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조위가 언론 보도와 온라인 게시물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왜곡된 언론 보도와 악성 게시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이석태 위원장)는 7월 27일, 언론 보도의 공정성·적정성 및 정보통신망 게시물 등에 의한 피해자 명예훼손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악랄한 범행, 실형은 2건

특조위 조사3과 김인희 조사관이 피해자 명예훼손 유형과 사례를 발표했다. 세월호 참사와 직간접적으로 연루되어 형법상 명예훼손, 사자(死者) 명예훼손,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모욕죄와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음란물 유포죄로 정식재판을 받은 사건은 총 45건이었다.

희생자가 피해자가 된 경우는 명예훼손 2건, 명예훼손과 음란물 유포가 병합된 사건이 1건, 음란물 유포죄 2건, 사자 명예훼손 4건으로 총 9건이었다. 희생자에 대한 범죄의 경우 대부분 성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희생자들이 에어포켓에 갇혀 성행위를 했을 것이라든지, 여고생과 성행위를 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 김인희 조사관이 명예훼손 및 모욕죄 등으로 정식재판이 열린 사례를 모아 발표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생존자가 피해자가 된 경우는 모욕죄 2건이었다. 2015년 초 논란이 됐던 단원고 교복을 입고 어묵을 먹는 사진을 올리며 "친구 먹었다"는 글을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 올린 사건이 그중 하나다. 나머지 하나는 참사 당시 5살이었던 생존자를 성폭행하고 싶다는 글이었다.

유가족이 피해자가 된 경우가 가장 많았다. 명예훼손 4명, 모욕죄로 30명이 재판을 받았다. 아이들 시체로 벼슬에 앉으려고 한다, 거액의 돈을 챙기고 평생 엄청난 혜택을 누리려고 한다는 내용이었다. 유가족을 '종북 좌빨', '선동꾼'이라고 하는 내용도 있었다.

악랄한 범행에도 처벌은 솜방망이였다. 김인희 조사관은 "세월호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훼손·모욕죄로 정식 재판을 받은 경우는 45건에 불과하다. 지금도 세월호 관련 기사에 악성 댓글이 부지기수로 달리고, SNS에 셀 수 없이 많은 모욕성 글이 생성되고 있는 현실에 비하면 초라할 정도로 적다. 이마저도 4건은 공소기각, 선고유예, 무죄로 끝났고, 30건이 50~400만 원 벌금형, 11건이 징역형, 그중에도 9건이 집행유예를 받았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사용한 '트윗덱', 세월호 여론 조작에도

말도 안 되는 게시물은 SNS를 타고 퍼졌다. 한국인사이트연구소 이경현 소장은 세월호와 관련한 트위터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보상 이슈를 중심으로 본 트위터 이슈 전파 양상과 미디어 상호 관계 분석 △여론 조성을 위한 비정상적 SNS 계정 활동 그룹 분석 등 두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 이경현 소장은 세월호를 키워드로 방대한 양의 트윗을 분석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보상 이슈를 중심으로 한 트위터 전파 양상을 확인하기 위해, 연구소는 '세월호 지원', '세월호 보상', '세월호 혜택', '세월호 특례', '세월호 특혜' 등 5가지 키워드로 2014년 4월 16일부터 12월 31일까지 작성된 트윗을 분석했다. 전체적으로는 '세월호 지원'에 대한 트윗이 가장 많았으며, 부정적인 의견을 많이 내놓은 사용자들은 '세월호 보상'이나 '특혜'에 대한 글을 많이 작성했다. 이경현 소장은 "지원에 대한 담론을 특혜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분석 결과, 언론 보도를 기반으로 온라인에서 정보가 확산되고, 이를 통해 SNS에서 여론이 형성되면 언론이 이를 다시 받아쓰는 구조가 발견됐다. 이 구조의 문제점은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언론에 보도되면, 일베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를 근거로 왜곡된 정보를 보태 확산하고, 이 프레임에 맞춰 다시 언론 보도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정원 외 특별 전형'이라는 정확한 말보다 '대입 특례', '특례 입학'이라는 자극적인 말이 뉴스 헤드라인으로 많이 나온 이유다.

▲ 1기에서 관찰된 비정상적 계정 활동 시각화 자료. 가운데 두 개의 계정을 수십 개의 계정이 RT하는 모습. (보고서 갈무리)

'비정상적 SNS 계정 활동 그룹 분석'에서는 세월호 피해자를 비난하는 조직적인 움직임이 포착됐다.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1기: 2014년 4월 16~26일(참사 직후) △2기: 2014년 8월 19~29일(특별법 논의 및 단식 농성) △3기: 2015년 4월 11~21일(참사 1주기)로 구간을 나누고, '세월호'라는 키워드로 작성된 모든 글을 분석했다.

그 결과, 누군가 조직적으로 세월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려 한 흔적이 발견됐다. 보통 트위터 유저들은 여러 사람과 팔로잉-팔로워 관계를 맺고 그들의 트윗을 리트윗(RT)한다. '비정상적'이라는 말은 다른 계정들과 교류하지 않고 한두 개의 계정에서 나오는 트윗에만 반응하는 것이다.

1기 때는 단 2개의 계정에만 반응하는 97개 계정을 발견했다. 2개의 계정이 세월호와 관련한 악성 게시물을 올리면 97개 계정이 이를 RT했다. 2기에서는 1개의 계정에만 반응하는 70개 계정을 발견했다. 역시 조장 계정이 글을 올리면 1~20분 내에 조원 계정이 '동일한 순서로' 조장 계정의 글을 RT하는 식이었다. 가령, 조장 계정이 "김영오 금속노조원, 이혼했음"이라는 글을 작성하면, 조원 계정이 차례로 이를 RT했다. 3기에서는 2기 때 활동했던 하나의 조장 계정이 인지도를 얻어, 조원 계정들이 활동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 트윗덱은 국정원이 대선 개입 때 사용한 프로그램이다. (보고서 갈무리)

조원 계정들은 모두 '트윗덱'이라는 프로그램을 썼다. 트윗덱은 여러 개 계정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고, 특정 트윗에 대한 알림, 팔로워를 그룹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전체 트위터 사용자 중 트윗덱을 사용하는 사람은 1.2% 정도인데, 조원 계정은 100% 이 프로그램을 썼다.

트윗덱은 2012년 대선 당시 국정원이 여론 조작을 위해 사용한 프로그램이다. <한겨레21> 정환봉 기자는 발표회에서, 그동안 국가 기관이 개입해 온라인상에서 여론을 조작한 사례를 들었다.

국정원 대선 개입부터 국군 사이버사령부 여론 조작, 국정원의 보수 단체 지원, '십알단' 불법 선거운동 등이 있었다. 국정원 직원들은 직접 트위터 계정을 통해 트윗을 날리거나 보수 단체에 홍보물이나 광고 문구를, 보수 언론에는 아예 기획 기사를 써서 보내는 등 보수 정권을 위해 위법한 행동을 벌인 바 있다.

생존 학생 88.2% 정신적 고통 호소

단원고등학교 스쿨닥터였던 김은지 교수(정신건강의학 전문의)는 실제 피해 입은 사람들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1차로 생존 학생 34명, 생존 학생 부모와 교직원 32명, 참사 당시 단원고 3학년 학생 37명, 지역 주민 60명 총 16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2차로 생존 학생 6명, 그 부모 3명, 단원고 3학년 학생 6명, 교직원 3명, 지역 주민 3명 총 21명을 심층 면접했다.

설문 조사에서 언론 보도와 인터넷 게시물로 정신적 고통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68.5%, 모욕적인 발언을 실제 생활에서 직접 들었다는 사람은 46.9%였다. 이 때문에 정서적 우울, 불안, 분노를 경험한 사람이 59.5%, 신체적인 고통(두통, 식은땀, 메스꺼움, 소화불량 등)을 겪은 사람은 18.2%였다. 안산, 단원고, 세월호와 관련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부정적인 대우를 받을까 두려워하는 사람도 32.5%나 됐다.

생존 학생의 응답만 따지면 비율이 더욱 높아진다.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는 사람이 88.2%, 우울감·불안 등을 느낀 사람도 61.8%, 단원고 출신인 것이 밝혀지면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움을 느낀 사람이 58.8%, 실제로 불이익을 당했다고 응답한 사람도 32.3%였다.

▲ 김은지 교수는 전 단원고 스쿨닥터로, 생존 학생들을 상담하는 일을 해 왔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피해자를 배려하지 않은 기자들의 취재도 심각했다. 등하교 때 동의 없이 촬영, 모자이크 없이 방송, 인터뷰를 따려고 끈질기게 따라오는 행동, 연락처를 알려 준 적이 없는데 무작정 문자로 오는 인터뷰 요청 등, 취재 윤리를 저버린 기자들의 관행은 설문 조사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주목할 만한 점은, 전체 응답자 중 81.7%가 잘못된 언론 보도를 정정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으며, 80.2%가 악성 게시물도 형사처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신고를 하거나 정정 보도를 청구한 사람은 11%에 그쳤다. 김은지 교수는 "피해자들은 '(그렇게 했다가) 유난 떤다고 하면 어떡하냐', '더 큰 피해가 오면 어떡하냐'고 걱정하며 왜곡 보도와 모욕을 감내했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 조윤호 기자는 "요즘 사람들은 지면이 아니라 포털 사이트나 SNS를 통해 기사를 파편적으로 접한다. 잘못된 기사가 한 번 온라인에 돌기 시작하면 나중에 그게 틀렸다는 기사가 나와도 그 전 기사는 계속 인터넷을 떠돈다. 이렇게 잘못된 기사가 다시 피해자들의 시야에 들어오게 되고 계속 고통을 받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항의하면 기사는 바로잡을 수 있겠지만, 그 기사로 주입된 부정적 인식이나 댓글은 고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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