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성주가 아니면 아무 데도 할 수 없다. 이렇게 된 마당에 어디에 배치하겠나. 하지만 우리는 북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드를 배치할 수밖에 없다. 지역이기주의를 넘어서야 한다."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성주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반대하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니었다. 7월 19일, 기자는 성주기독교연합회 전현직 임원 목사들에게 전화했다. 연합회 차원에서는 반대 운동에 동참하고 있었지만 목회자들 개개인의 생각은 달랐다.

연합회 회장 임남식 목사는 "반대 운동도 하고 있지만 이제 어쩔 수 없을 듯하다. 하나님의 역사 속에서 잘 해결되기를 기도할 뿐"이라며 체념하는 입장을 보였다. 성주에 사드 배치를 반대한 것인지 사드 배치 자체를 반대한 것인지 묻자 "나라가 있어야 지자체도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드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 사람들(정부)이 잘 고려해서 결정하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지역이기주의를 넘어 이제는 사드 배치를 인정해야 한다고 한 사람은 연합회 전 회장 홍성헌 목사였다. 사드가 한반도 평화는커녕 국제 관계에 긴장을 유발한다는 주장에 대해, 그는 "사드는 어디까지나 방어용이다. 우리나라는 선제공격한 적 없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다. 나라를 위해 누구는 감수해야 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제는 정부가 후속 조치를 강구해야 할 때라고 했다.

홍 목사는 성주에 외부 세력이 들어와 있다고도 했다. "국무총리에게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지금 성주에는 선동하는 세력이 들어와 있다. 그들은 북한의 위험한 불장난을 감지 못 한다. 사상이 삐딱한 게 문제다"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의 소통 부재는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너무 안일하게 접근했다. 단편적이고 획일적이었다.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작업이 없었다. 작은 교회를 목회해도 그렇게 안 한다. 아마추어 수준이었다. 군사기밀이라 발표 안 했다는 말은 납득할 수 없다. 어차피 이렇게 되면 다 알게 되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 사드 배치 반대 시위를 벌이는 성주군민. ⓒ뉴스앤조이 이용필

사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이런 식의 강행에는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 연합회 부회장 김종화 목사는 "행정절차가 너무 갑작스러웠다. 성주는 원래 후보군에도 없던 지역 아닌가. 이렇게 갑자기 확정 발표를 해 버리니 주민들이 의아해하고 당황스러운 게 당연하다. 안전성 문제가 담보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누가 반기겠나. 배신감을 느끼는 주민이 많다"고 말했다.

성난 민심에 따라 성주기독교연합회는 공식적으로 성주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했다. 연합회 이름으로 반대 현수막을 지역 곳곳에 걸었다. 연합회 소속 55개 교회에 공문을 보내 반대 서명운동에 동참해 달라고 했다. 연합회는 8월 4일까지 서명을 취합해 군청에 제출할 계획이다.

전반적인 민심은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정부와 여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대다수인 지역 특성상 주민들은 혼란해하고 있었다. 그만큼 여러 스펙트럼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화 목사는 "국민 여론이 분분한 것처럼 성주에도 사드가 한반도의 긴장을 유발한다는 사람도 있고 사드 자체는 꼭 필요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회 서기 임종훈 목사도 "세대별로 차이가 큰 것 같다. 30~40대 젊은 사람들은 성주뿐만 아니라 사드 배치 자체를 반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50대 이상은 이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목회자들도 마찬가지다"라고 전했다.

그는 "사드가 정말 국가에 유익이 되는지 나는 전문가가 아니라 뭐라고 못 하겠다. 하지만 정부가 절차를 무시했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경주에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을 지을 때도 결국 정부가 강행했지만 적어도 공청회는 했다. 성주에서는 공청회는커녕 군 대표들과 면담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 "성주에 배치한다고 해도 정부가 발표한 곳은 적절하지 않다. 군청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이 때문에 반대가 심하다"고 했다.

한편, 교계는 보수와 진보가 상반된 입장을 내비쳤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이영훈 대표회장)는 7월 18일 성명을 발표해, 한반도 안정과 국제 평화를 위해 사드 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김영주 총무)는 19일, 사드는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막는 데 실효성이 없으며 국제 관계의 긴장만 유발한다는 반대 입장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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