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을 두고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 평화와통일을위한기독인연대(평통기연)는 7월 25일, 사드 배치에 대해 국회의원과 종교계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인영 의원(더불어민주당), 김종대 의원(정의당), 김준형 교수(한동대학교), 변창배 목사(예장통합 총회 기획국장), 이수봉 사무총장(기독교북한선교회)이 패널로 참가했다.

7월 5일까지만 하더라도 국방부는 사드 배치에 대해 "검토된 바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런데 정부는 3일 후인 8일에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어떻게 된 걸까.

군사 전문가 김종대 의원은 사드 배치가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제재 실패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했다. 6월 28일 중국이 UN 안전보장이사회에 대북 제재 이행 보고서를 제출한 시점부터, 박근혜 정부는 중국이 북한 제재에 협조적이지 않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그 결과 중국을 압박하고 국제정치에서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카드로 사드 배치를 돌발적으로 결정했다고 보았다.

김종대 의원은 야당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사드 대신 북한과 평화적인 협상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논리와 타당성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사드 배치에 대해 당론을 정하지 않는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에도, 사드 배치 찬반 논의가 곤혹스럽다면 더 큰 담론인 동북아 평화를 주제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사드 배치 시기가 내년 12월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충분히 상황이 바뀔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 국방 예산에 한국 사드 배치 비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점과 공공 외교를 하는 미국이 반미 감정을 고려해 정부가 아닌 시민을 설득하려 한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을 보았다. 김종대 의원은 "미국은 정부는 시민의 의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국 정부는 단순히 브로커 역할, 땅값 알아봐 주는 에이전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인영 의원은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짚었다. 현재 사드는 여러모로 사회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사드로 북한 미사일을 막을 수 없다는 유용성 문제가 제기된다. 중국의 경제 보복 가능성, 러시아와의 갈등 상황이 생겨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여러 우려 상황이 있는데도 정부는 사드 배치를 졸속으로 결정했다. 이 의원은 "국회에서 청문회를 열거나 국민 동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 역시 북핵 문제 해결책으로 남북 대결 구도를 벗어나 관계를 진전하는 방식을 내놓았다. 일단 금강산이나 개성공단, 남북정상회담, 고위급 회담을 재개하고 궁극적으로 비핵화, 북미 관계 개선을 풀어 가는 것이 과제라고 했다.

다만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처럼 북핵을 용인하는 듯한 '전략주의적 배려'는 지양한다고 밝혔다. 북핵은 어떤 식으로 용인될 수 없다며 비핵화라는 확고한 원칙 아래 남북·북미 관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형 교수는 정부가 여론을 대하는 태도를 지적했다. 사드가 배치되면 국제사회에서 갈등 관계가 지속된다고 보았다. 그는 "마치 좀비에 물린 것" 같다며 한 번 빠지면 헤어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런 사안을 '님비', '외부 세력', '애국-비애국', '좌파'라는 말로 이념화, 단순화해서 정작 다뤄져야 하는 문제는 보지 못하게 한다고 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남은 임기 1년 반 동안 사드 배치를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핵실험을 중단하는 '핵 동결'이나 '비핵화'로 가는 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만, 한국이 이 문제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에서는 국회 비준을 요구하고 사회에서는 시민운동으로 반대 의견을 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막지 못하면 야당들도 역사의 죄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수봉 사무총장은 사드를 배치하고 무기를 고도화해서 북한의 위협에서 벗어나자는 주장은 기본 입장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무기를 많이 준비하는 게 평화를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이것은 전쟁의 가능성을 더 높이는 것뿐이라고 했다. 무기를 무기로 대처하려고 하니 사드 외 대안이 보이지 않는 것이라 말했다. 성경에 나오는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처럼 근본적으로 원수를 미워하면 해결책이 없고 피해가 본인에게도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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