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 '예수 믿는 사람들의 화해는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보여 줄 수 있도록 존경하는 판사님께서 선처해 주시고 용서해 주시면 정말 사회에 공헌하면서 살아가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황규철 목사의 마지막 진술이었다. 검사는 그에게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징역 9년을 구형했다.

▲ 황규철 목사에게 징역 9년이 구형됐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7월 11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황규철 목사의 범죄에 대한 마지막 공판이 열렸다. 이날은 황규철 목사가 직접 증인석에 앉았다. 누군가의 부축 없이는 거동을 힘들어하는 모습이었다. 누가 왔는지 방청석을 자주 두리번거렸다. 10여 분간 이어진 변호사의 질문에 황규철 목사는 "네"라는 대답만 반복했다. 검사는 아무 질문도 하지 않았다.

신문이 끝나고 검사는 최종 의견으로 징역 9년을 구형했다. 살인미수에 특정 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제5조의 9 '보복 범죄'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의 최후 변론이 이어졌다. 변호사 주장의 핵심은 황 목사가 계획적이 아니라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최후 변론 때 황규철 목사는 눈을 자주 껌뻑이며 울먹이는 표정을 지었다. 변호사의 주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범행 도구다. 황규철 목사는 박석구 목사를 만나러 갈 때 가지고 간 칼이 '과도(果刀)'라고 주장했다. 아내가 집에서 과일을 깎는데 칼이 잘 안 들어서 고생하는 모습을 봤다. 마침 박석구 목사를 만나기 하루 전날 지인과 백화점에서 만날 일이 있었고, 그 백화점에서 16만 8,000원짜리 과도를 샀다. 과도를 차 트렁크에 놓은 것을 잊어버리고 집에 가져가지 못했다.

박석구 목사를 만날 때도 바로 칼을 들고 들어가지 않았다. 대화하는 중에 박 목사가 자꾸 무리한 요구를 하자, 황규철 목사는 증거를 보여 주며 이야기하고자 했다. 주차장으로 나가 차 트렁크에서 자료를 꺼내다, 옆에 과도가 있는 것을 봤다. 자신이 죽고 싶은 심정이라는 것을 어필하려고 자료와 함께 과도를 가지고 예복교회 당회장실에 다시 들어갔다.

범행 동기도 우발적이라고 강변했다. 황 목사는 사건 며칠 전, 노회 소송과 관련한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기로 박 목사와 구두로 합의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사건 당일에는 그 약속을 서면으로 받기 위해 간 것인데, 박석구 목사가 자꾸 딴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황규철 목사는 순간 분노를 참지 못해 박석구 목사의 다리를 찔렀다고 했다. 변호사는 만약 황규철 목사가 박석구 목사를 살해하려 했다면 다리를 찌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황규철 목사에 따르면, 황 목사가 먼저 박 목사의 다리를 찔렀고, 박 목사가 저항하자 엉겁결에 배를 한 번 더 찔렀다. 이후 박 목사가 칼을 뺏어 들어 황 목사의 왼쪽 옆구리를 찔렀다. 나머지 상처들은 서로 칼을 뺏고 뺏기는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황규철 목사는 자신도 칼에 찔렸다며 박석구 목사를 살인미수로 고소했다. 황 목사는 자신이 왼손잡이라고 주장했다. 오른손으로는 글씨만 쓴다는 것이다. 따라서 왼쪽 옆구리 상처는 길이와 각도, 깊이를 볼 때 절대 자해해서 생긴 상처가 아니라고 했다.

▲ 예장합동 총무 시절 황규철 목사. 오른손으로 펜을 잡고 글씨를 쓰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이런 주장은 박석구 목사의 증언과 사건 당시 녹음 파일, CCTV와는 정반대다. 박석구 목사는 범행 도구가 28cm짜리 회칼이라고 주장했다. 칼은 대화 도중 밖에 나가서 가져온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당회장실에 가지고 들어왔다고 했다. 녹음 파일과 CCTV에도 대화 도중 황규철 목사가 자리를 뜬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박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내를 주려고 산 과도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고 했다.

박석구 목사는 자신은 절대 황규철 목사를 찌르지 않았다고 했다. 황규철 목사는 오른손잡이며 황 목사의 상처는 자해로 생긴 것이라고 했다. 박 목사는 자신이 26번 찔렸고, 그것도 손으로 막지 않았다면 정말 목숨을 잃을 뻔했다고 말했다. 황규철 목사가 박 목사를 살인미수로 고소한 사건은 이미 지난 6월 무혐의로 종결됐다.

"그동안 하나님 믿고 정의 구현 위해 헌신해 왔다"

황규철 목사도 최후진술을 했다. 그는 판사를 바라보고 두 손을 모으고 섰다. 다소 두서없었지만 또박또박 이야기했다.

"저는 39년 동안 목회해 온 사람입니다. 부모님도 목사님이고 자녀도 목사님입니다. 목사로서 그동안 하나님을 믿고 정의 구현을 위해서 많이 헌신해 왔다고 자부해 왔는데, 제가 이런 범죄를 저질러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희망이 깨져 버렸습니다. 저는 종교적으로 국가적으로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는 것을 시인하지 아니할 수가 없습니다."

그는 판사에게 "회복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박석구 목사와는 형, 동생 하던 사이였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어떻게 용서를 구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황규철 목사는 "비록 원한이 깊이 박혀 있고 상처가 크다 할지라도 함께 손을 맞잡고 주님 가신 그 길을 걸어가는 것을 사회에 보여 줄 수 있다면 그 이상 소망이 없겠다. 사회에 '예수 믿는 사람들의 화해는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보여 줄 수 있도록 해 달라"며 선처를 부탁했다.

황규철 목사 살인미수 사건에 대한 선고 기일은 7월 21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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