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을 보면 굴속인데도 싹이 나고 있습니다. '저 싹이야말로 한국 민주주의의 상징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반헌법행위자열전(반헌법) 편찬 사업 1주년 기념 기자회견에서 한홍구 교수(성공회대)가 말했다. 민간인 학살로 평가되는 경산 코발트 광산 사건 발굴 당시 현장 사진. 흙더미에 드러난 유골 위에 작은 풀이 돋아나 있었다.

7월 13일 프레스센터 19층에서 반헌법 사업 1주년 기념 기자회견이 열렸다. 반헌법 사업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헌법의 가치와 정신을 파괴한 이들의 행적을 기록하는 일이다. 한 교수는 반헌법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이 사업은 평화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평박)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 반헌법행위자열전편찬위원회가 7월 1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외적으로는 한국 민주주의를 위한 사업을 진행하는 평박이지만, 내부는 실질적 운영자 한홍구 교수와 실무 활동가들의 갈등이 짓물러 터져 나온 상태다. 지난 5월 외부로 표출된 평박 내부 갈등은, 현재 실무 활동가인 석미화 사무처장과 최성준 총무가 이사 한홍구 교수와 이사장 이해동 목사를 고소하면서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이날도 기자회견장 앞에는 평박 활동가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피켓 시위를 했다. 이 중에는 평박 이사였던 장혜옥 전 전교조 위원장도 있었다. 피켓에는 "평화박물관은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합니다", "한홍구 1인 독재의 평화박물관 이젠 바꿔야 할 때!", "반헌법 사업 중요합니다 평화박물관도 중요합니다", "청년 노동자에 대한 갑질 폭력이야말로 반헌법 행위입니다"라고 써 있었다.

▲ 평박을 비롯한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평박의 실질적 운영자 한홍구 교수를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유인물을 나눠 줬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기자회견에는 한홍구 교수, 이해동 목사 외에도 학계 원로들이 공동대표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 김정헌 전 문화예술위원장이 참석했다. 기자회견장에 들어가는 이만열 교수와 김정헌 화백은 시위하는 활동가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며, "지금 여기가 어떤 자리인 줄 아느냐", "이게 맞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말했다.

한홍구 교수는 평박 활동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렸다. 기자가 밖에서 활동가들이 규탄하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지만, 그는 "기자회견해야 하니 다음에 물어보라"고 말했다. 이해동 목사는 "그냥 놔둬야지 뭘 어떻게 하겠느냐. (활동가들이) 비본질적인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짧게 말했다.

▲ 평박 이사 한홍구 교수(사진 위)와 이사장 이해동 목사. ⓒ뉴스앤조이 구권효

기자회견은 별 탈 없이 진행되었다. 반헌법 행위자 집중 검토 대상자 1차 명단 99명을 발표했다. 반헌법행위자열전편찬위원회는 △민간인 학살 △내란 △고문·조작 △부정선거 네 파트로 나눠 명단을 구성했다. 내란 영역에 전두환·노태우, 부정선거에 이기붕, 김근태 사건으로 이근안 등이 이름을 올렸다. 위원회는 총 300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자회견장은 반헌법 사업과 한홍구 교수에 대한 칭찬 일색이었다. 참가자들은 이런 작업이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이며, 앞장서고 있는 한홍구 교수에게 큰일 한다고 격려했다. 이만열 교수도 "<친일인명사전>을 낼 때도 방해가 많았다. 그래도 책이 발간된 것은 국민들의 성원 때문이었다"며 힘을 보태 달라고 당부했다.

▲ 기자회견 참석자 중에는 피켓 시위하는 활동가들을 나무라는 사람도 있었다(사진 위). 피켓 시위하는 활동가들을 쳐다보지 않은 채 지나가는 한홍구 교수. ⓒ뉴스앤조이 구권효 

활동가들은 기자회견이 끝날 때까지 밖에서 피켓을 들고 있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시민은 나가면서 활동가들을 비난했다. 그는 활동가들이 들고 있는 피켓을 손으로 잡고 흔들며 "이 사람들이 말이야, 역사를 배워야지. 당신들 때문에 독재자들이 판을 쳐! 고마운 마음으로 무릎 꿇고 울어!"라고 소리쳤다.

한홍구 교수는 기자회견이 끝나고 나서도 <뉴스앤조이> 기자를 상대하지 않았다. 그는 기자에게 "어떻게 기사를 그렇게 편향되게 쓸 수 있느냐. 나는 당신을 기자로 보지 않는다. 당신 같은 사람과는 얘기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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