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반을 <뉴스앤조이>에서 일했던 박요셉 기자가 작년 6월 퇴사했다가 다시 <뉴스앤조이>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기사를 고치고 있는 요셉 기자.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지난달, 김훈 작가가 쓴 <라면을 끓이며>(문학동네)를 읽었습니다. '길'이라는 단어에 자꾸만 눈이 갑니다. 작가는 기자로 산 자기 삶을 '길'에 빗댑니다. 오르막길이든 내리막길이든 앞으로 뻗은 한 걸음은 힘겹게 보낸 하루의 삶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5획밖에 안 되는 단어가 무겁게 느껴집니다. 나는 '길' 위에 있는가 하는 생각과 함께 삶을 반성했습니다.

일일 최고 온도가 30도를 넘는다는 뉴스 보도가 쏟아집니다. 저는 최저 온도를 18도로 맞춘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하루를 보냅니다. 이질감을 느낍니다. 바깥 온도와 사무실 온도는 다릅니다. 온도뿐일까요. 바깥에서 체감하는 세상과 사무실에서 체감하는 세상도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6월 <뉴스앤조이>를 그만둔 뒤, 혼자 글 몇 개를 써 봤습니다. 그런데 글이 멀게 느껴집니다. 글은 사실을 나타내 진실에 도달해야 하는데, 제 삶은 이와 동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기계가 내뿜는 시원한 바람 아래에서 푹신푹신한 가죽 의자 위에 앉아 배를 내밀며 보내는 하루로는 진실에 접근할 수 없을 테니까요. 제가 쓴 글은 길에서 벗어난, 푯대를 잃은 글이었습니다.

이 간극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 옛 동료 기자를 만났습니다. 우연찮게 <뉴스앤조이> 입사를 권유받았습니다. 겉으론 어떻게 그만둔 곳을 다시 가냐며 정색했지만 속으론 반색했습니다. 길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온 것 같았습니다.

저 혼자 잘 먹고 잘살겠다며 뒤도 안 보고 그만둔 곳인데, 다시 돌아갑니다. 힘들어서 도망친 곳에 무슨 미련이 남아 돌아왔냐고 핀잔을 주는 이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새 일을 시작할 뿐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에게 몇 줄의 바람을 나누고 싶습니다. 길 위의 삶을 살겠다고, 오늘 하루 부지런히 내딛는 걸음이 한국교회를 가꾸고 좋은 세상을 향한 길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입니다. 저를 포함해 <뉴스앤조이>를 많이 응원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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