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화재를 겪은 춘천중앙교회 지붕은 뻥 뚫렸다. 춘천소방서 관계자는 "본당에 인화성 물질이 많았고, 열기가 팽창하면서 지붕이 뚫렸다. 이후 공기가 들어오면서 불길이 더 세졌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대형 화재가 발생한 후 처음 맞는 아침, 춘천중앙교회 일대는 여전히 매캐한 탄내가 났다. 깨진 유리창 사이로 새까맣게 변한 골조가 간간이 보였다. 타다 남은 재들은 바람에 날아가 여기저기 퍼졌다. 재는 인근 아파트 옥상에도 앉았다.

교회에 들어서자 경찰, 소방관, 교회 관계자가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추가 붕괴 우려가 있어 외부인 출입은 차단됐고, 폴리스 라인 안으로 소방서·경찰·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가 합동 감식을 위해 드나들었다. 교회 건물 입구에는 "본당 예배실은 전소되었다"는 안내 문구가 붙었다.

몇몇 여성 교인은 교회 입구에서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안아 주기도 했다. 부교역자들과 일부 교인은 화재 영향을 받지 않은 교육관 건물에 임시 사무실을 만드느라 분주했다. 모든 건물은 정전돼 어두컴컴한 상태였다.

교회 관계자 대부분은 이번 사고에 대한 언급을 꺼렸다. 담임 권오서 목사는 "향후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부목사도 "지금으로서는 정해진 계획이 없고, 일단 국과수 감식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짧게 말했다. 교인들도 "다른 분께 물어보면 좋겠다"며 대부분 대답을 피했다.

교회 주차장에 앉아 교회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남성 교인 두 명은 "춘천중앙교회는 강원도 전체 지역의 모교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0년 이상 됐고 지역 선교에 앞장서 왔다"고 교회를 소개했다. 그들은 어제 저녁에 많은 교인들이 와서 화재 현장을 보며 기도하고 오열했고, 오늘 새벽 기도 시간에도 많이 나와 기도했다고 말했다. "본당이 없으면 옛날 교회 지을 때처럼 노천에서 예배드리면 된다"며 이번 재난에 의연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화재가 난 기독교대한감리회 춘천중앙교회는 118년 역사를 자랑하고, 재적 교인 6,000~7,000명 규모에 1년 결산이 30억 원대인, 춘천뿐 아니라 강원 지역 대표 대형 교회다. 이 교회 담임인 권오서 목사 또한 교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권 목사는 기독교대한감리회 동부연회 감독, CBS 이사장, 감리교신학대학교 이사장을 역임했고 2012년 장정개정위원장을 맡아 교계 최초로 세습방지법을 통과시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 재난을 겪은 교회 분위기는 침통하다. 교회 관계자들은 사건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면서 향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대형 화재…"뜨거운 공기 팽창해 지붕 터져"

현장에서 만난 춘천소방서 관계자는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대형 화재라고 말했다. 18일 저녁 화재 진압을 위해 관내 모든 소방 인력뿐 아니라 양구, 인제, 가평 등 인근 소방 인력까지 동원됐다고 말했다.

화재 진압이 어려웠던 이유에 대해 그는 "본당 내 불에 잘 타는 재질의 물체들이 많이 있었고, 매연 때문에 시야 확보에 어려움이 많아 대원들이 진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불길이 점점 커지며 내부 공기가 팽창했고, 임계점에 다다르면서 본당 지붕이 '펑' 소리와 함께 터졌다. 터진 공간으로 공기가 유입되면서 불길은 더 세졌다.

이 관계자는 "본당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더라면 화재가 커지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최초 발화 지점이 4층 방송실이고, 전기 누전으로 발화했을 것이라는 보도에 대해서도 언론들이 좀 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무래도 언론이 화재 원인에 관심이 많다 보니 그렇게 다룰 수 있지만, 원인을 단정할 수는 없다. 감식해 봐야 정확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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