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숙 농성 6일차, 세월호 유가족은 청운동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정부가 주장하는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이석태 위원장) 조사 활동 기간은 오늘(6월 30일)로 만료된다. 특조위 활동 기간을 현실적으로 보장하자는 세월호 가족들과 야당 의원들, 국민의 요구에도 정부와 새누리당은 끝내 고집을 꺾지 않았다.

6일째 노숙 농성을 이어 가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은 30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가족들은 이날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미수습자 수습, 세월호 선체의 조속하고 온전한 인양을 위한 서명 총 70만 6,310개를 청와대 민원실에 전달했다.

세월호 참사와 박근혜 대통령을 연결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왜 자꾸 대통령을 걸고넘어지느냐는 것이다. 윤석전 목사(연세중앙교회)는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에 발목 잡혔다"고 말한다. 세월호 가족들이 정부를 전복하려는 세력에 이용당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는 영석 엄마. ⓒ뉴스앤조이 구권효

그러나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는 데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특조위 박종운 안전사회소위원장도 실제로 조사 활동을 하면서 대통령의 의지가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 바 있다. 대통령이 진실 규명에 적극적이었다면 지금 정부와 여당이 특조위 조사 활동 기간을 종료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특조위 권영빈 진상규명소위원장의 말처럼, 지금 요구하는 것은 특조위 조사 활동 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게 아니라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특별법에 따라 특조위 활동 기간은 '그 구성을 마친 후' 1년 6개월이다. 정부는 이를 2015년 1월 1일로 보고 있지만, 이때는 실제로 특조위가 구성되지 않았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특조위 활동 기간을 연장하면 세금이 많이 들어간다"는 식으로 말했다.

▲ 경찰은 세월호 유가족을 빙 둘러쌌다. 건너편 '맞불 집회'에는 허술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규탄했다. 참사 당시 진도체육관에서 "유족들의 여한이 없게 진상 규명하겠다", "가족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계속 소통하겠다"고 했는데, 현실은 딴판이다. 박 대통령은 이후 세월호 가족을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가족들과 시민들은 "진상 규명이 여한 없이 실시되었는가"라고 물으며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왜 진실 규명에 소극적일까. '대통령의 7시간'은 바로 이런 질문에 근거한다. 세월호 유가족과 많은 시민은 특조위가 참사 당시 대통령의 행적을 조사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를 막으려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대통령의 7시간을 조사하지 않는 조건으로 특조위 활동 기간을 연장하자고 했다"는 야당 인사의 발언도 의혹을 더 짙게 한다.

경찰의 압박, 보수 단체의 시위

이번 세월호 가족들의 농성 기간 동안 경찰은 유난히 강경한 태도로 세월호 유가족을 대했다. 26일에는 강제로 유가족들이 친 차양막을 철거하고 저항하는 유가족을 연행했으며, 27일에는 깔개로 쓸 은박지 롤을 가지고 도망가는 등 웃지 못할 일을 벌였다. 28일에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려고 하는 가족들의 피켓을 강제로 빼앗고 훼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것을 '불법 시위'라고 규정했다. 세월호와 관련한 문구가 쓰인 옷을 입거나 심지어 그냥 노란색 옷을 입어도 광화문이나 청운동 쪽으로 가지 못하게 막았다.

▲ 청운동사무소 옆에는 경찰 버스와 예비 병력이 진쳤다(사진 위). 기자회견을 마치고 광화문으로 돌아가는 세월호 가족과 시민을 양 옆으로 막고 있는 경찰(사진 아래). ⓒ뉴스앤조이 구권효

기자회견이 열린 청운동사무소 앞에는 역시나 수백 명의 경찰이 배치되었다. 유가족들을 빙 둘러싸고, 한편에는 예비 병력이 포진했다. 광화문에서 청와대로 통하는 모든 골목에 방패를 든 경찰이 배치됐다. 유가족과 시민이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면, "구호를 외치는 건 불법 시위"라면서 해산명령을 내렸다. 시위대를 보호해야 할 경찰은 청와대를 보호하고 있었다.

한편, 세월호 유가족 기자회견 도중 길 건너편에서는 '대한민국 전복하려는 세월호특조위 해체하라'가 적힌 현수막과 태극기를 든 20여 명이 '맞불 기자회견'을 벌였다. 이들은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 호국 영령에 대한 묵념으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경찰은 이들을 완전히 둘러싸지도 않았고, 이들이 만들어 내는 소음에도 경고 방송을 하지 않았다.

▲ 길 건너편에서는 맞불 기자회견이 열렸다. 참가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모습. ⓒ뉴스앤조이 구권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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