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자본주의 사회는 돈이 권력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성공한 인물로 꼽힌다. 재벌에 대한 좋지 않은 시각이 있지만, 어쨌든 이 회장은 삼성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킨 사람으로 평가된다.

많은 사람의 롤모델이었던 이건희 회장. 그러나 뉴스타파 보도로 드러난 성매매 의혹은 이 회장의 화려한 성공 뒤에 가려진 어두운 면을 보여 주었다. 이 회장 문제로 세간이 떠들썩한 지금, 기독교인들은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교계 지도자들에게 물어보았다.

▲ 성공 신화 이건희 회장은 여성 3~4명을 자택으로 불러 성매매를 해 온 의혹을 받고 있다. (뉴스타파 영상 갈무리)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박득훈 목사(새맘교회)는 "(이건희 회장은) 엄청난 성공을 거뒀지만 결국 자신의 욕망을 그렇게 천박하게 배설하고 있었다. 재벌뿐 아니라 물질적으로 성공한 목회자도 성매매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성공한 사람들의 심리적 허전함, 허망함을 보여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또 "자본주의의 폐해는 결국 모든 것을 상품화한다는 거다. 이번에도 돈만 있으면 여성을 상품으로 취급하는 현실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자본주의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려신학대학원 박영돈 교수(조직신학)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라는 맘몬 신의 위력은 점점 막강해진다. 거의 전능성을 가진 것 같다.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돈으로 통한다. 맘몬 신은 하나님도 주지 못하는 권력과 부귀와 쾌락을 안겨 준다. 그러나 고귀한 인간성을 쓰레기처럼 완전히 꾸겨 버린다. 이 사회의 정치가, 법조인, 재벌, 목사까지도 맘몬 신에 헌신하다 추하게 망가진 꼴을 자주 본다"고 했다. 그는 "하나님은 맘몬 신처럼 우리에게 권력과 부귀와 쾌락을 선사하지는 못하나 아름다운 인간의 형상을 되돌려 주신다"고 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임성빈 교수(기독교윤리)는 "인간의 성취가 아무리 커도 기본적인 욕망을 제어하기 쉽지 않다. 크게 성공했지만 그만큼 허탈감과 욕망이 동반됐다. 인간의 본질, 한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봤다"고 했다. 임 교수는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는 건 지난한 과정이다. 온전한 인간 됨이라는 것은 물질만으로 되지 않는다.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살고 있지만,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 전체의 부패를 꼬집은 사람도 있었다. 나들목교회 김형국 목사는 "이건희 회장이 기득권층으로서 행동을 조심해야 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역사 속에서 지도층이 도덕성을 가진 적은 별로 없었다. 한국 사회 전체가 부패한 상황에서 과연 이 회장에게 도덕성과 진실성(integrity)을 요구할 수 있는 요건이 되나 싶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 전반적으로 성 윤리가 무너졌다. 대중들은 TV를 보며 돈 안 드는 성을 구매한다. 돈이 그만큼 없을 뿐 한국 남자 대부분이 그런 지향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신기한 수준이다"며 안타까워했다.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김진호 목사는 "권력이 집중될수록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을 것이고 운신의 폭도 좁아졌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병적인 성애를 가지게 된 거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군주제, 독재 정부의 권력자들은 항상 윤리적인 파탄을 보였다.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라기보다 비정상적으로 권력이 집중되는 것이 문제다. 이건희 회장의 성 스캔들은 기업이 권력을 세습하면서 생긴 많은 폐단 중 하나일 뿐이다. 이 회장 문제를 들추는 것보다 권력이 과도 집중된 현상, 견제받지 않는 권력 시스템을 개선해 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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