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정식 교수가 새 책을 냈다. '표절 의혹'을 받은 차 교수의 신간을 낸 출판사는 평소 표절 반대 운동을 지지하던 김요한 대표의 새물결플러스였다. 이 때문에 온라인 공간에서는 설전이 이어졌다. ⓒ뉴스앤조이 심규원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차정식 교수(한일장신대학교)의 새 책 출간을 놓고 설왕설래가 벌어지고 있다. 대한기독교서회에서 발간한 <로마서> 표절 의혹에 시달린 차 교수가 신간 <예수 인문학>을 냈는데, 이를 낸 출판사가 평소 표절 반대 입장을 보여 오던 새물결플러스(김요한 대표)라는 이유다.

책 출간 사실이 알려지자 '신학 서적 표절 반대(신표)' 회원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신표 회원들은 당사자 간 의리가 윤리 문제보다 더 중요하냐며 새물결플러스를 비판했다.

최주훈 목사(중앙루터교회)는 김 대표가 표절 저자들과 출판을 협조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이번 처사에 실망해 김 대표와 구두로 합의했던 출판 계약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차정식 교수가 쓴 서문 내용이 알려지며 논쟁에 기름이 부어졌다.

서문 내용 놓고 논란 심화

서문 내용을 문제 삼는 사람들이 지적하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세 쪽 분량 서문 말미에 나오는 표현이다.

"나는 어설픈 흉내내기로서의 공부가 한없이 역겨웠고 서구 신학의 영웅적 장삼이사들이 구축한 세계에 하나마나한 수준에서 잡다한 각주를 다는 식의 학문이 불쌍했다. (중략)

이런 종류의 책을 한 권 내기로 오래전 새물결플러스 대표 김요한 목사님과 의기투합한 바 있다. 그는 꾸준히 이 약속을 상기시켜 주었고 복잡한 세간사의 굴곡 속에서도 선하게 의리를 지켜 주었다. (중략)

지새우던 기나긴 밤들의 기억이 공중에 부유물처럼 출렁인다. 이제 또 새벽이 되어 새 책의 출간과 함께 새날이 밝아오기에 이런 분들이 끼친 참한 은혜의 빚을 빛으로 받아 간신히 이 서문을 쓴다. 훠이, 물렀거라! 예수의 본심과 무관한 잡것들아!"

서문 표현을 놓고 신표 회원들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서문의 전체적인 논지는 서양 주류 신학을 답습하지 않고 한국적 상황과 통찰을 담은 독창적 글쓰기를 추구하겠다는 내용이었지만, "하나마나한 수준에서 잡다한 각주를 다는 식의 학문이 불쌍하다", "출판사 대표가 복잡한 세간사의 굴곡 속에서도 선하게 의리를 지켜주었다", “훠이, 물렀거라! 예수의 본심과 무관한 잡것들아!” 부분이 특정인과 특정 사건을 지칭한다는 해석을 낳았기 때문이다.

논란이 일자 차정식 교수는 '잡것'이라는 표현은 특정인과 무관하다는 글을 올렸다. 알래스카를 탐험하며 곰과 무스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물렀거라! 무스들아, 곰들아, 훠이~물렀거라 이놈 잡것들아!"라고 외쳤던 경험이 연상 작용을 일으켜 서문에도 이 표현을 사용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판은 수년 전부터 약속했던 신의의 문제"

차 교수의 책을 출간한 새물결플러스 김요한 대표에게도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김 대표는 29일 저녁 페이스북에 A4 5장 분량의 장문을 올렸다. 그는 평생 먹을 욕을 하루 만에 다 먹었지만, 처음부터 예상하고 각오했던 일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저자와의 약속은 구두 약속이라고 할지라도 꼭 지키려고 노력했고, 차정식 교수 문제도 계약을 정식으로 하지 않았지만 수년 동안 구두로 얘기해 온 것을 바탕으로 '신의의 원칙'하에 출간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책 원고 얼개가 나왔을 무렵 차정식 교수에 대한 표절 문제가 제기됐지만 김요한 대표는"사실 제가 잘 아는 학자가 어려움에 처했다고 해서, 제가 발을 쑥 빼면, 아마 제가 생각해도 참 못난 사람 같을 것이다. 그보다는 차라리 필요하면 욕도 먹고 경제적 손해를 보더라도, 약속을 지키는 것이 더 저 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요한 대표는 독자들에게 이번 일로 상처를 입거나 실망한 사람들에게는 송구하지만, "위선이니 어쩌니 하는 말을 손쉽게 들을 만큼 그렇게 막 살아오지 않았다"면서 정의에 관한 문제를 파편적으로 보지 말고 통전적인 관점에서 봐 줄 것을 당부했다.

김 대표의 해명에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독자들 중에는 김 대표가 차정식 교수의 서문에 대해 "전체를 읽어 보면 오해할 소지가 없다"고 발언한 것 등을 차 교수를 옹호하는 표현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한 독자는 김요한 대표에게 "하다못해 서문에 '그동안 여러 일들로 인해 심려를 끼친 독자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부족한 책 읽어 주셔서 감사하다'라는 간단한 문장만 들어가 있어도 이렇게까지 다들 분개하지 않을 것이다. 저 서문은 그야말로 교만의 극치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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