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가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시끄럽다. '부정부패 척결 법' 대 '경제 죽이기 법'으로 의견이 나뉘었다. 기독교계는 아직까지 김영란법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윤실이 '김영란법'을 주제로 긴급 좌담을 열었다. 참석자들은 한국교회가 김영란법을 적극 지지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9월 28일부터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김영란법)이 시행된다. 공공기관, 사립학교, 언론사 종사자들에게 직접 또는 제3자를 거쳐 부정 청탁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게 골자다. 법을 어길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김영란법이 척결할 수 있다는 기대가 높다. 국민권익위원회는 5월 24일 김영란법 시행령 입법 예고안 공청회를 열었다. 법에 적용되는 공직자는 음식물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 이상 받으면 안 된다.

직무와 관련 없는 사람이 규정에 맞춰 음식·선물·경조사비 받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 직무 관련자가 대가를 빌미로 받는 경우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5만 원 이하 선물을 받더라도 대가성으로 인정되면 과태료를 물 수 있다.

까다로운 규제 때문에 경제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6월 28일 새누리당 김종태 의원은 김영란법에서 국내산 농·축·수산물과 가공품은 제외하자는 개정안을 냈다. 국내 농·축·수산물 40∼50%가 명절 때 선물용으로 소비되는데 과일 50%, 한우·굴비 99%가 5만원 이상이라는 것이다. 김 의원은 법률이 시행되면 1조 3,000억 원대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연간 매출 손실 예상액은 △외식업계 8조 5,000억 원 △ 화훼 농가 2,000억 원 △선물 관련 산업 2조 원 △골프장업계 1조 1,000억 원이다.

반면 현대경제연구원은 경제적 충격이 없는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 피해 규모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화훼 산업 선물 수요는 많아야 0.86% 줄어든다고 했다. 기업 접대비가 감소하면서 오히려 노동자 임금이 올라갈 수 있고, 지하경제가 양성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부정부패, 왜 일어나나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홍정길 이사장)은 7월 4일 100주년기념교회 사회봉사관에서 '김영란법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시행을 앞둔 김영란법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해야 하는지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손봉호 명예교수(서울대), 백종국 교수(경상대 정치외교), 이상민 대표변호사(법무법인 에셀)가 참석했다.

김영란법 제정 배경에는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고위층 부정부패 문제가 있다. 손봉호 교수는 부정부패 원인을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

"나는 우리나라 세계관을 차세(此世) 중심적 세계관으로 부른다. 내세도 인정하지 않고, 초월신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플라톤이나 칸트는 내세와 신의 존재는 도덕성을 위해서 필수라고 말했다. 신의 감시가 있어야 거짓말을 못 하고, 못된 짓을 하면 내세에서 처벌받는다는 생각에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다. 이 두 가지가 없으면 도덕성을 유지할 수 없다. 심지어 볼테르는 하나님 없으면 하나 만들어야 한다고까지 했다.

유교 문화는 철저히 차세 중심적이다. 사는 것도 모르는데 죽음 이후를 어떻게 아느냐는 식이다. 차세 중심적 세계관이 경제 공헌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 유교 국가들이 발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그 이면으로 도덕적 수준이 낮다. 중국의 성장과 부패는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백종국 교수는 세계관을 구성하게 된 역사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부정직하고, 불의한 사람이 살아남는 상당히 긴 역사 과정을 거쳤다. 일제강점기 때 정의와 독립을 주장하고 공동체 복리를 강조했던 사람은 추방당하거나 죽임당했다. 해방 이후에도 불의한 세력들이 주도권을 가로챘다. 다시 이를 극복하나 했더니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다. 민주주의를 주장하면 피해를 보게 됐다.

불의한 사람이 살아남는 과정을 보면서, 정의롭게 살면 내 자손까지 불행할 수 있다는 것을 깊이 경험했다. 성공제일주의, 성공시키는 게 장땡이 됐다. 정의가 중요한 게 아니다. 딱 어른들이 이 틀에 박혀 있다. 세태를 극복하려면 앞으로 60년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이상민 변호사는 패거리 문화에서 부정부패 원인을 찾았다.

"한국 사회 특유의 공동체주의와 패거리주의가 부패와 연관 있다고 본다. 우리 편은 우리가 챙겨야 한다, 되게 해 줘야 한다는 생각에 법을 위반해 가면서까지 되게 해 줬다.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겪으며 극한 경쟁을 펼쳤다. 과정은 무시됐고 결과만 중요해졌다. 법과 원칙은 중요하지 않다. 도덕성이나 원칙보다 성과나 결과에 목매는 의식이 지금의 부패를 가져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리스도인, 김영란법 적극 지지해야"

▲ 긴급 좌담 패널로 백종국 교수(경상대), 이상민 대표변호사(법무법인 에셀), 손봉호 명예교수(서울대)가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일부 언론은 김영란법을 '경제 죽이기 법'이라 일컫는다. 5월 9일 시행령안이 발표되자, 경제 발전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공격했다. 설상가상 박근혜 대통령마저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내수가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법안을 개정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나아가 김영란법에 포함된 언론인이 '공직자'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결도 앞두고 있다. 법 시행을 앞두고 이래저래 시끄러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세 명의 발제자는 김영란법을 있는 그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손 교수는 한국교회가 나서 김영란법을 적극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에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교계 단체와 한국교회를 겨냥했다.

"기독교인이 먼저 정직해야 하고, 뇌물을 주고받지 않아야 한다. 단순히 자기 양심만 중요하다는 생각은 이기적이다. 성경은 다른 사람도 고통을 당하지 않고,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게 할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한국교회가 이런 데 제일 앞장서야 한다. 세월호 사건이 났을 때 방송에 나가 김영란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많은 이들이 공감한다고 밝혔다. 기독교가 이번에 김영란법을 확실하게 통과시키자, 보호하자는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

이 변호사는 김영란법으로 부정부패가 줄어들면, 사회적 약자가 받는 고통도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사람은 태어날 때 출발점이 다르다. 국가가 이를 보완해 줘야 하는데, 부패로 간극은 더 벌어지고 있다. 부정 청탁은 금수저에 가까운 사람들이 한다. 흙수저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전혀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차이는 더 벌어지게 된다. 지금 청년들이 어떤 희망을 갖겠는가. 결국 여기서 헬조선이 나온다.

(부정부패는) 우리 국가 장래와도 관련 있다. 김영란법이 제대로 시행된다면 출발이 달라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위로받지 않을까 생각한다. 성경에 부합하는 법이 될 것이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도록 많은 애를 써야 한다."

백 교수는 김영란법을 적극 홍보하겠다는 말로 긴급 좌담을 마무리 지었다. 백 교수는 "토론을 해 보니 그리스도인이 지지해야 하는 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기윤실과 같은 조직이 활동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김영란법과 관련한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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