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지산이 아니다.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여성에 대한 종교의 시각은 한마디로 '후지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발생하고 강화돼 그런지는 몰라도 종교 권력은 대부분 남성 차지다. 개신교도 그렇다. "여성은 잠잠하라"는 말을 만고불변의 진리라고 주장하는 목사, 신학자들이 아직도 많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으면 안 된다는 단순한 명제도 곱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기독교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여성 혐오'가 중요한 이슈로 부각됐다. 여성 인권에 대한 강연이나 프로그램도 많아졌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이 의제를 거의 따라가지 못한다. 교회 담임목사나 교단 요직을 맡고 있는 사람이 99% 남자이니 그럴 만도 하다. 그래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작은 단체들이 한국교회가 금기시한 '여성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기독인문학연구원이 마련한 '여성의 눈으로 읽는 성경' 강좌도 이 중 하나다.

강사는 강호숙 박사다. 이력이 눈에 띈다. 강 박사는 아직도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주지 않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교단 총신대에서 '여성 리더십'을 주제로 실천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부뿐만 아니라 중학생 때부터 40년이 넘도록 예장합동 교단의 보수적인 교회를 다녔다.

올해 초에는 5년간 강의했던 총신대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강좌를 폐지당했다. 3년 이상 된 시간강사는 교체하기로 했다는 표면적 이유가 있었지만, 일부 총신대 교수와 직원은 강호숙 박사가 여성 목사 안수를 찬성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강좌가 폐지된 것이라고 했다. 총신대 김영우 총장이 직접 관여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강 박사는 학교를 상대로 성차별에 의한 부당 해고 소송 중이다.

▲ 강호숙 박사는 보수적인 교회와 신학교에서 40여 년을 살았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강호숙 박사의 첫 강의가 7월 12일 서울 역삼동 기독인문학아카데미 강의실에서 열렸다. 첫 강의는 본격적인 내용으로 들어가기 전, 성경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왜 여성의 눈으로 성경을 보는 게 중요한지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 여성 리더십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전문성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가 40여 년간 보수적인 교회·신학교를 다니면서 경험한 성차별이 그의 말에 무게를 더했다.

강의에서 나온 몇 가지 예를 정리하면 이렇다. 여성은 예장합동에서 목사가 될 수 없고, 총신대에서 신학 교수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은 기본으로 깔고 간다. 강호숙 박사는 10여 년간 신학을 공부하고 교회에서 사역하면서 숱한 차별을 느꼈다고 했다. 호칭부터가 다르다. 같이 공부한 남성 동기들도 목사가 되고 난 후 강 박사를 '전도사'라고 불렀다. 그들은 차별을 하려고 한 게 아니라, 문제의식 자체를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강호숙 박사는 신대원에서 강의하던 시절 한 심포지엄에서 이런 말을 했다. 교단 소속 교회 중 남성 목사는 위에 있는 강대상에, 여성 전도사는 아래에 있는 강대상에서 설교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부당하다는 것이다. 누가 전하든 성경 말씀에 최고의 권위가 있다는 게 진정한 개혁주의 신학인데, 이런 처사는 성경보다 남성에게 권위가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했다. 당시 이 발언을 들은 한 교수가 신대원 교수 회의에서 이를 문제 삼았고, 몇몇 교수는 강 박사를 "잘라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번 강의 폐지 사건도 이런 맥락이라고 했다. 강호숙 박사는 평소 여성 목사 안수를 주장해 왔고, 이를 안 좋게 보던 학교 운영자들이 여성을 주제로 한 강의를 폐지했다는 주장이다.

강호숙 박사는 교단 신학자들이 성경도 남성 중심으로 끼워 맞추려는 모습을 많이 봐 왔다고 했다. 가령, 부활하신 예수님을 처음 본 사람은 막달라 마리아였는데, 한 교수는 자신의 책에서 정통 교회는 첫 증인을 베드로로 본다고 썼다고 했다. 막달라 마리아가 어쨌든 끝까지 예수님을 따라갔기 때문에 예수님이 보답 차원에서 가장 먼저 보이신 것이라고 하는 신학자들도 있었다.

이런 해석은 남성 중심으로 성경까지 왜곡하는 억지라고 강호숙 박사는 말했다. 그는 "예수님 당시 여성은 증인이 될 수 없었다. 게다가 막달라 마리아는 일곱 귀신이 들어갔다 나온 사람이었다. 누가 그 여성의 말을 믿어 줄까. 그럼에도 예수님이 그녀를 처음으로 만나신 이유가 무엇일까"라고 참석자들에게 물었다. 이어 "십자가의 증인이 아니고는 부활의 증인이 될 수 없기 때문 아니었을까"라고 말했다.

강호숙 박사는 이외에도 성경의 많은 부분이 그동안 철저하게 남성 중심으로 해석돼 왔다고 말했다. 성경이 쓰일 당시 사회는 가부장적이었고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인간으로 인식되지 않았다. 이런 인식은 기독교 초기 교부들과 신학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여성은 '열등한, 부족한, 부정한 존재'였다. 보통 한국교회 인식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 이번 강좌는 앞으로 5번 남았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해석도 그렇지만 성경 자체도 현대인들이 볼 때는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내용이 많다. 가령, 여성의 '생리'를 부정하게 본다든지, 아브라함이 애굽에서 사라를 바로에게 내어 줬다든지(강호숙 박사는 바로와 사라가 성관계를 가졌다고 본다), 소돔과 고모라에서 롯이 집에 들이닥친 남성들에게 자기 딸들을 내어 주겠다고 한다든지. 마치 여성을 물건 취급하는 듯한 구절과 이야기가 많다.

정말 이렇게 후질까. 성경은, 기독교는 시대와 뒤떨어진 여성 차별적인 것일까. 강호숙 박사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성경을 제대로 보기 위해, 기성 교회가 요구하는 대로 성경을 다독하지 말라고 했다. 한 장씩 이성을 써서 뜯어보라고 했다. 무조건 믿지 말고 의문이 생기면 찾아보고 생각하고 이야기하라고 했다. 그래야 그동안 주입받아 왔던 남성 중심 시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했다.

강호숙 박사의 강좌는 7월 12일을 시작으로 6주간,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 30분에서 오후 12시까지 진행된다. 창세기를 집중적으로 본다. '아담과 하와', '아브라함과 사라', '사라와 하갈', '이삭과 리브가', '야곱과 레아', '야곱과 라헬'을 여성 관점에서 하나씩 살펴볼 예정이다. 아직 본격적인 내용으로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신청해도 된다. 하나님은 남성의 하나님일까? 여성의 하나님도 될까? 궁금하면 클릭.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