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기독교방송(CBS), 대한기독교서회 등 이른바 교회연합기관 빅3 가운데 수장 선출이 완전히 마무리된 기관은 KNCC 뿐이다. 교회협 총무는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소속 백도웅 목사가 단독 출마해 무난히 총무에 당선됐다.

그러나 나머지 두 개 기관은 아직도 혼전 속에 제대로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특히 CBS는 권호경 사장 3연임설이 굳어지고 있는 가운데, 예장통합측이 교단 차원에서 강력하게 지지를 보내고 있는 고무송 목사(기독공보 사장)가 단신으로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상황이다.

고 목사는 공중파와 일간지 기자 경력 및 선교학 박사 학위 소지 그리고 기독공보를 성공적으로 경영한 경력 등을 앞세워 CBS 사장직을 제대로 소화해 낼 수 있는 '준비된 사장 후보'라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CBS 사장 선임 향방을 좌우하는 재단이사장 표용은 목사의 '표심'이 이미 권 사장에게 쏠렸다는 평판이 자자한 만큼 일단 '대권'의 향방은 권 사장에게 유리하다. 그러나 최근 방송위원회의 CBS 위성TV 등록취소 결정 및 권 사장이 검찰에 고소 당한 사실은 불리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 CBS 노조(위원장:민경중)가 6.26 노사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사장청빙위원회에서 사장을 뽑지 않을 경우 방송중단 및 재단이사회 장소 무단저지 등 강력한 실력행사에 나설 것으로 보여, 권 사장 3연임 기도는 결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CBS 노조는 "재단이사회가 노조와의 약속을 어기고 끝내 권호경 사장의 3연임을 결정할 경우 방송 자체를 중단시키는 옥쇄(玉碎) 투쟁을 전개해 나갈 방침이며, 이로 인해 파생되는 모든 사태의 책임은 약속을 지키지 않은 재단이사회 측에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민경중 노조위원장은 7일부터 KNCC 총무실에서 무기한 농성을 벌이고 있으며 노조원은 14일 새벽 3시를 기해 총파업에 돌입, CBS 사장 선임은 CBS 전체 사운이 달린 사태로 비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한기독교서회 사장 선임 국면도 여전히 짙은 안개 속에 묻혀 있다. 최근 서회 인선위원회는 예장통합측 이명남 목사(KNCC 교회와사회위원회 위원장), 기독교대한감리회의 정지강 목사(기독교타임즈 주필), 한국기독교장로회  성해용 목사(총회교육원 원장),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조만 목사 등 4명 중에서 기감측과 기장측 후보 두 명을 실행위원회에 추천했다.

인선위원회가 각 교단에서 추천한 후보 중 일부를 탈락시킨 것은 드문 일. 따라서 예장통합측은 자교단 후보가 최종 투표 단계에 이르기도 전에 인선위원회 결정 과정에서부터 탈락한 것에 매우 충격에 휩싸여 있으며, 내심 커다란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통합측의 불편한 심기가 향후 사장 선거 과정에서 분쟁의 불씨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열린 서회 실행위원회는 이 같은 인선위원회 결정에 대해 일부 논란을 벌이긴 했지만 그대로 28일 열리는 재단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결정해, 이 모든 '뜨거운 감자'를 해결해야 하는 부담은 모두 이사회에 넘겨지게 됐다.  

그러나 현재의 분위기를 감안한다면 이사회에서 사장이 반드시 선출된다는 보장도 할 수 없는 상태다. 사장에 선출되기 위해서는 출석 이사 과반수 득표를 얻어야 하지만, 통합측 이사를 포함한 몇몇 이사들이 표결에 제대로 임하지 않을 경우 후보 두 사람 중 아무도 과반수를 얻지 못할 상황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실제로 나타나면 사장 선임이 연기될 수밖에 없다.        

한편 전통적으로 연합기관 빅3에는 들지 못하지만 보수교단 연합체로써 최근 그 위상이 급상승하고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도 빅3 못지 않은 대표회장 경선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한기총 대표는 과거 교단 안배에 따라 선출되는 관례 속에 별다른 경선이나 투표 과정없이 전형위원회에서 후보를 인선하고 실행위원회를 거쳐 총회에서 인준하는 절차를 밟았다. 그러나 올해는 난데없이 몇몇 후보가 교단의 지지 속에 한기총 대표에 공식적으로 출사표를 던졌는가 하면 과거 KNCC 대표회장 출신 목회자 마저 출마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현재 예장대신 소속 양용주 목사(청파중앙교회)가 가장 먼저 후보 출마 의사를 드러내면서 공식적인 후원회를 결성했고, 이어 예장고신 최해일 목사와 예장통합 김기수 목사 등도 뒤를 이어 후보대열에 참여했다. 또 예장통합 박종순 목사 역시 출마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4파전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가 이렇게 과열양상을 보이면서 전통적인 대표선출 관행에 어떤 변화의 조짐도 엿보이고 있다. 과거처럼 전형위원회에서 인선이 거의 결정될 경우 출마자들의 강력한 불만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기총 한 관계자에 따르면 전형위원회를 구성하지 않고 총회에서 직접 투표로 대표를 뽑는 방안이 조심스럽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기총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12월 말 개최되는 실행위원회에 최종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한기총 대표회장 자리를 놓고 이렇게 뜨거운 경쟁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한기총의 위상이 과거에 비해 훨씬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989년 결성된 한기총은 공교단 외에도 개인이나 단체를 회원으로 받아 들였기 때문에 KNCC와 같은 진정한 공교회 연합체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그러나 꾸준히 회원을 확장하고 이단 대책 활동은 물론 사회 전반에 걸쳐 활동 영역을 넓히면서 입지를 강화해 왔다. 이런 활동 덕에 한기총 대표의 지위 마저 덩달아 상승, 총회장을 지낸 원로급 목회자 가운데 한기총 대표를 해 보는 것을 일종의 명예로 생각하는 경향이 농후해 진 것.

따라서 이런 프리미엄 덕분에 한기총 대표 자리를 놓고 뜨거운 경쟁이 벌어지게 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기총 대표를 최종 선출하는 총회는 2002년 1월 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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