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교회 설립 48주년을 맞은 김포의 한 시골 교회가 세습 문제로 시끄럽다. 문제를 제기한 교인들은 무더기로 징계를 받았다. 교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교인들은 담임목사 청빙과 징계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담임목사를 중심으로 한 교인 상당수는 소수 주장일 뿐 정식 절차를 밟았다고 반박했다.

▲ 조용하던 시골 교회가 세습과 재정 의혹 문제로 시끄럽다. 이 과정에서 교인들은 징계를 받았다. 담임목사를 중심으로 한 교회 측도 할 말이 많았다. 후임 목사 청빙과 교인 징계는 정당한 절차를 밟아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김포 석탄리교회 김 아무개 장로와 조 아무개 권사는 40년 넘게 이 교회에 다니고 있다. 인생 대부분을 교회와 함께한 두 사람은 6월 19일 근신 2년 처벌을 받았다. 교회를 어지럽히는 사람들과 동조했다는 죄였다.

징계받은 사람은 또 있다. 교회는 5명을 출교하고, 김 씨 부부 포함 6명을 2년 근신에 처했다. 교회 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불화를 조장했다는 이유였다. 교인들을 치리한 재판위원회는 당회원 3명으로 구성됐다. 곽효선 목사와 권 아무개 장로, 그리고 이번에 징계를 받은 김 장로다.

재판위원회는 6월 5일 구성됐다. 당회록에는 2014년 사무연회에서 후임 목사를 결정했는데도 일부 교인들이 이 사실을 부정하고 담임목사를 비방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감찰회, 지방회, 총회에서 후임 목사 청빙을 허락받았는데, 이를 무시하고 반대 서명을 받았다는 것이다.

교인들은 징계에 필요한 절차가 생략됐다며 문제를 삼았다. 재판위원회가 구성됐다는 이야기도 듣지 못했고, 소명 기회도 없었다는 주장이다.

교회 측 이야기는 다르다. 문제를 제기하는 교인들에게 반항하고 대적하면 징계를 내리겠다는 뜻을 6월 12일 예배 광고 시간에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일 몇몇 교인들이 무리지어 반항하고, 담임목사가 욕심이 많다는 내용의 문자를 뿌려, 징계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후임 목사로 내정된 김상덕 목사는 "광고 시간에 재판위원회가 구성됐으니 교회를 음해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소명은 오히려 교회가 했다. (반대 교인들이) 청빙과 재정 의혹을 담은 내용증명을 보냈다. 담임목사님이 설교 시간마다 해명을 해도 그분들은 듣지 않았다. 오히려 '담임목사님 영이 흐려졌다'는 등 악선전을 했다"고 말했다.

교회 측 주장과 달리 절차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재판위원회는 6월 19일 김 장로를 제외한 채 두 명이서 징계를 결정했다. 당회록에는 "김 장로는 징계 대상이어서 부르지 않았다"고 나와 있다. 재판위원 2명이 징계를 내린 셈이다. 그러나 총회 헌장에 당회 재판위원회는 3명으로 구성하게 돼 있다. 재판위원이 미달인 경우 감찰위원(목사, 장로) 중 보충하게 돼 있다. 당회록에는 위원을 보충했다는 기록은 없다.

사무연회 회의록에는 후임 목사 청빙 안건 통과된 것으로

세습을 반대하는 교인들은 1월 중순부터 2월까지 '후임 목사 세습 반대' 서명을 받았다. 이들은 직분자 60명이 동참했다고 주장했다. 절차도 없이 사위를 후임으로 내정해 반대 서명운동을 한 것이라고 했다.

교회 측은 2014년 사무연회에 참석하지도 않은 이들의 주장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교회가 공개한 2014년 사무연회 회의록에는 "담임목사님이 2017년 8월경 은퇴하니, 만장일치 박수로 김상덕 목사를 세우기로 가결하다"라는 기록이 있다.

후임 목사 청빙을 반대하는 교인들은 교회 측이 제시한 사무연회 회의록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위조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지만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 세습을 반대하는 교인들의 주장과 달리 2014년 사무연회에서 후임 목사를 청빙한 것으로 돼 있다. 교회 측은 "당시 사무연회에 참석하지 않은 일부 교인들이 음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 제공 김포 석탄리교회)

후임 목사 청빙과 재정 의혹으로 몸살을 앓는 와중에 곽효선 목사는 3월 설교에서 자신의 심경을 언급했다. 문제를 제기하는 교인들을 지목하는 뉘앙스다. 분쟁 교회에서 자주 인용되는 '신천지' 단어도 등장한다.

"하나님, 하나님께서 세우신 것을 사단이 이를 파멸시키지 않도록, 사단이 무너뜨리려고 하는 계획들을 어리석게 하여 주옵소서. 그 지혜가 망하게 하여 주옵소서. 포도원을 허무는 작은 여우를 주께서 잡으시고, 아버지 포도원의 꽃을 따는 여우를 하나님께서 붙잡으소서." - 3월 5일 새벽 예배 기도 중

"내가 좋은 목사님 데려올 수 있어, 신천지에서 그렇게 (말)합니다. 이렇게 하는 거 (후임 목사 반대) 도장 찍어, 그렇게도 합니다. 이것도 신천지 수법입니다. 그 다음 신천지 수법이 장로님들과 나와 싸우게 합니다. (중략) 그래서 신천지 교인들 한 50명이 '으쌰 으쌰' 해 가지고 (교회) 망해요." - 3월 6일 주일예배 설교 중

교회 분쟁 계속 이어질 듯

세습 문제로 시작된 석탄리교회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습 반대 교인들은 6월 28일 총회장을 만나 후임 목사 청빙 절차가 잘못됐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관련 자료도 수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교회 측은 "이미 종결된 문제로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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