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하나님은 왜 아픈 사람을 그냥 보고만 계세요?" 
"우리 할아버지는 예수님 안 믿고 돌아가셨는데 그럼 할아버지는 지금 지옥에 계세요?"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교회학교 교사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이들이 쏟아 내는 난감한 질문에 말문이 막혀 본 적 있을 것이다. 성경을 읽고 신학을 배우면서도 끝내 시원하게 답할 수 없는 질문이 있다.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어른이 던지는 질문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던지는 물음에 속 시원하게 답하기 힘들다 하더라도 너무 속상해하지 말자. 진리는 언제나 풀리지 않는 의문과 함께 찾아오는 법이니까.

▲ <터프 토픽스>(새물결플러스)는 기독교인이라면 의문을 가질 법한 질문 25가지에 대한 답을 모아 놓은 책이다. <터프 토픽스> / 샘 스톰스 지음 / 새물결플러스 펴냄 / 488쪽 / 2만 원 ⓒ뉴스앤조이 이은혜

새물결플러스에서 출간한 <터프 토픽스(Tough topics)>를 단어 뜻 그대로 풀면 '힘든 주제들' 정도가 되겠다. 누군가 기독교에 대해 물었을 때 대답하기 어려운 주제 25가지를 골랐다. 그래서 부제도 '기독교 난제 25가지'다.

저자 샘 스톰스(Sam Storms)는 칼뱅주의(개혁주의) 입장에 선 신학자다. 연구실에서만 신학을 공부한 건 아니다. 현장에서 목사로 사역했다. 지나치게 어렵지 않고, 삶과 동떨어지지 않은 주제를 다룬 것은 그의 이력 때문일 것이다. 스톰스는 은사주의자기도 하다. 개혁주의와 은사주의가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그는 목회 현장에서 성령의 역사를 체험했다. 책 곳곳에서 그의 균형감을 엿볼 수 있다.

스톰스는 서문에서, 책이 소개하는 여러 질문에 많은 기독교인들이 "그렇다", "아니다"라는 대답조차 필요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라 했다. 그럼에도 그는 "성경 속의 어려운 본문들, 난제들과 씨름해야만 한다. 그럴 때에만 사고하는 능력이 연마되고, 정신은 확장되며, 영혼은 풍성해지고, 마음은 위대하신 하나님과 구세주의 신비한 역사를 이해하게 되었다는 환희와 희열로 충만해질 것"이라고 했다.

명쾌한 답보다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

책은 1장부터 쉽지 않은 질문으로 시작한다. "성경은 무오한 책일까?" 많은 교단이 디모데후서 3장을 인용하며 성경 66권은 전부 하나님의 영감을 받아 쓰인 것으로 한 글자도 잘못된 것이 없다는 '성경 무오설'을 인정한다. 저자 스톰스는 이 주장을 다양한 관점으로 설명한다. 사도 바울이 이 구절을 쓸 때 생각했던 '성경' 범위부터 짚고, 성경 무오성에 대한 오해를 설명한다.

이어지는 질문도 만만치 않다. 4장 '예수님도 자신의 마음을 바꾸실 수 있었을까', 6장 '성령 모독 죄란 무엇일까', 8장 '유아기에 사망한 아이들도 구원을 받을 수 있을까', 9장 '예수님의 이름을 들어 보지 못한 사람도 그분을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죄받을까' 등이다.

목록 중에 눈에 띄는 주제가 있다. 17장 '천국에도 섹스가 있을까'다. 스톰스는 자신의 본성을 포함해 인간의 본성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이 주제를 흥미롭게 여겼을 것이라 했다. 사실 '천국에 간 사람은 어떤 모습으로 사는가'는 나도 궁금한 주제다. 이 장을 읽으며 저자의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저자는 "하늘에서는 몸이 없을 거라고 추호도 생각지 말라"고 말한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천국에 가면 몸이 없는 유령 같은 모습으로 살 것이라 상상하겠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천국에는 남성과 여성도 없느냐는 질문에도 저자는 "아니오"라고 답한다. 그는 '섹스'가 천국에 있느냐 없느냐는 질문보다 그 천국에 '당신'이 있을 것인지가 중요하게 생각할 부분이라고 했다.

책 후반부에는 기적·성령·은사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기적의 은사는 오늘날에도 있을까', '성령 세례는 무엇이고 언제 일어날까' 등이다. '방언'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성령 집회에 가면 "방언 받았어?"라는 말을 흔히 듣는다. 바울은 그렇지 않다고 했지만 일부 기독교인은 방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신실한 기독교인이라고 생각한다.

20장 '모든 그리스도인은 방언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스톰스는 "아니오"라고 말한다. 방언 문제는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논쟁이다. 그는 '아니오'라고 답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고린도전서 12:7-11에 따르면, 언급된 다른 은사들과 마찬가지로 방언 역시 성령이 그의 뜻대로 각 사람에게 나누어 주시는 것이다. 바울이 뜻한 바가 '모든 사람'이 방언의 은사를 경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면, 그는 왜 '어떤 사람에게는…다른 사람에게는…어떤 사람에게는…' 등의 표현을 사용했겠는가. 다른 말로 하면, 바울은 성령이 그리스도인들을 주권적으로 구별하셔서 이 사람에게는 한 가지 혹은 그 이상의 은사를, 저 사람에게는 또 다른 은사를, 그다음 사람에게도 다른 은사를 주신다는 사실을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398쪽)

25가지 난제는 쉽게 풀리지 않는 질문이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저자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신학자이자 목사가 평생 씨름해서 내놓은 대답을 들으며, 그동안 회피해 온 질문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것 또한 이 책이 주는 유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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