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페 앞에 예배 안내 문구가 붙었다. 고즈넉한 카페에 프로젝터가 설치되고 기타가 등장하더니 이내 예배가 시작된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숙대입구역에서 미군 기지 방향으로 한적한 길을 걷다 보면 범상치 않은 이름의 카페가 눈에 띈다. 'JESUS COFFEE'. 한눈에 봐도 카페 교회다. 아무리 카페 교회가 유행이라지만 이름에 떡하니 '예수' 붙인 곳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카페를 찾은 날은 마침 수요일. 저녁 7시 무렵이 되자 카페 왼쪽 공간이 예배당으로 변신했다. 프로젝터가 달리고 마이크가 설치됐다. 문 앞에 '수요 예배 중입니다' 문구가 붙었다. 예배 못 오는 사람을 위해 인터넷으로 실시간 방송도 했다. 기타 치고 노래 부르고 설교하는 광경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신기한 눈으로 쳐다본다.

6년 전 이 공간을 꾸린 안민호 목사는 지저스커피를 교회 겸 카페로 활용해 오고 있다. 교회 이름은 '커피와교회'. 한 공간이 평일에는 지저스커피, 주말에는 커피와교회가 되는 셈이다. 다소 도발적인 이름일 수도 있는 이곳 지저스커피에 어떤 사연이 있을까.

첫 번째 교인 '개업식' 축하하러 온 바리스타 동료

안 목사는 카페가 있는 후암동의 한 성결교회 출신이다. 서울신학대학교를 졸업하고 모교회에서 부교역자 생활을 했다. 교회도 기대가 컸다. 모교회가 낳은 목회자였고, 교회 장로의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조금 기다리면 좋은 목회지로 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안 목사는 조금 다른 길을 걸어 보기로 결심했다.

"사람들이 교회 오기 힘들어 하고, 교회 와도 오래 있으라고 하면 짜증내는 게 현실이잖아요. 제가 생각한 교회의 모습과 한국교회 현실은 달랐어요."

그래서 배운 게 커피. 사람들과 접촉이 쉽고, 편안하게 오래 머물수 있는 곳으로 카페만한 데가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호기롭게 뛰쳐나왔지만 맨땅에 헤딩이었다. 첫째 아이를 낳던 날 교회를 사임했다. 교회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건물도 교인도 없었다. 그가 소속된 성결교단은 교인 10명이 있어야 교회 등록을 할 수 있기에 당장 개척도 힘들었다. 그나마 의사인 아내 덕에 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한동안 안 목사 목회는 대학교 인근 카페를 돌아다니며 청년들과 성경 공부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아는 선배가 운영하는 카페를 주일 오전에만 빌렸다. 적은 인원이지만 고정 장소를 정하고 정기 모임을 시작해 보기로 한 것이다. 처음 모인 인원은 8명. 안 목사 부부와 청년 서너 명, 안 목사와 함께 바리스타 교육을 받던 사람이 전부였다. 바리스타 교육 동료들은 교회 다니는 사람도 아니었다. 개업식 하는 줄 알고 찾아왔다.

시간이 흘러 동료들은 교인이 됐고, 우여곡절 끝에 모이는 사람도 10명이 되었다. 이제는 둥지 틀 곳을 찾아야 했다. 요즘 카페와 교회처럼 레드오션인 데가 없다 보니 건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고생 끝에 좋은 자리 하나 찾아 계약하려던 찰나, 마침 모교회에서 선교관 자리를 내어 줄 테니 와서 카페 교회를 해 보라고 했다. 경제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나쁘지 않았다. 갑자기 찾아온 반전. 장로들 반대에 부딪힌 것이다. 교회 안에서 "호랑이 새끼를 키우는 격이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결국 어디로도 갈 수 없었다.

터덜터덜 교회를 내려오다가 임대 나온 케익 가게가 눈에 들었다. 앞에 있는 미군 기지 때문에 상권이 좋은 곳은 아니었지만 대출받아 일단 시작했다. 그렇게 6년을 버텼다.

역발상으로 손님 모으다

보호막 하나 없이 시작한 카페. 안 목사 맷집은 결과적으로 더 단단해졌다. 커피 맛은 필수. 그가 딴 커피 관련 자격증만 6개다. 개인 기호를 배려해 커피를 내리니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아메리카노를 시키면 에스프레소와 뜨거운 물을 함께 내어 준다. 기호에 맞게 조절할 수 있어 손님들이 좋아한다.

역발상 전략도 주효했다. 첫 번째, 가격 경쟁력에 집착하지 않는다. 통상 교회에서 카페를 하면 손님이 부담 없이 올 수 있도록 가격을 낮추는데, 지저스커피 메뉴들은 싸지 않다. 아메리카노 3,500원, 그린티라떼가 4,800원이다. 싼 값에 불티나게 팔리는 커피들, 결국 맛이 없어서 장기적으로는 안 된다는 게 안 목사 지론이다. 최고급 원두를 골라 직접 로스팅까지 하니 입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두 번째, 회전율을 낮추는 것이다. 높이는 게 아니라 낮추라니, 역발상도 이런 역발상이 없다.

"어떻게 하면 손님을 오래 앉혀 놓을지 고민했어요. 보통 회전율을 높이려고 하잖아요. 자리도 오래 앉기 불편하게 만들고요. 근데 저희는 생각을 아예 바꿨어요. 저희 목적은 커피 팔려는 게 아니라, 커피를 통해 접촉점을 만들려는 거니까요. 손님들이 오래 앉아있거나 잘 수 있도록 푹신한 쿠션을 준비했죠."

▲ 대놓고 '지저스' 커피다. 거룩한 이름 함부로 썼다고 지적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호기심에 와 보는 사람들도 있다. 회전율 낮추기에 주력해 온 사람을 붙잡아 두고 있다 보니, 지저스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내 교인이 되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제 '지저스커피'라는 브랜드 이름을 얘기할 차례다. 예상 외로 사람들은 '지저스'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지저스커피 하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죠? 사실은 사람들 잘 몰라요.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나 한번 '뭐야' 하고 생각하죠. 택배 기사 한 분은 '나 제우스 커피 와 있어'라고 말하시기도 하더라고요."

오히려 정체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다 보니 궁금한 사람들이 찾아 들어온다. 스님도 오고, 타종교인도 오고, 교회 다니고 싶은 무종교인도 온다. 일단 발을 들이면 안 목사가 나설 차례다. 
함께 앉아 수다 떨고 상담도 해 주다 보면 자연스럽게 관계가 형성된다. 그렇게 지저스커피가 커피와교회로 사람을 보내는 통로 역할을 시작하면서 교회 나오는 사람이 하나둘씩 늘었다. 카페를 시작한 지 6년 차, 교인은 20여 명이 됐다.

규모로 치자면 작은 교회다. 안 목사는 교인 수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실제 교인 되기가 까다롭다. 1년을 다녀야 교회 교인으로 등록할 수 있다. 다른 교회를 다니던 사람은 절대 교인으로 받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 좋은 교회를 찾으려는 마음은 알겠지만, 수평 이동으로 교인 늘어나는 건 지양한다. 자연스레 '초보들의 모임'이 형성됐다.

"대부분 교회 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뭘 해도 '교회가 원래 이런 거 하는 곳인가 보다' 생각해요. 새벽 기도 안 한다고 뭐라 하는 교인도 없고, 예배 형식 갖추자고 주장하는 사람도 없어요. 자연스레 말씀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생겨요."

두 달이 멀다 하고 예배 대신 전 교인 피크닉을 간다. 안 목사는 잘 모르는 사람들끼리 배워 가다 보니 공동체성이 좋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카페 교회 본질은 '교회'

지저스커피는 6년 사이 3호점까지 늘어났다. '부흥'한 건 아니다.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기 위해 2, 3호점을 냈다는 게 안 목사 설명이다. 의정부에 있는 3호점은 한 정신병원 건물에 입주했다. 안 목사는 1주일에 한 번씩 이곳을 찾아 어려움 겪는 사람들을 돕고 위로한다.

'카페'와 '교회'. 안 목사의 방점은 어디에 있을까. 카페도 중요하고 교회도 필요하지만 아무래도 교회에 눈길이 간다. 교회 때문에 카페를 하는 건데 주객이 전도될 수는 없다. 인터뷰 말미에 안 목사가 단호하게 말했다.

"내일이라도 카페 그만두라고 말씀하시면 접어야죠."

▲ 안민호 목사에게 카페 교회는 이 시대 목회를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다. 그는 언제든지 교회의 본질에 카페가 맞지 않는다면 그만둘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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