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목회자 가족 수련회'가 8월 8일(목) 충주 한마음연수원에서 열렸습니다. 11일(목)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진행됩니다. 21가정, 1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아프리카 선교 중인 한 선교사 가족도 수련회 소식을 듣고 귀국 일정에 맞춰 참여했습니다. 

첫날 등록 데스크. 한 부부가 세 명의 딸들에게 둘러싸여 있습니다. 대학생 큰 딸이 가자고 해서 왔다는 송민철 목사(원주 예심교회)는 평소 각자 일 때문에 가족들간 대화가 부족한데, 모처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기대된다고 했습니다. 대화가 부족한 건 일 때문이기도 하지만 소통하는 방법을 잘 몰라 그런 것이기도 하다며, 이번 수련회를 통해 소통 방법을 배우고 익히고 싶다고도 했습니다. 

▲ 목회멘토링사역원(원장 유기성 목사) 주최 '제2회 목회자 가족 수련회'가 8월 8일(목) 충주 한마음연수원에서 열렸습니다. 21가족 1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대학생 큰 딸이 가자고 해서 온 가족도 있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김재광

또 한 가족. 아버지에게 다가가 '목사님, 성함이 어떻게 되시느냐'고 했더니 아버지는 쑥스러운 미소를 띄우며 옆에 있는 아내가 목사라고 바통을 넘깁니다. 인천에서 사역하고 있는 윤경희 목사는 여성 목회자의 배우자로 살아가는 남편, 목사 자녀로 지내는 아이들과 함께 온 것에 큰 의미를 뒀습니다. 그동안 다른 목회자 가족들과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수련회를 통해 여러 교단 목회자 가족들과 마음을 열고 편하게 만나고 싶다고 했습니다. 

개회 예배는 꿈마실 3기 가족이 맡았습니다. 지난 2월 3주 동안 미국 여행을 다녀 온 은서가 기도하고, 아버지 박용한 목사가 설교했습니다. 은서와 은서 가족은 작년에 열린 1회 가족 수련회에도 참석했습니다. 박 목사는 설교에서 '잘 노는 목회자 가족'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자연 속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잘 놀고 행복하게 즐길 수 있는 목회자 가족이 되면 좋겠다고 하면서, 작년에 그랬듯 올해도 기대가 된다고 했습니다. 

3박 4일 동안 총 6번의 강의가 진행됩니다. 그중 한 번은 목회자 배우자들만을 위한 강의입니다. 강사는 말하고 청중은 듣기만 하는 일반적인 강의는 아닙니다. 강사로 나선 현대드라마치료연구소 김세준 박사와 연구원들은 길게는 2시간, 짧게는 1시간 동안 총 6번을 강의하지만 말은 그리 많이 하지 않습니다. 강사라기보다는 행동을 이끌고 감정을 일깨우고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파트너에 가깝습니다. 

첫날은 워밍업 동작을 연습했습니다. 부모는 부모들끼리, 자녀는 자녀들끼리 따로 모여서 갖가지 몸풀기 동작을 배우고 익혔습니다. 

부모 모임에서 나온 첫 질문은 '부부 싸움은 몇 번이나 했습니까?'였습니다. 순간 당황하는 빛이 곳곳에 내비칩니다. 목회자 가족 수련회 첫 모임, 첫 질문치고는 너무 '속되다'고 할까요? 김세준 박사는 속에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내려면 허울을 벗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목회자라는 직분, 역할, 사회적 지위를 벗어 던져야 진짜 이야기, 속에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 놓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100번, 200번, 1000번. 갈수록 많아집니다. 1000번 이상은 세지도 않습니다. 이왕 털어놓고 보니 좀 전까지만 해도 쭈뼛쭈뼛하던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속 시원한 표정을 짓습니다. 횟수를 털어놓는 데 그치지 않고 삼삼오오 짝을 지어 '왜 싸우는지, 어떻게 싸우는지, 그럴 때 기분이 어떤지'로 대화를 이어갑니다. 처음 보는 목회자 부부들이지만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때로는 웃음 소리가 만발합니다.

부부 싸움, 누가 많이 했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는 곳은 어딘지, 어느 시간을 좋아하는지, 발 사이즈는 얼만지, 술 마신 경험은 있는지 등 갖가지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해서 더 깊숙이 알아가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진짜 대화는 그 뒤로 이어졌습니다.

김세준 박사는 질문의 물꼬를 바꿨습니다. '산에 같이 가고 싶은 사람'을 찾아가서 어깨에 손을 얹어 보라고 시켰습니다. 이어서 '다음날 있을 시험 공부를 같이 하고 싶은 사람'을 찾아가라고 했습니다. 질문은 계속됐습니다.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내가 가진 심장의 색깔이랑 어울리는 사람은 누구인가'. 처음 만나는 이들인데도 찾아가서 어깨에 손을 얹고 이유도 곧잘 댑니다.

'어느 때에 누구를 만나면 좋은지 알아챌 수 있는 힘'. 김세준 박사는 인간관계에서 이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그것을 가리켜 '지각하는 힘'이라고 했습니다. 누구를 만나 어떤 도움을 청하고, 필요한 도움을 어떻게 받을 것인지를 아는 것에서부터 건강한 관계가 출발한다는 것입니다.

목회자일수록, 목회자의 배우자일수록 기도로 만사를 해결하려는 태도를 보이기 쉽습니다. 신앙과 기도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은 관계를 그르치기 쉽고, 지각하는 힘을 기르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부부간에 문제가 생기면 혼자서 골머리를 끙끙 앓다 참아 버립니다. 기도로 해결했다고 덮어 버리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속 이야기를 제3자에게 끄집어내는 것을 극도로 회피합니다. 그러면 마음뿐 아니라 몸에도 병이 나기 십상입니다.  

김세준 교수는 여러 가지 몸의 훈련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지각하고, 관계를 통한 유익을 몸으로 익히는 과정이 목회자와 목회자 가족들에게 특히 많이 요구된다고 했습니다. 가족 수련회 첫날 그 첫 단추를 꿰맸습니다. 서로를 알아가고 경계심을 누그러뜨리고 몸도 살짝 풀었습니다. 둘째 날부터는 본격적인 대화 훈련에 들어갑니다. 

첫날 일정을 모두 마치고 숙소로 들어가는 발걸음이 가벼워 보입니다. 다들 내일이 빨리 왔으면 하는 얼굴입니다. 목회자 가족 수련회는 아직 3일의 일정이 더 남았습니다. 이어지는 소식도 계속 알리겠습니다.    

▲ 자녀들은 자녀들대로 친구 만나기 시간을 보냈습니다. 몸으로 부딪치고 활동을 통해 서로를 알아갑니다. 첫날 어색한 표정이 금세 수그러들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엄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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