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장합동 측 노회들이 주기철 목사의 복권을 진행하고 있다. ⓒ주기철목사후손들모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박무용 총회장) 산하 노회들이 잇따라 주기철 목사를 복권한다고 나서고 있다. 지난 17일 동평양노회가 임시노회를 열고 주 목사를 복권하기로 결의한 데 이어 21일에는 평양노회도 주기철 목사를 복권하기로 결정했다.

예장합동 평양노회는 현재 교세 확장과 교단 정치 문제 등으로 평양노회·동평양노회·서평양노회·남평양노회·평양제일노회로 분립돼 있다. 주 목사를 복권하는 절차를 5개 노회가 각각 따로 밟는 것이다.

예장합동 교단지 <기독신문>에 따르면, 동평양노회장 김광석 목사가 "주기철 목사님은 1939년 12월 19일 이전에 가진 모든 직과 권리가 회복되었음을 성부·성자·성령의 이름으로 선언한다"고 선포하자 노회원들이 일제히 박수치며 환영했다. 노회원들은 단체로 KBS 다큐멘터리 '일사각오 주기철'을 시청하고 과거 평양노회(동평양노회 전신)가 주기철 목사를 면직하고 신사참배를 주도적으로 결의한 것을 회개하는 기도를 했다.

평양노회도 21일 노회에서 주기철 목사를 복권했다. 평양노회는 재판국을 구성해 이 문제를 조사하고 "주기철 목사의 면직은 대한예수교장로회 교리와 신조와 성경에 기록된 신앙의 근본된 원리에 위배되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처사이며 원인 무효임이 명백하게 밝혀졌다"고 결론지었다. 평양노회장 조은칠 목사는 교단지에 "77년 만에 주 목사님을 복권하게 돼 영광"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이밖에 평양노회는 '소양주기철목사복권기념감사및참회예배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7월 10일 왕성교회(길요나 목사)에서 복권 기념 예배를 드리기로 했다. 이름에 '평양'이 들어가는 5개 노회뿐 아니라 총신대학교, 예장합동 총회 차원에서도 주 목사 복직·복권 감사 예배가 계획돼 있다.

그런데 예장합동 교단의 주기철 목사의 복권은 다소 즉흥적으로 진행됐다. 지난해 9월, 예장합동 100회 총회에서 한 총대가 주기철 목사를 복권하자고 발언했다. 이미 주기철 목사를 복직하고 평양신학교 학적을 복구하자는 12개 헌의안이 올라왔지만, 이를 다루기도 전에 한 총대가 먼저 제안한 것이다. 예정에 없던 일이었지만, 박무용 총회장은 전원 기립 박수로 이를 받자고 해 이루어졌다.

76년 만에 주 목사 복권이 '기습적으로' 이뤄진 것이다.그러나 주 목사 복권을 절차적·정치적으로 결정하기 전, 먼저 교단이 저지른 과오에 대한 진정성 있는 회개와 변화된 자세가 수반되었는지는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예장합동 박무용 총회장은 '친일 과거 세탁' 의혹이 제기되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찬성하는 공개 성명을 내기도 했다.

한편 같은 뿌리를 두고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채영남 총회장) 평양노회는 10년 전인 2006년 주기철 목사를 복권했다. 평양노회는 "우리는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강압적 통치하에서 교회가 마땅히 지켜야 할 신앙 양심을 지키지 못하고 신사참배에 가담한 것과, 신사참배에 반대하여 신앙을 고수하기 위해 일제에 항거했던 주기철 목사를 목사의 직에서 파면하고 산정현교회를 강제로 폐쇄하는 일을 자행했던 우리 노회의 죄악상을 애통하는 마음으로 참회하며 고백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주기철 목사에 대한 교계 관심은 대단히 높아진 상태다. 지난해 성탄절, 그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일사각오 주기철'이 서울 시청률 9.7%, 수도권 시청률 8.6%을 기록하고,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올 3월에는 영화로 제작돼 대형 교회들의 수백 명 단위 단체 관람이 이어지기도 했다. 5월 기준 '일사각오'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은 사람은 9만 2,000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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