는 이를 두고 '통일 쪽박'이라고 비꼬기도 한다. 국론 분열 원인을 국민에게 전가하고 반대하는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자기 할 말만 하는 '최악의 불통 대통령'

심지어는 사드 배치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부모 잃은 설움을 사드 배치와 연결했다.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사드 배치는) 국민의 안위가 달린 문제로 바뀔 수 없는 문제"라며 "저도 가슴 시릴 만큼 아프게 부모님을 잃었다"며 "저에게 남은 유일한 소명은 대통령으로서, 나아가 나라와 국민을 각종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 내는 것"이라고 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이를 두고 "대통령께서 부모님을 잃어서 가슴 시리게 사셨다고 하시더라도 사드와 그것과는 다른 문제"라고 한 김진수 신부의 말을 인용하며 부당성을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은 논리적으로 안 맞는다. 국민 안위를 지키기는커녕 국민이 사분오열하고 있다. 북한의 핵 문제가 문제이기 전에 '국론 분열 핵'이 문제다.

한국 보수 정권은 한미 동맹을 철저히 수호한다. 박근혜의 사드 배치 결정 또한 그런 맥락의 정책이다. '미국 없으면 안 되는 한국'이라는 자기 비하적 최면 가설하에 미국의 사드 국내 배치야말로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한반도를 지켜 줄 것이라는 안이한 착상이다. 전시 작전권을 가져오지 않는 이유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우리에게 한미 동맹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박노자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국내 보수주의자들은 한미 동맹을 '평화의 보장'이라고 홍보한다. 과거에는 그런 측면도 있었다고 솔직히 인정해 주어야 한다. 미국 당국자가 한국 당국자보다 더 평화 지향적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고 냉전적 질서 속에서 조폭 보스와 일개 졸개의 전략적 사고의 수준이 다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188쪽)

예로 박정희가 1968년 1·21 사태(북 공작원 청와대 습격 사건) 후 대북 침공을 주장할 때 이런 망상적 주장을 미국이 반대했다. 반대로 1994년 미국은 북한 영변 핵 시설 공격을 검토했다. 클린턴이 대북 전쟁 가능성을 언급할 때 김영삼이 우려를 표명하는 지경까지 왔었다.

지금 상황은 더 복잡하다. 저자가 '잠재적 침략국'이라 규정지은 미국과의 동맹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 평화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검토해야 한다. 북한의 핵을 이유로 우리 주변으로 들어오는 미국 전략무기들과 중국 최신 무기들의 전진 배치가 무엇을 말하는지 박근혜 정부만 모르는 것 같다.

신냉전 시대의 이런 흐름은 일본을 군사 대국화하고 중국을 다시 전장의 소용돌이로 안내한다. 가장 손해를 보는 건 한반도와 우리 국민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저자는 "더 늦기 전에 한반도의 생명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심각하게 생각해 볼 대목"이라고 말한다.

신자유주의 틀에 갇혀 가라앉는 주식회사 대한민국호

저자는 '헬조선'을 만든 박근혜 정부의 나라를 '악질 기업, 주식회사 대한민국'로 규정한다. 피곤한 노동자들이 주주인 나라가 아니라 고급 공무원이나 부자가 주주인 나라로 그들의 배를 채우려고 신자유주의 경제를 표방한다는 것이다.

"(주)대한민국의 주된 특징이라면, (정말 악질 기업답게!) 오로지 주주들의 배당금 극대화만을 위해 분투한다는 것이다. 피고용자, 즉 (주)대한민국의 주주가 될 가능성이 없는 임금 노예들은 그저 주주 배당금 극대화의 '재료'쯤으로 여긴다. (중략) '정글 자본주의' 상황에서 굶어 죽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생존 기회를 얻기 위해, (중략) 적어도 재분배와 대자본 견제·보완 기능은 갖춘 국가를 필요로 하는 이 땅의 임금 노예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11~13쪽)

저자는 해결책으로, 오직 신자유주의 해체와 더 나아가 자본주의 자체의 해체를 위한 국제 연대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저자의 극단에 동조하지 않는다 해도, 적어도 '헬조선'을 만든 현 정부의 무능과 안일함에는 일련의 개혁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저자는 이렇게 된 대한민국호 쇠락은 식민 엘리트에 의해 건설된 나라의 통치 스타일로, 사대주의와 백인 숭배가 그 근원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추락을 근원부터 조목조목 진단한다. 친미·친일 통치자의 득세, 학피아·관피아·철피아의 세상, 능력·실력이라는 신을 숭배하는 사회, 민족보다 자본을 위주로 하는 뉴라이트 역사교과서 국정화, 박정희를 비롯한 기회주의자들의 득세…

저자에 따르면,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구호가 갖는 뿌리에 사기업의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나라의 정체성이 깔려 있다. 무척 무서운 구호다. 산업화 현장에서 노동자의 목숨을 강요했던 박정희 시대의 부활이라 할 수 있다. 이윤만 남으면 된다.

저자는 이를 '한국 친미 지배 엘리트와 미국 사이의 이해관계의 일치'로 본다. 친일도 같은 관점이다. 친일파를 단죄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상 친일파가 초기부터 권력을 잡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런 "식민지적 폭력성이 그대로 이어져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이쯤 되면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대통령인지 알 수 있지 않은가. 기독교 단체까지 나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저자 표현대로, '최악의 대통령'이란 표현이 무색하지 않다. '이것도 지나가리라' 그리 믿어 본다. 그리고 국민이 더 깨어 있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싶다. 자, 우리 더 깨어 있자!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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