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내 일부 목사가 SFC 신학과 간사 활동에 문제 제기하자, 일부 간사가 사직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8월 17일 학생신앙운동(SFC) 대표간사 김동춘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신상현 총회장) 소식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코람데오닷컴>에 글을 올렸다. 교단 안에 회자되는 SFC에 관한 우려에 답하는 형식이다.

김 목사는 이 글에서 △진화론적 창조론 특강을 주관한 서울 지역 대표간사에게 책임을 물어 대표 보직을 사임케 했고 △좌파 사상을 가진 평신도 간사 2명이 권고사직 시켰으며 △개혁신학에서 벗어나 있는 일부 출판물을 주도한 출판부 편집장도 권고에 따라 사임했다고 밝혔다.

선교 단체 대표간사가 언론에 공식적인 글을 올려 단체 내부 사정을 설명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단체 소속 간사들을 징계했다는 골자인데, 그 사유가 사상 검증을 방불케 한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교단 문제 제기에 간사들 사직

지난해 12월 28일 SFC는 서울·경기 지역 학생을 대상으로 겨울 수련회를 개최했다. 강사로 초청 받은 우종학 교수(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는 '그리스도인으로서 과학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강의했다. 수련회가 끝난 뒤 고신 교단 목회자 일부가 이 강의를 문제 삼았다. 유신론적 진화론을 지지하는 강사를 섭외했다는 이유다.

김동춘 목사는 문제 제기를 받아들였다. 그는 강사 섭외에 책임을 물어 김준재 서울 지역 대표간사를 직위에서 사임케 한다고 글에서 밝혔다. 그러나 당사자 김준재 간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와 관련한 통보를 받은 일이 없다고 말했다.

김동춘 목사는 좌파 사상을 가진 2명의 평신도 간사도 권고사직 시켰다고 밝혔는데, 실제로 최근 SFC 간사 한 명이 간사직을 사직했고 한 명은 사직 예정이다. 복수의 SFC 간사는 두 간사가 특정 공동체에 소속됐다는 이유로 교단 목회자들에게 좌파로 지목받았다고 주장했다.

선교사를 자칭하는 한 남성이 이 공동체가 좌파라고 주장하는 글과 영상을 인터넷에 배포했고, 이를 본 교단 목회자들이 해당 공동체 소속인 두 간사에게 문제를 제기했다.

6월 초 SFC는 지역 대표간사들로 구성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공동체를 조사, 좌파는 오해고 교회론에도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결국 이들은 간사직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현재 이 내용은 대표간사가 올린 글에서 빠져 있다. <코람데오닷컴> 편집장은 SFC 측에서 일부 표현이 잘못됐다며 정정 요청을 해 글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SFC출판부 편집장이 사임했다는 내용도 교단 목사들 반발에 충실히 반응한 모양새다.

지난해 4월 SFC출판부 산하 임프린트 출판사 '짓다'가 <기독교 공동체의 성서적 기원과 실천적 대안>(차정식)을 펴낸 게 발단이 됐다. 교단 내 일부 목회자와 SFC 간사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교단이 지향하는 가치와 맞지 않는 책을 냈다는 주장이다. 논란이 커지자, 김성민 전 편집장은 모든 책임을 지기로 하고 사직했다.

<코람데오닷컴>에 올라온 글을 본 김성민 전 편집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SFC가 학생 자발성 운동이라는 본질을 놓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체 사상 검열로 SFC 운동이 심각하게 경색됐다"며 "교단의 정치적 인사들의 사견에 휘둘리지 말라"고 충고했다.

고신, 가을 총회서 SFC 정체성 검증하나?

SFC 대표간사 김동춘 목사가 현재 진행 중인 사안도 아닌데, 돌연 공식적인 글을 통해 △출판부 편집장 사임 △서울 지역 평신도 간사 2명 사임 △서울 지역 대표 간사 보직 사임 등을 언급한 것은 SFC를 향한 교단 내 목회자들의 불신을 잠재우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고신 교단 안에서 SFC의 신학과 간사 자질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있었지만, 가을 총회를 앞두고 그 내용이 구체화되고 있다. 북부산노회, 동부산노회, 서부산노회, 동대구노회가 SFC를 대상으로 총 8개 안건을 상정했다.

안건은 △SFC 간사 선정 방법과 기준 △SFC 간사의 신학 사상이 개혁주의에 부합한지 △SFC 행사에 초청된 강사가 개혁주의 신학을 가졌는지 △SFC출판부가 펴낸 책에 문제점은 없는지 △SFC 간사 중 동성애·진화론·이슬람·사회주의를 옹호하는 이는 없는지 조사하자는 내용이다.

김동춘 목사는 문제의 글에서 "SFC에 대한 고신 총회 및 노회의 우려와 성찰에 대한 목소리에 대하여 진심으로 성찰하며 깊이 있는 울림으로 받아들입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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