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당시, 신실함의 대표 주자가 있었다. 바리새인들이었다. 그들은 신실했다. 거룩했다. 율법이 제시하는 삶의 지침들에 충실했다. 그들은 분명 유대 사회에서 존경받는 사람들이었다. 예수는 그럼에도 이들을 힐난했다(마 23). 무슨 이유인가? 그들의 분리적 사고 때문이다.

바리새인이란 말 안에는 '분리되다'란 뜻이 함의되어 있다. 이들은 종교 행위로 자신들의 지위와 거룩성을 다른 이들과 분리시켰다. 그들은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우린 너희와 달라' 그들은 자신들만의 두터운 경계의 벽을 세웠다. 성(聖)과 속(俗), 교회와 세상, 구원받은 자와 그렇지 못한 자, 남자와 여자, 종교와 민족, 이념이란 장벽을 세운 채 그들만의 하나님을 예배했다.

예수는 달랐다. 그는 경계의 장벽을 허물었다. 그 당시 율법과 종교, 사회가 규정한 죄인들의 친구가 되어 주었다. 사람과 만남 그 자체를 목적으로 대하며 신음하는 생명에 새로운 생명을 북돋아주었다. 예수가 보여준 신실함과 거룩함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것은 자기 우월주의에 도취된 분리적 삶이 아니다. 순전한 겸손함과 차고 넘치는 자비심으로 세상의 고난에 녹아지는 조화와 일치(一致), 평화의 삶이다.

이와 같은 예수의 거룩함을 따르기 위해 힘쓰는 목사가 있다. 교회, 세대, 지역의 벽을 허물고 하나님나라를 이 땅에 실현하려 애쓰는 교회가 있다. 지역사회에 당면한 문제를 끌어안고 종교를 넘어 함께 아파하고 고민하는 공동체와 목사가 있다. 전남 화순에 위치한 신실한교회와 정경옥 담임목사다.

▲ 신실한교회 담임 정경옥 목사를 만났다. (사진 제공 김문선)

신실한교회에 도착한 후, 정 목사와 인사를 나눴다. 따뜻한 웃음으로 환대해 주었다. 그의 목회 이야기를 들으며 '고향'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교회 이름처럼 그는 신실한 사랑으로 한 영혼을 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오고 싶고, 올 수 있는 고향 같은 공동체를 만들려고 18년이란 시간을 성실히 걸어왔다.

숫자의 결과가 전부는 아니다. 그럼에도 그가 신실함을 향해 노력한 결과이기도 하다. 현재 100여 명의 장년 성도와 교회학교 학생들이 모여 함께 예수의 길을 따르고 있다.

교회 풍경은 아기자기하다. 마치 아이들 놀이터 같다. 푸른 잔디밭 위 그네와 미끄럼틀, 토끼와 닭, 풀, 곤충, 도서관과 테라스가 어우러져 있다. 쉼과 놀이, 어린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만드는 풍경이다. 그렇다.

정 목사는 개척 초기부터 어린 영혼들에게 관심을 쏟았다. 그는 말한다. "아이들에게 보여 주고 싶은 것이 많습니다. 그래서 동물과 곤충도 키웁니다. 로봇 학교와 마을 도서관 운영, 영어 캠프 등을 정기적으로 개최합니다." 그의 관심 때문일까? 아이들에게 신실한교회의 문턱은 낮다. 하굣길에도 놀다갈 수 있는 편안한 곳이다.

▲ 놀이터와 아이들이 로봇 학교에서 활동하는 모습. (사진 제공 신실한교회)
▲ 마을 도서관 풍경. (사진 제공 신실한교회)

정 목사 개인이 경험한 교회 이미지는 따뜻하다. 어린 시절부터 고향을 찾은 교회 선배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사랑을 받았다. 서로 고민과 삶을 나누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는 생명의 공동체가 교회임을 깨달았다. 이와 같은 교회에 대한 좋은 추억이 목회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었다.

그는 관계 중심 목회를 지향한다. 친밀한 사귐과 인격적 교제를 바탕으로 세워지는 만남을 목회의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그는 말한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잃어버린 모습이 있습니다. 바로 공동체성입니다. 교회 안에서의 친밀한 관계, 더 나아가 지역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공동체성 회복이 시급합니다."

특별히 정 목사는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공동체성을 형성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었다. 정기적인 마을 청소, 지역 어르신 초청 잔치, 마을 바자회 등 다양한 목회 프로그램을 이용해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있다.

▲ 마을 바자회. (사진 제공 신실한교회)

또한 지역사회에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한다. 지역 경제 활성화와 문화 사업을 위해 목사가 아닌 지역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처음엔 목사란 타이틀 때문에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이들도 있었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그의 진정성이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이젠 현장에 가면 사람들이 먼저 다가온다. 활발한 대화와 토론을 나누고 지역사회에 당면한 문제 해결의 길을 함께 모색한다.

지역사회를 향한 관심의 열매로 2013년 '힐링알토스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힐링알토스는 건강한 먹을거리를 만들어 사회에 공헌하고 이윤 창출을 통한 제2의 선교 사업을 목적으로 한다. 협동조합을 만들게 된 이유를 물었다. "지역사회와 공생을 위한 접촉점을 찾았습니다. 교회는 종교 단체이기 때문에 다른 사업을 진행하는 데 행정적인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하나님나라의 방식대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길이 협동조합 안에 있었습니다."

▲ 힐링알토스협동조합에서 판매하는 물품들. (사진 제공 김문선)

신실하게 달려온 18년의 목회 여정이다. 예수처럼 경계의 벽을 허물고 사람과 세상에 녹아들어 가기 위해 걸어온 시간이다. 장 목사는 협동조합과 공동체 사역으로 더 많은 것을 나누고 싶다고 말한다. 농촌 교회 자립을 돕고 지역사회 성장을 돕는 디딤돌이 되길 자청한다. 그의 기대와 소망이 현실이 되리라 믿는다. 지나온 헌신과 눈물이 씨앗이 되어 농촌 교회와 농촌 사회 안에 하나님나라의 열매가 맺힐 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 생명의 먹을거리 구입하고 농촌 교회도 돕는 생명의 망 잇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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