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제 상황이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예수 천당 불신 지옥." 자기 키보다 큰 현수막을 이고 다니는 사람을 보았는가. 어깨띠를 두르고 지하철 칸을 옮겨 다니며 쉬지 않고 떠드는 사람을 보았는가. 군복을 입고 한 손에는 팻말, 한 손에는 총을 들고 있는 사람을 보았는가.

'저건 좀 아니다' 싶지만 이 명제 자체를 틀렸다고 말하는 기독교인은 드물 것이다. 얼마나 잘 풀어서 설명하느냐의 문제이지, 예수를 믿어야 천국에 가고 믿지 않으면 결국 지옥에 간다는 명제는 기독교인의 머릿속에 깊이 뿌리박혀 있다.

명쾌하지만 단순하지는 않다. 명제가 아니라 인생의 문제로 다가올 때는 차마 이 말을 하기가 어렵다. 먼저 죽은 가족 중에 믿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사랑했던 사람이 국가의 무능으로, 권력자의 폭력으로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면? "안타깝지만 당신의 아버지는 지옥에 갔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정신병원에 가 봐야 할 것이다.

▲ 이런 사람도 있다. (구글 이미지 갈무리)

<불신 지옥을 넘어서>(홍성사) 저자 서성광 목사는 "어쨌든 믿지 않는 사람은 모두 지옥에 간다"는 명제를 '교조적 불신 지옥'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이 교조적 불신 지옥을 파고들어가 보면 감당할 수 없는 문제들이 도출된다고 말한다.

"'핵전쟁에 의한 인류 멸망이 다수 인류에게는 좋다. 기독교가 소수파인 곳에서 낙태는 권장되어야 하고 유아 살해자는 칭송받아야 한다. 불신자들이 대다수인 인종이나 민족은 집단 개종을 하지 않으면 차라리 세상에서 멸절시키는 것이 그들 종족의 미래를 위해서 유익하다'는 말을 들으면 미친 소리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명제가 참이라면 그 헛소리가 개연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충격적이다.

1.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사람은 모두 지옥에 간다.
2. 그 지옥은 영원히 끔찍한 고통을 당하는 곳이다.
3. 2~3세 이전에 죽은 불신 아이들이 어떻게 되는지는 성경이 말하지 않지만 지옥에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위의 세 명제는 대다수 복음주의자들이 믿는다. 1, 2번은 공식적인 신학이고 3번은 막연하게나마 다수가 믿고 있는 믿음이다. 교조화된 불신 지옥의 논리를 일관되게 따라갈 때 제기되는 앞서의 문제에 대해 복음주의는 아직까지 명확한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사실 복음주의 윤리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는 질문임에도 회피만 해 왔다." (40~41쪽)

▲ <불신 지옥을 넘어서> / 서성광 지음 / 홍성사 펴냄 / 176쪽 / 1만 원

저자 서성광 목사는 흔히 말하는 '자유주의자'가 아니다. 그는 모태신앙으로 중학교 때 목사가 될 것을 서원한 사람이다. 고신대를 나와 전통 교회에서 목회를 해 왔다. 전형적인 복음주의자, 개혁주의자다. 그가 자신의 논지를 전개해 나갈 때도 자유주의자가 아닌 저명한 개혁주의자들의 저서를 참고한다.

성경과 전통적인 개혁주의적 해석을 따라가도 교조적 불신 지옥은 문제가 있다는 게 서성광 목사의 설명이다. 지옥이 없다거나 결국 모든 사람이 천국에 갈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지옥은 있다. 그러나 성경이 말하는 '지옥(게헨나)'은 보통의 한국 크리스천들이 알고 있는 그런 지옥이 아니다.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는 것 같지만, 그의 논리는 전통적인 그리스도인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다. 책은 160페이지로 분량도 짧고 지나치게 학술적이지도 않다. 지옥에 대한 논의는 결국 천국과 부활, 구원에 관한 새로운 인식을 요구한다. 나아가 기독교인들이 믿지 않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