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멘토링사역원(원장 유기성 목사) 주최 '제2회 목회자 가족 수련회' 3박 4일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8월 8일부터 11일까지 21가정 총 100여 명이 충주 한마음연수원에 모여서 '사랑이 샘솟는 목회자 가정'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활동을 함께했습니다.

수련회 3일 차 오전에는 목회자 배우자들만 따로 모였습니다. 20여 명이 모여서 김세준 교수와 함께 비블리오 드라마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성경 한 구절을 정해 놓고 실제 그 상황 속으로 들어가 오감으로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신개념 '성경 공부'를 체험했습니다.

출애굽기 2장을 본문으로 삼았습니다. 모세의 어머니가 이제 갓 석 달 된 아들을 나일강가에 띄워 보내는 장면입니다. 본문을 한 번 읽고 6명이 앞으로 나왔습니다. 애굽 왕의 서슬 시퍼런 유아 학살 광기 앞에 선 한 유대인 어머니의 심정 속으로 들어갑니다. 포대기가 담긴 바구니가 6명의 '어머니'들 앞에 놓입니다. 한 명씩 돌아가면서 포대기를 안아 봅니다. '잘생긴' 내 자식을 마지막으로 끌어안습니다. 솜으로 채운 포대기지만 어느 순간 체온이 느껴집니다. 가슴이 후끈거리고 이내 눈물이 흐릅니다.

포대기를 넘겨받은 다른 어머니도 마찬가지로 눈물을 쏟습니다. 아직 포대기 올 차례도 아닌데 벌써부터 우는 어머니들도 있습니다. 앉아 있던 다른 어머니들도 자꾸 손으로 눈물을 훔칩니다. '성경 공부'를 인도하는 김세준 교수가 아이에게 무슨 말이라도 해 보라고 시킵니다. 포대기를 안은 어머니는 아무 말도 못 하겠는지 눈물 겨운 포대기를 옆 어머니에게로 넘깁니다.

▲ 셋째 날 오전 어머니들만 따로 모여서 출애굽기 2장 나일강가 여인들 삶을 묵상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엄태현, 김예리

6명의 현대 어머니들은 수천 년 전 나일강가 여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강물에 바구니를 띄웁니다. 오열 소리가 들립니다. 수천 년을 뚫고 온 소리처럼 들립니다. 어머니들의 심장이 시간을 넘어 이렇게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20여 명의 어머니들은 모두 숨을 죽인 채 가슴으로 웁니다. 현대 어머니들은 가상 체험을 하면서도 그것이 오늘 우리에게 닥친 크나큰 불행인 것마냥 서로를 끌어안고 위로합니다.

'사모님'들만을 위한 특별 강의. 2시간 동안의 커리큘럼이라고 하면, 목회자 아내로서 겪는 애환, 교회에서 받은 상처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자녀들을 어떻게 교육시킬 것인가 등 정해진 레퍼토리가 있을 텐데, 오히려 '사모님'이 아닌 '어머니'들의 성경 공부 시간으로 채웠습니다. 성경 속 어머니를 오감으로 느끼고 그 심정을 함께 느껴 보는 말씀 묵상을 체험했습니다.

김세준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자기 자녀를 위해 우는 여인들이 있습니다. 남모르는 곳에서 자녀를 위해 울었던 여인들. 성경도 그 여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오늘 우리에게 전해 주고 있습니다." 목회자 가족 수련회에서 사모님들을 위한 강좌를 열었지만, 주제는 '사모'가 아니라 '어머니'였고, 교재는 '성경'이었습니다.

점심 먹은 뒤에는 오전에 쉬던 아버지들이 기지개를 켜며 운동장에 모였습니다. 입추가 지났지만 기온은 35도에 육박합니다. 가만히 서 있어도 등줄기에 땀이 주르르 흘러 내리는 날씨지만, 공을 허공에 던지니까 벌써 여남은 남정네들이 달려듭니다. 아버지들이 뛰니까 아들들도 뛰고, 후반전에는 딸들도 가세했습니다. 40대 중반의 아버지, 고등학생 형들, 10살 남동생, 긴 머리를 질끈 묶은 누나들까지 공 하나에 몰려들었다가 또 공 하나를 보고 '달려'를 외칩니다.

수련회 마지막 밤. 목회자 가족 '대동제'가 열렸습니다. 크게 하나가 된다. 이제까지 부모는 부모들끼리, 자녀는 자녀들끼리 놀다가, 마지막 밤에는 부모 자녀 할 것 없이 다 같이 모여 크게 한판 놀았습니다. 주제는 '우리네 가족사'입니다. 아버지 모둠, 어머니 모둠, 자녀들 모둠 나눠서 각자 인상 깊게 들은 가족사를 나누고 그중 하나를 택해 극을 짜 보는 것입니다.

발표회가 시작되자 실내가 들썩거립니다. 점잔 빼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우리 아빠가 천을 뒤집어쓰고 망가지는 모습이 재밌습니다. 늘 피로에 쩔어 있는 엄마도 모처럼 처녀 때 갈고닦은 연기 실력을 유감없이 뽐내는 듯 합니다. 칼을 차고 입을 떡 벌리더니 느닷없이 소리를 칩니다. 엄마 목소리가 원래 저렇게 컸었나 싶습니다. 어른들이 신나게 노니까 아이들은 절로 신납니다.

아버지, 어머니들이 고른 가족사에는 저마다의 신앙 내력이 담겨 있었습니다. 신생아가 줄줄이 태어나자마자 죽어서 죽음의 그늘이 드리워진 집에 첫 생명으로 태어난 외할머니가 극을 통해 손자에게 생명을 살리는 삶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뇌졸증으로 쓰러져 실어증까지 겹친 할머니가 이부자리를 털고 일어나자마자 전에는 그렇게 욕하던 교회에 나가기 시작한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엄마, 아빠를 통해 우리 집안에 신앙이 어떻게 전수되고 흘러왔는지를 듣게 됐습니다. 김세준 교수는 모든 프로그램을 마치면서, 우리에게 전해져 내려왔던 신앙 이야기들이 또 다음 세대에게 잘 전수되고 이어질 수 있기를 기도했습니다.

이제 3박 4일 수련회를 마치고 각자 집으로 교회로 돌아갑니다. 충남 아산에서 온 최재훈 목사는 "지난 16년 동안 목회에만 전념하느라 가족들이 휴가도 제대로 한 번 못 가 봤다. 초등학교 5학년 딸도 교회에서 친구들, 동생들 챙기느라 바쁘다고 한다. 이번 수련회 와서 배운 게 있다. 잘 놀아 주는 아빠가 되고 싶다. 점잖아야 한다, 착해야 한다는 생각은 접고 감정을 솔직하게 나누는 걸 두려워하지 말아야겠다. 자유롭고 편안하게 가족들과 어울렸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경기도 하남에서 온 최헌영 목사는 "3박 4일 동안 온 가족이 함께 계속 식사할 수 있어서 좋았다. 둘째 날에는 여섯 가정이 급결성돼 근처 계곡에 가서 같이 놀았다. 아이들이 또래 PK 친구들을 만나 행복해했다. 나도 그렇다. 목사님들 이야기 들으니까 속이 풀리고 후련했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경기도 동탄에서 온 김진 씨(박도영 목사 아내)는 "3박 4일 동안 자유롭고 열린 태도를 훈련할 수 있었다. 스스로 치유할 수 있다는 자신감, 스스로 쉴 수 있다는 편안함을 느꼈던 수련회였다. 사모님들과 허물없이 마음 열고 얘기 나눌 수 있었던 것도 굉장한 의미가 있었다. 내년에 또 오겠다"고 했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춘천에서 온 박은서 학생은 "여기 오신 분들이 어떻게 보면 다 목사님들이신데 동네 아저씨 같았다. 뭘 놓고 다녀도 괜찮을 거 같고, 주변 의식하지 않아도 돼서 편했다. 그냥 다 가족 같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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