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갖은 말로 목사를 유혹한 다음 돈을 가로챈 사기 사건이 서울 은평구에 있는 한 교회에서 일어났다. 사기 친 사람의 모습(사진 좌측)이 교회 CCTV에 찍힌 모습. 목사는 같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를 부탁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서울 은평구에서 목회하는 A 목사는 얼마 전 억울하고 황당한 일을 겪었다. 교회를 방문한 낯선 이의 말에 속아 현금 30만 원을 사기당한 것. 마이크에 내장된 '칩'을 바꾸면 소리가 좋아진다는 말에, A 목사는 현금 서비스를 받았다.

사기 행각은 7월 20일 교회에서 일어났다. 40대로 추정되는 남성 B 씨가 교회 문을 두드렸다. 그는 목사에게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대구에서 이사 왔다고 말했다. 고려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고, 아내는 숙명여대 피아노과를 나와 교회에서 반주를 한다고 했다. 마침 수요일이니 어머니와 가족을 데리고 수요 기도회에 참석하고, 교회 등록도 하겠다고 말했다.

목사 환심을 산 B 씨가 교회를 둘러보고 싶다고 말했다. B 씨는 교회에 설치된 앰프를 확인하더니 자신을 음향 기기 전문가로 소개했다. 홍대 앞 롯데시네마 음향 전문 담당자로 일한다며 앰프를 한번 봐주겠다고 말했다. 앰프를 살펴보던 B 씨는 기기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마이크 끝에 있는 칩을 바꾸면 소리가 향상될 것이라고 했다. A 목사도 평소 앰프에 문제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인지, B 씨의 말을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B 씨는 신촌에 아는 거래처가 있다면서 자신이 직접 칩을 구입해 설치해 주겠다고 했다. 쉬는 날 마이크 칩을 직접 구매해서 바꿔 주겠다는 B 씨 이야기를 들은 A 목사는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칩을 바꾸는 데 25~26만 원 정도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현금 서비스로 30만 원을 줬다. 두 사람은 차를 타고 신촌으로 이동했다. B 씨는 횡단보도 앞에서 내려 주면 칩을 찾아오겠다고 했다. 돈을 받은 B 씨는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A 목사는 차량을 돌려 약속한 장소에 도착했지만 B 씨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A 목사는 그제야 자신이 사기당한 것을 깨달았다. 교회에 돌아와서 CCTV를 확인했다. B 씨 얼굴과 체형이 흐릿하게 나왔다. A 목사는 "30만 원으로 교회 음향 소리 좋게 하려다 사기를 당했다. 한동안 허망하고 화가 나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돈 30만 원이 문제가 아니다. B 씨는 A 목사를 속이기 위해 철저히 심리를 파고들었다. 일가족 5명이 교회에 등록한다는 말에 흔들렸다. A 목사는 어른·청년 60여 명이 모이는 교회 담임을 맡고 있다. 결정적으로 롯데시네마 음향 전문가라는 말에 넘어갔다. A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동일한 피해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회 속사정에 정통해야 하는 내용까지 알고 있었다. '이명 증서를 가지고 왔다', '안수집사가 되려면 다시 신임을 받아야 하는가', '처음 여기에서 교회를 개척했는가'라는 질문부터 '전도는 관계 전도를 해야 한다', '대구 교회에서 누룽지 전도법을 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말까지 했다. 스스로 앰프와 마이크를 조정하고 설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도 속아 넘어갔다.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주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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