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동체지도력훈련원 여름 연수회에 400여 명의 참가자가 함께했다. 이들은 공동체 교회를 향한 꿈을 나누며, 한국교회가, 성서가 증언하는 교회 본질을 회복하기를 기도했다. (사진 제공 공동체지도력훈련원)

공동체 교회를 꿈꾸며 전국 각지에서 모인 400여 명이 공동체지도력훈련원(공지훈·원장 최철호 목사) 연수회에서 한국교회의 희망을 품었다. 7월 6일 연수회 마지막 날까지 공동체 삶과 영성을 배우며 한국교회가 성서가 증언하는 교회 본질을 회복하기를 기도했다.

140여 교회에 속한 참가자들이 함께한 자리였다. 오랫동안 공동체 교회를 일군 민들레공동체·라파공동체·아름다운마을공동체·예수원·오두막공동체·사랑방공동체·한결공동체·디아코니아자매회 등이 함께했다. 공동체를 시작하거나 공동체로 전환해 가는 그루터기공동체·사랑마을공동체·섬기는교회·새동네교회·새삶공동체·갓샘공동체 등도 참여했다. 교회 본질을 회복하려는 간절함이 참가자들 면면에서 묻어났다.

▲ 기도와 묵상으로 공동체지도력훈련원 연수회 셋째 날 아침을 열었다. 한국샬렘영성훈련원 김오성 목사의 인도로 '삶을 읽는 기도'를 드렸다. (사진 제공 공동체지도력훈련원)
▲ 공지훈 연수회 선택 특강에서 생태건축흙손의 구자욱, 박영호, 장재원 씨가 '생태 건축과 에너지'를 주제로 강의했다. 강원 홍천에서 공동체 교회와 마을 공동체 삶을 토대로 펼치는, 생명을 살리는 건축 이야기였다. (사진 제공 공동체지도력훈련원)

'주제가 있는 대화' 시간에는 공동체를 일구며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과제를 나눴다. 먼저 생태 건축과 에너지다. '생태건축흙손(흙손)'에서 활동하는 구자욱·박영호·장재원 씨가 강의했다. 흙손은 강원 홍천에서 공동체 교회와 마을 공동체 삶을 토대로 자연에서 얻는 재료를 쓰는, 생활 터전과 어울리는, 생명을 살리는 건축을 펼쳐 가고 있다. 강의 내용을 요약한다.

"홍천에서 공동체 사람들과 생동중학교·삼일학림(고등·대학 통합형) 학생들을 위한 집을 지어 왔습니다. 시멘트·스티로폼·비닐 대신 흙·나무·돌·왕겨숯 등을 써서 집을 지었습니다. 한옥 목구조, 경량 목구조, 흙부대, 계란판 공법 등을 시도했습니다.

집은 먹고, 놀고, 자는 공간입니다. 집에서 잘 쉬고 회복하는 게 중요하겠지요. 역세권에 살면 교통은 편리하겠지만, 조명과 소음으로 숙면을 취하기 어렵습니다. 건축 재료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시멘트나 접착제(본드)에서 나오는 독성은 아토피를 유발합니다. 햇빛, 흙, 나무 등 자연과 가까워질수록 몸이 회복됩니다.

집을 지으면서 소위 전문가들에게 돈을 주고 지어진 건물에 들어가서 사는 방식의 건축을 하지 않았습니다. 홍천에서 지내는 학생들뿐 아니라 주말에 서울에서 오는 공동체 사람들이 울력하며 집을 같이 지었습니다.

에너지 문제는 집을 어떻게 짓느냐, 어떤 생활양식을 갖고 있느냐와 관계있습니다. 통풍이 잘 되는 구조로 집을 짓고 흙으로 벽을 만들면, 별도의 환기 시설이나 에어컨이 없어도 됩니다. 자연스럽게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지요. 똥오줌을 모아 퇴비를 만들 수 있게 한 생태 뒷간은 인분을 쓰레기로 처리하지 않아도 되고, 수세식 변기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쓰는 막대한 에너지도 줄여 줍니다."

▲ 공지훈 연수회 선택 특강에서 김진숙 씨(하늘땅살이움터)와 이한영 씨(삼일학림)가 '생명 농사와 생명 밥상'을 주제로 강의했다. (사진 제공 공동체지도력훈련원)

다음은 '생명 농사와 생명 밥상'이다. 김진숙 씨(하늘땅살이움터)와 이한영 씨(삼일학림)가 마을 공동체 관계 속에서 생명 순환의 삶을 토대로 짓는 농사와 밥상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진숙 씨는 서울 도시에서 살다가 공동체를 세워가는 이들과 함께 5년 전 강원 홍천에 귀촌했다. 지금은 생명 농사와 생활 영성 수련에 집중하는 하늘땅살이움터와 함께하고 있다. 같이 농사짓는 이들과 침묵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산과 밭에서 하나님이 숨을 불어넣어 주신 생명들을 만나고, 중보 기도를 드리며 농사하는 일상을 보낸다.

"생명을 살리는 순환 농사를 짓고자 합니다. 우리 땅의 조건과 기후에 적응하여 생명력을 길러온 '토박이 씨앗'을 밭에 곧뿌림하여 기릅니다. 흙 속 생명들의 생명력을 믿고 기계를 써서 깊이갈이하지 않습니다. 돈 주고 구입하는 비료나 퇴비를 쓰지 않고, 음식 부산물과 똥오줌 퇴비와 밭에서 나는 풋거름을 주어 농사합니다. 하나님이 본래 식물들에게 주신 생명력에 의지하여 밭에서 일합니다."

이한영 씨도 김진숙 씨와 같이 강원 홍천에 귀촌했다. 밭에서 기르고 산과 들에서 채취한 먹거리로 밥상을 차리며 지낸다. 판매를 목적으로 농사짓지 않는다. 판매에 신경 쓰다 보면 대형 농기계, 비닐집과 같은 시설, 멀칭을 위한 비닐, 비료와 농약을 쓰게 된다. 생명을 살리고, 잘 먹으려고 농사짓는다.

"강원 홍천에 자리 잡고 먼저 한 일 중 하나는 뒷간과 거름간을 지은 일입니다. 똥오줌과 음식 부산물, 풀을 모아 거름을 만들어 농사짓는 데 씁니다. 농사지은 것과 자연이 준 먹거리 선물로 밥상을 차려 같이 먹습니다. 똥오줌과 음식 부산물이 흙으로 돌아가고, 거기에서 자란 생명들을 다시 우리 몸에 들이게 되니 버려지는 것 없이 순환하게 됩니다. 자연에서 필요한 만큼 취하고, 나머지는 다시 자연으로 보내면 흙이 건강해집니다."

▲ 공지훈 연수회에서 '공동체 삶과 영성 수련' 주제도 나눴다. 한결공동체 김태룡 목사는 영성 수련의 중요한 바탕으로 '자연과 벗하는 삶'과 '더불어 사는 삶'을 강조했다. (사진 제공 공동체지도력훈련원)

'공동체 삶과 영성 수련' 주제도 나눴다. 먼저 한결공동체 김태룡 목사가 '공동생활과 영성 수련'을 주제로 얘기했다.

김 목사는 영성 수련의 중요한 바탕으로 '자연'과 '공동체'를 들었다. 자연에 벗하는 삶이 신비의 근원이라면, 더불어 살아가는 '한몸살이(공동체)'는 전통적 영성 신학이 말하는 수덕(修德)의 바탕이다.

"우리나라 도시가 어떻게 자연과 인간을 소외시키고, 인간과 인간 사이를 가르며, 일과 관계의 분열을 자아냅니까. 주말과 휴일마다 산천을 떠도는 행락객들이 자연을 소비 대상으로 보는 작태들을 굳이 살펴보지 않더라도 도시에서 사는 삶이 자연과 철저히 소외되어 있음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자연을 타자화하고 수탈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면, 그리스도인 영성에서 한쪽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중요한 영성 수련의 또 하나는 더불어 사는 삶입니다. 공동체는 서로 하나님을 만나고 하나님과 관계 속에서 서로를 참되게 만나 삶이 달라지는 '변화산'입니다. 더불어 살면 서로가 어떤 상태인지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공동체에서 중요한 것은 관계와 대화입니다. 지체가 아니라고 하는 순간, 그때가 하나님을 만나는 때입니다. 다 내려놔야 합니다. 스스로 세워 놨던 것을 내려놓고 지체가 뭐라고 말하는지 들어야 합니다."

▲ 노종숙 언님은 '공동체 삶과 영성 수련' 주제 강의에서 디아코니아자매회 일상을 얘기하며, 활동 중에 기도하고 기도 중에 활동하는 섬김과 봉사의 삶을 얘기했다. (사진 제공 공동체지도력훈련원)

디아코니아자매회 노종숙 언님(언님은 우리 옛말로서 '어진 님, 좋은 님'의 뜻을 가지고 있음)은 디아코니아자매회에서 겪는 영성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이웃과 더불어 살고 참사람, 참교회, 참공동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깨어서 몸이 하는 그때그때 일에 마음을 모아야 합니다. 곧 온몸과 마음과 정성을 다해 사는 것인데, 이는 활동 중에 기도하고 기도 중에 활동하는 것이요, 디아코니아 섬김과 봉사의 삶입니다.

자기 생각이나 경험을 내려놓고 대상을 향해 아무런 탐욕이나 걸림이 없이 살아야 합니다. 섬기는 이와 섬김을 받는 이, 가난한 이와 부한 이, 장애인과 비장애인, 남자와 여자, 흑인과 백인이 서로 자기 성질과 모양대로 어우러져 사는 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대로 살아가는 영성입니다."

파송 예배와 성찬이 이어졌다. 말씀을 나눈 정태일 목사(사랑방공동체)는 코이노니아를 구현하는 공동체 삶을 얘기했다. 인위적으로 만든 어떤 프로그램이 아니라 성령의 교통하심으로 이루는 공동체 삶이다. 정 목사는 자기중심적 신앙에서 벗어나서 공동체 삶의 자세를 갖추자고 했다. 이것이 한국교회를 새롭게 하고, 한국 사회를 변화시키는 길임을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함께 마음 모아 성찬을 나눴다.

▲ '파송 예배와 성찬 나눔'이 공지훈 연수회 마지막을 장식했다. 참가자들은 함께 성찬을 나누고 찬양하고 기도하며, 교회 본질 회복을 향한 소망을 나눴다. (사진 제공 공동체지도력훈련원)
▲ 공지훈 연수회 청소년 한마당에서는 이해학 목사(주민교회 원로·한일시민연대 상임대표)가 '하나님 뜻을 따르는 삶, 우리 역사와 얼'을 주제로 강의하여, 일제 탄압기와 전쟁으로 배고픔에 시달린 어린 시절, 신앙으로 시련을 이겨 낸 경험, 민주화 운동과 협동조합 활동에 매진한 삶을 나눴다. (사진 제공 공동체지도력훈련원)

공동체지도력훈련원은 하나님나라, 공동체, 생활 영성(제자도)을 중심 주제로 공동체 성서 읽기, 문명론, 교회사, 신학, 철학을 공부하는 '공동체 지도력' 훈련 기관이다. 지난 11년간 목회자, 신학생, 직장인, 선교 단체 간사, 청년 학생 등이 함께 공부하며,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 철저한 제자도를 구현하는 신앙 공동체를 토대로 '마을 공동체'를 만드는 일을 돕고 협력하는 사역을 펼쳐 왔다.

공지훈 정규 과정 10기(1년 과정)가 9월 19일 개강한다. 등록 마감은 9월 5일까지다. 공동체 성서 읽기, 공동체 관계와 지도력 훈련, 목회 상담 등으로 은사와 소명을 자각하고 공유하도록 돕는 과정이다. 하나님나라 영성과 제자도를 바탕으로 우리 시대 역사, 사상, 문명을 배운다. 일상에서 작동하는 시대 우상을 분별하는 지혜를 공부하여 하나님나라를 증언하는 대안적 생활양식과 관계를 창출하는 훈련 과정이다. (신청하러 가기)

▲ 공동체지도력훈련원 정규 과정 10기(1년 과정)가 9월 19일 개강한다. 더 큰 사진을 보려면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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