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대한민국 육군 예비역 병장 '무지개소년'입니다. 최근 <국민일보>에 저의 이야기가 나왔고, 사실과 다른 몇 가지 점에 대해서 알리고자 이렇게 글을 씁니다.

<국민일보>는 6월 30일 자 기사에서 군인들이 남성 동성애자 데이팅 앱인 'D' 앱에서 상대를 구하고 있다는 기사를 올렸습니다. 십자가 옆에 '군종'이라는 글씨가 적힌 마크를 부착한 남성도 "우리도 자유롭고 평등하게 사랑하는 순간이 오겠죠"라고 글을 썼다고 기사가 나갔습니다. 군종병인 동성애자가 성행위 상대를 구하고 있다는 식의 기사였습니다.

▲ 7월 1일 자 <국민일보> 신문에 단독 기사가 떴다. 'D'앱에 관한 기사였다. 기사에는 맞지 않는 사실들이 있다. (<국민일보> 사이트 갈무리)

기사 전체에 대해서 빨간 줄을 그으며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많지만 몇 가지 사실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만 짚겠습니다.

- 저는 현역군인이 아니었습니다

2015년 9월 30일, 병역을 필한 예비역으로 편입되었으며 현재 저의 신분은 현역군인이 아니라 민간인입니다. 현재 군인이 아니기 때문에 저를 현역군인으로 묘사한 이 기사는 명백히 잘못된 기사입니다.

- 'D' 데이팅 앱에서 추천은 잠자리 상대를 뜻하는 게 아닙니다

'D'앱을 써 본 적이 없는 기자의 기사입니다. 이것도 정정 보도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일반적인 추천 기능으로 들어가는 것을 잠자리 상대의 추천으로 바꾸는 것은 어떤 왜곡인지 참으로 의문이 갑니다.

- 군대 내 동성애는 금지되어 있지 않습니다

다음은 국방부 훈령인 '부대관리훈령'의 내용입니다.

제7장 동성애자 병사의 복무

제252조(목적) 이 장은 병영 내 동성애자 병사의 인권을 보호하고, 동성애자 병사가 다른 병사들과 마찬가지로 군복무를 할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보장함으로써 군의 전력 향상과 복무 수행의 능률 증진을 목적으로 한다.

제253조(기본 원칙) ① 병영 내 동성애자 병사는 평등하게 취급되어야하며, 동성애 성향을 지녔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한다. (중략)

제256조(차별 금지) ① 동성애자에 대한 구타·가혹행위·모욕·욕설·성희롱·성폭력 등을 금지한다. 이러한 사실이 있는 경우 즉각 보고하고, 해당자를 엄중 처벌한다.
② 지휘관 등은 동성애자 병사가 단순히 동성애자임을 스스로 밝히는 경우에 강제 전역 조치를 할 수 없다.
③ 지휘관 등은 법령에 위반하여 동성애자 병사에 대하여 강제 채혈 및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검사의 강요를 할 수 없다.
④ 그린 캠프나 병원에의 입소·입원 조치가 부대에서 동성애자 병사를 격리시키는 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아니된다.
제257조(교육 및 상담 강화) ① 지휘관 등은 장병 인권교육에 '성적 소수자 인권 보호'에 대한 교육 내용을 포함하도록 한다.
② 동성애자 병사는 지휘관 등에게 복무상의 고충 등을 해소하기 위해 성적 소수자에 대한 전문 지식이 있는 자와의 상담을 요청할 수 있다.
③ 지휘관 등은 동성애자 병사 관련 교육 및 상담에 있어 필요한 경우 국방부 및 각 군 인권과에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④ 지휘관 등은 장병 인권 교육에 '성적 소수자 인권 보호'에 대한 교육 내용을 포함하도록 한다. (하략)

국방부는 동성애자들의 권리를 존중하고 있으며 '병영 내 성적 행위'는 처벌하고 있지만 '동성애'를 처벌하고 있지 않습니다. 동성애 = 성적 행위로 본다면 정말 속칭 '음란 마귀'입니다.

- <국민일보> 기사의 저의가 궁금합니다

헌법재판소는 병영 내 항문 성교를 금지하는 군형법 92조에 대한 위헌 심판에 대한 선고를 미루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에서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서 이런 기사를 작성한 것이라고 저는 이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덧붙여 해당 아웃팅 피해 당사자들이 '군인'의 신분으로 기사에 대한 문제 제기 및 구제가 어렵다라는 사실을 이용해 허위 사실을 기사에 기재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지난 군 시절, 하나님이 없었다면 군 생활을 아마 제대로 끝내지 못했을 겁니다. 하나님을 만난 군대에서 '군종병'이라는 제 정체성은 참 소중합니다. 동성애자라는 저의 정체성도 참 소중합니다. 저의 삶을 긍정하고 사랑합니다.

<국민일보>는 저의 그런 삶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실과 다른 왜곡과 함께 혐오 선동에 나서는 기사를 볼 때 아웃팅으로 속이 상하기 전에, 화가  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하는 생각에 지난 며칠을 분노로 보낸 것 같습니다. 저는 그 기사 하나 때문에 회사 관리자 직책에 계신 분들께 커밍아웃을 해야 했고, 기사를 설명해야 하고, 제 삶을 설명해야 했습니다.

<국민일보>가 뭔데 저의 이 소중한 커밍아웃을 이렇게 급하게 하게 만들었는지 아직도 생각하면 무척 화가 납니다. <국민일보>는 상대를 잘못 봤습니다. 저는 만만한 사람이 아니고 호락호락 한 사람이 아닙니다. 이 문제를 결코 덮어 두지않고 온몸으로 싸울 것을 다짐합니다. 우선 저는 해당 기사가 나오고 7월 1일 언론중재위원회에 지면과 온라인 기사에 대한 정정 보도 청구를 진행했습니다 . 민형사 소송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약속합니다. 더 이상 혐오에 좌시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겠습니다.

"그러니 너 사람아, 그런 자들을 무서워하지 마라. 그들이 무슨 말을 하더라도 떨지 마라. 그들은 너를 반대하고 배척할 것이다. 그리고 너를 가시 방석에 앉힐 것이다. 그러나 무슨 말을 하더라도 무서워하지 마라. 본래 반항하는 일밖에 모르는 족속이니, 그런 자들 앞에서 떨 것 없다." (겔 2:6, 공동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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