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1일, 뉴욕에서는 복음주의자 지도자들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예정자가 만나는 회합이 열렸다. 애초 예정 인원은 500여 명이었지만 이날 참석한 인사는 1,000명이 넘었다. <애틀란틱>(The Atlantic)은 비공개로 진행된 이 행사에 전 대통령 후보인 벤 카슨(Ben Carson)과 리버티대학(Liberty University) 총장인 제리 폴웰(Jerry Falwell), 여론조사가 조지 바나(George Barna) 등 명망가들이 참석해 발언했다고 전했다. <애틀란틱>에 따르면, 질의응답 순서에는 연설 전문가 마이크 허커비(Mike Huckabee)가 질문을 선택했다.

미국의 진보 복음주의 지도자 중 한 명인 <소저너스> 편집장 짐 월리스(Jim Wallis)는 초대된 대다수 사람들이 백인 장년 보수 복음주의 남성들이라는 사실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흑인종과 황인종, 젊은 복음주의 여성과 남성, 더 광범위한 정치적 성향의 사람들이 초대됐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특별히 트럼프 후보가 부정적인 타겟으로 삼고 있는 유색인종들과 그가 매우 두려운 존재로 치부하는 무슬림들에게 더 다가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짐 월리스는 행사 후 도널드 트럼프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그 더 충분히 답해야 하는 영역을 조목조목 밝혔다. 

▲ <소저너스> 편집장 짐 월리스는 공화당 대선 후보 트럼프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트럼프가 생각하는 현안이 과연 복음적인가 되묻는 질문들이다.

짐 월리스가 답변을 요구하는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도널드 트럼프가 이 행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강조한 것은 '종교 자유'였다. 짐 월리스는 트럼프가 무슬림들의 미국 입금 금지를 주장한 것과, 무슬림 사원을 감시하고 이미 미국 시민으로 살고 있는 무슬림인들의 신상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어떻게 종교 자유에 대한 신념과 양립할 수 있냐고 묻는다.

둘째, 짐 월리스는 도널드 트럼프의 인종차별 발언에 대해서도 분명한 답변을 요구했다. 미국 판사가 '멕시코 출신'이라는 이유로 공정하지 못했다고 한 것과 멕시코 이민자들에 대해 증오 발언을 한 것, KKK를 비롯해 백인 우월주의 집단들과 좀처럼 거리를 두고 있지 못한 이유에 분명한 답변을 요청했다. 심지어 미국 역사상 첫 아프리카계 미국인 대통령을 '진실로 우리와 같은 자'가 아니라고 폄하한 점에 대해서도 답을 촉구했다.  

셋째, 교회 구성원이 이민자로 다양해져 가는데 이를 자국민 위혐으로 여기는 편협함에 대해서도 납득할 만한 설명을 요구했다. 트럼프는 미국 사회 인종 구성에서 최대 소수 인종인 히스패닉계 사회에 다리를 놓는다고 했다. 짐 월리스는 그에게 어떻게 국경을 보호할 것인지, 히스패닉계 사회와 더 좋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1,100명의 불법체류자를 추방하려 하고 그들의 가족을 헤어지게 하는 게  '우리 가운데 소자를 어떻게 대하는지가 곧 자신을 대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던 예수님 뜻에 합당한 것인지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넷째, 고문을 되돌려 놓으려는 트럼프의 정책이 미국이 서명한 국제 협약을 침해한다는 사실과 테러리스트들의 가족과 자녀들을 죽이겠다는 트럼프의 약속이 도덕적으로 합당한 것인지 분명히 밝힐 것을 공개적으로 질문했다.

짐 월리스는 트럼프가 선거운동 기간 내내 기독교인의 신앙에 위배되는 진술과 행동한 점을 물었다. 하나님께 용서를 구한 적이 없었다는 일들부터 기독교 신앙과 삶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지식이 부족한 것까지의 문제들을 공개 질의했다. 복음주의자들의 언어를 조금씩 배운다고 해서 그것이 공적 질문들에 대한 입장을 대신하지 못할 것이라 지적했다. 신앙 공동체와 더 깊은 대화를 해 나갈 것을 요청했다.

<소저너스>는 짐 월리스를 포함한 진보 기독교인들은 트럼프의 편협함과 완고함을 밀어내며 압박하고 있으며 이날 행사가 모든 복음주의자들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했다. '에반젤리칼'(evengelical)이라는 말은 많은 다양한 교파, 정치적 관점, 종교적 신념조차 다른 사람들을 포괄하는 말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폭스뉴스>의 명사 토드 스태너(Todd Starner)는 자신의 트위터에 참석한 소감을 밝혔다.

"복음주의자들과 한 트럼프의 대화에서 막 돌아왔습니다. 예수에 대한 말은 한마디도 없네요."

행사를 조직한 '나의신앙투표'(My Faith Votes)의 조니 무어(Johnnie Moore)는 이 행사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 예정자에 대해 '복음주의 지지자들의 실질적인 결속'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릴리젼뉴스서비스>는 보수 기독교 지도자들이 행사에 대거 참여했지만, 모든 기독교인들이 그를 지지하고 있는 게 아님을 밝히며 도널드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인물들을 소개했다.

대표적인 인물은 남침례교(the Southern Baptist Convention)의 '윤리와종교자유위원회'(the Ethics&Religious Liberty Commission) 회장인 러셀 무어(Russell Moore)다. 트럼프 반대에 가장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뉴욕타임즈> 사설에서 트럼프의 선거운동을 '리얼리티 텔레비전의 도덕적 하수구'라 불렀다. 트럼프는 트위터에 "무어는 복음주의자들과 그들이 상징하는 선한 모든 것의 끔찍한 대표자이며 가슴이 없는 불쾌한 사내”라고 반박했다. 이후 무어는 트럼프의 공격을 반영하여 자신의 트위터 신상 정보에 "복음주의 기독교의 끔찍한 대표, 불쾌함 덕분에"라고 올려 반격했다.

보이스칼리지(Boyce College)의 성경 연구 교수인 데니 버크(Denny Burk)는 범죄자 고문을 지지하는 트럼프에 대해 "그의 진술은 우리의 헌법 질서에 진정한 위협"이라고 자신의 블로그에 밝혔다. 히며 트럼프가 결코 대통령 집무실 근처에 가게 해서는 안 된다고 단언했다. 

오크힐처치(Oak Hills Church) 목사이자 기독교 저자인 맥스 루카도(Max Lucado) 역시,  <워싱턴포스트>에서 "나는 목사다. 후보들을 지지하거나 내 차에 범퍼 스티커를 붙이지 않는다. 하지만 기독교 신앙을 보호하고자 한다. (중략) 공적 인물이 어느날 그리스도를 구하면서 옆에서 누군가를 '멍청이'라 부른다면 뭔가 비틀린 것 아닌가? 거기다 한 번도 아니고 반복적으로? 후회하는 내색도 없이? 미안한 마음도 없이? 우리는 학교에서 왕따가 발생하는 것을 반대한다. 정치에서도 똑같이 해야 하지 않는가?"

앤나코스티아리버처치(Anacostia River Church) 목사이자 복음연맹(the Gospel Coalition) 위원인 서비디 아냐바일(Thabiti Anyabwile)은 자신의 블로그에 '왜 트럼프 후보를 참을 수 없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만일 이번 선거가 어떤 것을 증명한다면, 그것은 기독인들 가운데 많은 무비판적인 동맹이 잔존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 했고 기독교 지도자들에게 클린턴을 투표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리서전트>(the Resurgent) 의 보수 블로거인 에릭 에릭슨(Erick Erickson)은 "공화당이 트럼프의 방향을 가기 원한다면, 나는 더 이상 공화당원이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이전에 그는 트럼프를 지지할 거라 발언했지만 2월, 자신의 웹 사이트 <리서전트>에서 자신은 도널드 트럼프를 뽑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에게는 '다마스커스의 회심으로 가는 길'이 전혀 없다며 그저 딸들과 데이트하기만을 원하는 인물이라 비판했다.

프린스턴대학의 맥코믹(McCormick) 법학 교수인 랍비 조지(Robbie George)는 이번 행사 초대를 거절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트럼프를 혹독하게 비판하는 사람이다. 보수주의자들의 마음을 사서 그에 대한 나의 저평가를 바꾸려는  행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란 없다. 내가 그러한 입장을 가질 수밖에 없게 한 말과 행동을 내가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없다고 믿는다. (중략) 나는 그가 결국에는 자신을 끌어안은 사람들과 단체들에게 공개적인 불명예를 안겨 주게 될 게 두렵다."

<그리스도와대중문화>(Chris and Pop culture) 사이트 편집자인 앨랜 노블(Alan Noble)은 이달 초 <Vox> 기사에서 트럼프를 뽑는 것은 '정치인들에게 인격이 중요하다는 종교 우파의 수십 년의 주장'을 손상시킬 것이라 썼다. 그는 트럼프를 '자신의 이익에서 벗어난 어떤 정치적 원칙도 없는 사기적이고 유아적인 인종차별 선동가'라 평했다. "자신의 부패 행위에는 전혀 깨어 있지 않아서 용서를 구할 필요를 인식하지 않는 사람이 나라를 정당하게 이끌 수 없다"면서 "복음주의자들에게 이러한 사실에 다른 방도가 없다"고 못 박았다.

<소저너스>는 이날 행사 이후 도널드 트럼프가 선거 날까지 140일 동안 자신의 복음주의 고문으로 활동하게 될 인물들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그들은 공화당 예비 후보에게 신앙 공동체가 중요하게 여기는 사안들을 조언하게 될 것이다. 이 목록에는 과거 트럼프를 비난해 왔던 '가족에초점을'(Focus on the Family) 설립자인 제임스 돕슨(James Dobson)도 있고 미네소타 의원인 미첼 바흐만(Michelle Bachmann), 자유대학 총장인 제리 폴웰 2세(Jerry Falwell Jr.), '신앙자유연맹'(Faith and Freedom Coalition) 설립자 라프 리드(Ralph Reed)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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