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1일 오전 8시 30분, 특조위원들과 세월호 유가족이 마주 보고 섰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이석태 위원장)가 7월 1일, 세월호 유가족의 박수와 지지를 받으며 출근했다. 정부와 여당이 주장하는 조사 활동 기간이 6월 30일부로 만료된 가운데, 정부의 자의적 법 해석을 따르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특조위원들은 6월 30일 저녁부터 1일 아침 7시 30분까지 12시간 동안 밤샘 토론을 벌이며 사무실을 지켰다. 아침 8시 30분, 사무실이 위치한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앞에 특조위원들과 세월호 유가족이 마주보고 섰다. 특조위원들은 "특조위는 정부가 만든 게 아니다. 우리는 특조위를 만든 국민과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끝까지 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특조위원들이 사무실로 들어간 후, 유가족과 시민은 9시부터 기자회견을 열었다. 특조위 조사 기간 강제 종료를 '중단하라'가 아니라 '거부한다'로 구호가 바뀌었다.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리해 보았다.

▲ 유가족과 시민은 빌딩 입구부터 엘리베이터까지 줄을 만들어 출근하는 특조위원들의 손을 잡아 주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1. 특조위 조사 활동 기간 보장

이번 농성의 주된 목적이다. 가족들이 강조하는 것은 특조위 활동 기간 '연장'이 아니라 '보장'이라는 점이다. 특조위 조사 활동 기간은 특별법상 '그 구성을 마친 날'부터 최대 1년 6개월이다. 정부와 여당은 2015년 1월 1일을 기산점으로 보고 있으나, 이는 특별법이 시행된 날이지 특조위 구성을 마친 날이 아니다.

특조위는 인력과 예산이 배정된 2015년 8월을 기산점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2월까지 조사 활동을 벌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월호 유가족과 국민들은 이 기간도 짧다고 얘기한다. '진실 규명에는 공소시효가 없다'.

2. 온전한 세월호 인양과 선체 조사 기간 보장

2014년 11월 특별법이 제정될 때에는 실종자를 수습 중이었기 때문에 '인양'을 거론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현재 특별법에는 인양에 관련한 부분이 없다. 특별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다. 세월호를 인양해 미수습자 9명을 모두 찾아야 하고, 인양 후 선체 조사 권한을 특조위가 가져야 한다. 세월호 선체는 진실 규명의 키다. 유가족과 시민들은 인양 후 최소 6개월간 조사 기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대 국회에는 이 내용을 담은 특별법 개정안 3개가 올라와 있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3당이 모두 특별법 개정을 찬성하고 있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은 모두 반대하고 있다.

3. 특검 실시

세월호 참사 특별검사제 실시는 특별법 제정 전 여야가 합의한 사항이었다. 새누리당은 당시 특조위에 수사권·기소권을 주는 것은 현행법상 맞지 않다면서 특검을 통해 해결하자고 했다. 게다가 세월호 가족들 동의를 얻어 검사를 추천하겠다고까지 했다. 그러나 지난 19대 국회 새누리당 의원들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회의에 일방적으로 불참해 특검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특조위는 6월 29일 20대 국회에 다시 특검 요청안을 제출했다. 여야가 합의한 사항이니 농해수위를 거치지 말고 바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해 달라고 했다.

▲ 특조위 조사 활동 기간이 6월 30일까지라는 것은 정부와 여당의 자의적 법 해석이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416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야당'을 지목해 요구했다. 그는 "지금 이 상황이 2014년 특별법을 만들 때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야당은 또다시 적당히 타협하지 말고 한 발짝도 물러섬 없이 원칙대로 하기를 바란다. 특조위의 조사 기간은 시혜가 아니라 당연히 보장돼야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416연대 이태호 상임위원도 "유가족에게 또 양보하라고, 너희가 관대하게 해석하라고 하면 안 된다. 야당은 특별법을 만들 때처럼 세월호 가족들을 배제하지 마라. 국회는 민의를 반영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달라. 여당의 위법한 법 해석에 휘둘리지 마라"고 요구했다.

▲ 예은 아빠 416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 ⓒ뉴스앤조이 구권효

국회의원 중에는 유일하게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도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보수 언론은 특조위가 세금 낭비한다고, 지금까지 단 한 개의 안건밖에 처리하지 못했다고 책잡는다. 그러나 특조위가 있었기 때문에, 세월호에 철근 400톤이 실렸고 이 중 일부는 제주 해군기지 공사로 갈 예정이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특조위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보도를 통제하려 했던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과 길환영 전 KBS 사장을 고발했다"고 말했다.

또 "특조위는 계속해서 방해를 받아 왔다. 임명장도 늦게 주고 예산도 늦게 나왔다. 여당 추천 위원들은 대통령의 행적을 조사 범위에 포함하지 못하게 했으며, 일방적으로 회의에 불참하고 있다. 특조위 활동을 얘기할 때 이런 상황도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이런 것들이 보수 언론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가 보다"라고 말했다.

▲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뉴스앤조이 구권효

특조위는 정부의 조치에도 굴하지 않고 내년 2월까지 조사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앞으로의 상황이 그다지 밝지는 않다. 당장 7월부터 예산이 없다. 7월 6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 전까지 여야가 합의를 해야 하는데 이것도 난항이 예상된다.

박주민 의원은 기자와의 대화에서 "당분간은 정부·여당과의 지루한 공방이 예상된다. 여당은 합의를 통해 조사 기간을 몇 개월 더 연장하자는 정도다. 계속 협상은 하고 있지만, 여당은 법 개정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다. 답답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물리력을 행사해 특조위를 해산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세월호 가족들과 시민단체는 앞으로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해 국회의원을 한 명 한 명 만나서라도 국회의 역할을 하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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