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대식 목사가 '술' 문제로 설교했다. 그의 설교는 진부하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술' 문제는 교회에서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보통의 교회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은 직분을 맡을 수 없다(들키지 않으면 계속 유지되겠지만). 술 마신 사실이 드러나면 직분을 박탈하는 교회도 있다. 한국교회에서 술 마시는 행동은 여전히 정죄의 대상이다.

오대식 목사(높은뜻정의교회)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술 문제를 조명했다. 오 목사는 8월 7일 높은뜻정의교회에서 '술과 벗하는 자들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그는 도입부에서 "목사가 술에 대한 설교를 하면 고리타분하게 느낄 수도 있다. '목사가 술을 아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이틀에 한 번 꼴로 만취되어 들어오시는 아버지 때문에 술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교인들에게 "술 마시지 말라고 가르치는 교회는 한국교회가 유일하다는 사실을 아는가"라고 물었다. 그런 한국교회 문화의 원인을 1907년, 금주와 금연을 강조한 국채보상운동에서 찾았다. 교회가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금주와 금연이 신앙인의 모범으로 자리 잡게 된 특별한 경우라고 했다.

하지만 교회가 아무리 금주를 강조해도 교인들은 이를 무시한다고 했다. 술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대식 목사는 "그런데 진짜 문제는 술이 정말 나쁘기만 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심지어 성경에서조차 술을 나쁘게만 말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포도주와 사람의 얼굴을 윤택하게 하는 기름과 사람의 마음을 힘 있게 하는 양식을 주셨도다." (시편 104편 15절)

"너는 가서 기쁨으로 네 음식물을 먹고 즐거운 마음으로 네 포도주를 마실지어다. 이는 하나님이 네가 하는 일들을 벌써 기쁘게 받으셨음이니라." (전도서 9장 7절)

▲ 요즘같이 더울 때, 샤워 후 맥주 한 잔.

오대식 목사는 "성경이 금하기 때문에 술 마시면 안 된다고 하는 건 오히려 성경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그리스도인들은 술 마시지 말라고 말하기 전에 사람들이 왜 술을 마시는지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오 목사는 노아가 술 취해 나체로 자고 있던 것을 예로 들며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가장 큰 이유는 감각을 잃어버리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는 다시 아버지 이야기를 꺼냈다. 오대식 목사의 부모님과 조부모님은 한국전쟁 때 북한에서 내려왔다. 그의 아버지는 23살의 나이에 일가족 16명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 되었다. 오 목사는 "그 삶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을까. 술 취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셨을 것"이라며, 자신도 어른이 되어 아버지를 이해하고 존경하게 됐다고 했다.

오대식 목사는 "한국 사람이 세계적으로도 음주량이 가장 많다고 한다. 역사가 그렇고 사회 상황이 그랬는데 어쩌겠나. 사람들은 고통을 잊기 위해, 또 간혹 찾아오는 기쁨을 나누고 지속할 수 있는 방편으로 술을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는 단순히 술 마시지 말라는 요구보다, '고통은 잊는, 기쁨은 나누고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이 술밖에 없는 것인가'라고 질문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성경에는 술을 마셨다고 벌 받는다는 말은 없지만, 술로 인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진짜 문제는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했다. 삶의 문제를 술로 풀려는 것이나 돈으로 풀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오대식 목사는 "삶의 문제를 술로 풀려 하는 것을 하나님은 안타까워하신다. 하나님은 '삶의 문제를 나에게 가지고 오라'고 하신다"고 말했다. 하나님을 의지하는 것을 구약에서는 '지혜'라 부르고, 신약에서는 '그리스도로 옷 입는 것', '성령의 충만'이라고 말한다고 했다.

"낮에와 같이 단정히 행하고 방탕하거나 술 취하지 말며 음란하거나 호색하지 말며 다투거나 시기하지 말고 오직 주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고 정욕을 위하여 육신의 일을 도모하지 말라." (로마서 13장 13-14절)

"술 취하지 말라. 이는 방탕한 것이니 오직 성령으로 충만함을 받으라." (에베소서 5장 18절)

마지막으로 오대식 목사는 "술 마시지 말라는 말은 너무 진부하다. 진부하다 못해 성경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술 마시는 집사의 직을 박탈하는 교회가 있다. 그러면서 교회가 돈을 더 의지한다. 그러면 안 된다. 그럴 거면 돈을 의지하는 목사직도 박탈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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