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세기 후반 복음주의 교회와 역사는 여러 가지의 논쟁으로 분열이 있었다. 교회의 사회참여 문제, 성경 무오성의 문제, 에큐메니컬 운동 참여 문제, 복음주의와 가톨릭과의 연합 문제, 천년왕국과 예수님의 재림 시기로 인한 종말론 논쟁, 방언과 예언 같은 은사주의 문제, 심리학과 마케팅 기법과 관련한 교회 성장학 문제 등 다양한 논쟁과 이슈로 복음주의 교회는 분열을 거듭해 왔다.  

그중에서 성경 무오와 관련된 문제, 교회의 사회참여 문제, 복음주의와 가톨릭과의 연합 문제는 성경론, 교회론과 관련된 예민한 문제라고 보여진다. 실제로 20세기에 영미권에서 일어난 복음주의의 확산과 분열은 성경관, 사회참여와 깊이 연관돼 있다.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복음주의자라고 하는데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로 인한 구원의 기쁜 소식을 뜻한다. 이것을 소중히 여기는 성경적 신앙이 복음주의자라 할 수 있다.

실제 복음주의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시기를 셋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하나는 16세기에 유럽 대륙 복음주의가 로마가톨릭의 비성경적 태도에 저항하며 일어난 개혁 운동이고, 또 하나는 18세기에 영미권에서 국교화된 교권주의와 세속화에 반대하며 일어난 복음주의다. 복음이 주는 생명력에 이끌려 영적 부흥과 갱신, 기독교 지성의 부흥을 열망했다. 마지막으로는 20세기에 근본주의의 반지성과 반사회, 반문화에 저항하여 그리스도의 주권을 지켜 내는 복음주의자로 나눈다.

이 책은 미국과 유럽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저자가 현대기독연구원, 기독연구원느헤미야 주최로 2014년 6월부터 6차례 강의한 내용을 보완해 만들었다. 나는 이 책을 보며 '세계 복음주의'라는 하나의 지도를 손에 쥔 것 같았다. 생겨난 시점부터 시작해 분열 상태를 거쳐 현재 모습까지를 나타냈다. 이로써 우리의 위치와 정체성을 점검하고 확인해 보는 아주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책은 여섯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20세기에 복음주의가 어떻게 생성되었는지 지형도를 그린다. 복음주의의 역사 개요와 20세기 복음주의에 주요 주제를 다룬다. 2부는 영미 복음주의가 어떻게 세계에서 급부상했고 성장해 세계 기독교가 되었는지 원인과 과정을 분석한다. 특히 1945년 2차 세계 대전 종전 후 세계 기독교의 지형이 극적으로 변한점을 짚는다. 비서양 지역에서 기독교가 급부상해 세계 기독교의 판도가 어떻게 바뀌었나에 초점을 맞추어 복음주의 변화를 풀어 나간다.

전쟁을 하나의 큰 전환점으로 포착한 저자의 선택이 정확했다고 본다. 전쟁은 인간에게 줄 수 있는 그 영향력과 파급력이 가장 크다. 한두 사람에게 미치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 인구에게 영향을 끼치고 국지적이 아니라 광범위한 지역을 포괄한다. 그 충격은 단기간이 아니라 세대를 이어가며 장기간으로 파급력을 미친다.

그래서 저자는 일반학자들도 세계사에서 큰 전환점으로 삼는 전쟁을 기독교 복음주의 역사에도 접목했다. 1945년을 기점으로 유럽 대륙, 미국 복음주의의 기독교와 교회가 세속화됨을 언급한다. 기독교 국가의 정체성을 주장하기 힘든 사회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또 이 때를 기점으로 세계 기독교 무게중심이 남반구로 이동하여 부흥하고 역선교하는 추세가 되었다고 맥을 짚어 낸다.

복음주의자, 성경 어떻게 읽나요?

3부는 복음주의자들이 성경을 어떻게 읽었는지를 성경관에 입각한 분열과 변화를 소개한다. 미국 복음주의 역사에서 신복음주의가 등장하는 1947년을 분수령을 삼는다. 당시 미국의 근본주의는 세상으로부터 고립되어 게토로 존재한다. 또 아주 전투적으로 유지됐는데 이를 지켜보던 젊은 복음주의자들은 이것이 참된 기독교가 아니라고 각성한다. 반지성, 반학문, 반문화 풍토에 반대하며 세상에 들어가 학문과 지성과 문화를 주도하겠다고 선언한다.

신학자로는 칼 헨리, 목회자로는 헤럴드 오켕가, 복음 전도자로는 빌리 그레험이 구심점이 된다. 이들은 전미복음주의협의회를 만들었고 같은 년도에 풀러신학교를 세웠다. 신복음주의 운동을 선전하고 전파하기 위해 <크리스쳐니티투데이>가 생겨났다. 이어 영국과 미국의 성경 연구가 어떻게 흘러가게 되었는지 설명한다.

나는 미국의 성경 해석 역사를 보면서 한국이 왜 정치, 경제, 사회, 종교 영역에서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 종북과 친일, 에큐메니칼과 복음주의라는 극단적 분열 프레임을 갖고 있는지를 알게 됐다. 자유주의와 근본주의 사이에서 최종 결론은 교단을 나와 순결을 지켜 간다는 것이다. 메이첸의 제자였던 매킨타이어는 스승과 종말론과 주초 문제로 갈라서면서 페이스신학교와 정통장로교회를 설립하게 되었고 미국 사회에 극단적인 보수 정치를 주장하는 운동체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도 그 영향을 받게 되어 기독인의 생활양식을 전쟁 같은 분리주의적 근본주의의 성향을 갖게 되었다.

4부에서는 복음주의자가 어떻게 자기 신앙을 변호하였는지 변증한다. 유럽의 사상이 계몽주의로 흘러갈 때 복음주의는 이성을 적극 활용하여 신앙을 계몽화하고 신학을 과학화했다. 저자는 18세기의 복음주의와 1차 부흥 운동도 당시 사조였던 계몽주의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 설명한다. 19세기 찰스 피니를 중심으로 한 2차 부흥 운동 역시 그 시대 배경과 조건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라 보았다.

나는 이 대목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복음주의 현상도 시대의 배경과 사상을 벗어날 수 없다는 말은 인정한다. 그러나 조나단 에드워즈로 대표되는 1차 각성 운동과 찰스 피니로 대표되는 2차 운동은 분명히 그 부흥의 원리와 방법이 다른데 차이점을 잘 구분하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 하나님의 전적 주권을 인정하여 일어나는 역사와 인간이 개입하여 주최가 되는 아르미니우스적인 운동은 다른데, 이 구별점이 계몽주의로 덮어지는 것 같아 보였다.

또 4부에서는 미국와 영국의 변증에 대한 차이점이 나온다. 전자는 냉정하고 차가운 성격이고 후자는 따뜻하고 목회적이며 설교 같은 느낌이라 설명한다. 이해가 되는 게 전자는 근본주의와 현대주의 간의 논쟁의 결과물로 생겨났기에 더 전투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코넬리우스 반틸에 대해서도 그가 어떻게 지금까지 한국 보수 신학과 장로교에 독특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지 그 배경이 나온다.

로잔대회 후 복음주의는 어떻게 달라졌나

5부에서는 로잔대회 이후 복음주의는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 공공성에 대한 역사를 풀어낸다. 특히 이 부분에서는 1974년에 로잔대회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가 나오고 로잔협약이 총체적, 전 세계적, 전 교회적 복음주의 신앙고백이라는 설명이 이루어진다. 나는 이 부분을 흥미롭게 읽었다. 초대교회 이래 비서양 기독교 출신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복음에 대해서 말하는 연설은 속이 시원할 정도로 부패와 타락, 위선을 척결하는 내용들이었다. 존 스토트가 이 대회를 참가하기까지의 배경도 흥미로웠다.

마지막 6부에서는 오순절 및 은사주의 운동이 세계 복음주의 지형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다룬다. 저자는 오순절하면 순복음교회가 떠올라 안티적인 반응이 심한데 오순절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고 복합적이고 다원적인 기원이 있다고 말한다. 오순절 연구에 대한 신학적, 종교적, 정치적, 사회학적 연구가 지속되는 분야라 설명한다. 그리고 오순절 신자의 인구만 해도 전체에서 25%를 차지하니 그 영향력과 흐름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저자는 오순절 확산 이유로 순복음과 평등주의와 구전전통과 탈계몽주의 등을 꼽는다.

끝으로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태어나고 성장하고 쇠락하는 과정을 겪게 되어 있다. 학문도 그렇고 사상도 그런 흐름을 보인다. 그러나 복음주의를 보면 물론 한 지역 내에서 태동하고 성장하고 사장되는 지역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더 확장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실제 유럽의 현상들을 보며 복음주의와 기독교가 사장될 것이라 많은 예상을 했지만 오히려 비서양 지역에서 복음주의가 왕성해지고 역선교하는 현상이 되면서 복음주의가 더 확산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의 복음주의는 어떤 역할을 하고 변화를 이루어가야 하나 생각해 본다. 민주화가 되기 전에 '잘살아보세'라는 구호로 성장제일주의를 절대 가치로 여기며 달렸던 시대에서 교회 역시 성공주의 복음을 전하며 사람들을 부추겼다. 시대의 한계이고 슬픔이지만 복음이 왜곡되어 사회의 구원과 회복을 위해 제 역할을 못하였고 오히려 극우적인 성향을 편들며 불균형과 계층화했다. 인권과 복지, 정치와 경제 등 사회참여적인 발언을 하면 믿음이 없다거나 자유주의자로 낙인찍히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었다. 그런 흐름이 지금도 존재하는 건 사실이다.

저자는 <세계 복음주의 지형도>에서 한국 복음주의가 세 가지로 나타나고 있다고 소개한다. 사회참여 운동, 개혁파 내부의 정체성 강화 운동, 마지막으로는 오순절 운동으로 나타난다고 말한다. 그리고 각각의 물줄기는 각자의 정체성을 유지도 하지만 서로 상호작용하기도 하고 질적으로 통하는 것도 있다고 한다. 각 그룹은 특징에 맞게 운동성을 지니고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참 교회가 무엇이고 참 그리스도인이 무엇인가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책 제목처럼 복음주의의 지형도를 손에 쥐게 되었다. 특별히 한국의 신진 학자를 통해 이 소중한 역사를 들으니 기쁨이 있었다. 글을 보며 많이 연구하고 준비하여 내면화시켰다는 게 느껴졌다. 세계 기독교사 속에 복음주의라는 역사가 어떻게 생성되어 흘러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한국까지 어떻게 흘러왔는지 알기 원하는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아울러 책을 통해 한국 복음주의의 역사와 위치와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고 더 발전된 보석이 나와 보기를 기대해 본다.

방영민 목사 /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전주서문교회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