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49+37=142

[뉴스앤조이-양정지건 기자] 암호처럼 보이시죠. 이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짐작하시겠나요? 142는 올해 1월부터 지금까지 <뉴스앤조이>에 실린 기사 중 '동성애' 단어가 들어간 기사 숫자입니다. 전체 기사가 1,281건이니 10%가 넘네요.

56, 49, 37은 이제 짐작되시죠? 142개의 동성애 관련 기사 중 49개는 중립 입장에서 동성애를 다룬 기사입니다. 단순히 동성애 단어가 들어가는 기사도 여기에 포함했습니다. 행사 소개 등의 단신도 여기에 넣었습니다.

이제 56과 37이 남았습니다. 이 중 하나는 동성애 찬성 입장을 소개한 기사고, 다른 하나는 반대 내용입니다. 정답이 짐작 가세요? 동성애 반대 목소리를 담은 기사 숫자가 56입니다. 찬성 입장을 다룬 기사는 37이고요.

동성애 반대 기독인, 75만이 넘습니다

최근 심심찮게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뉴스앤조이>는 교회 개혁을 화두로 삼는 언론인줄 알았는데, 교회 개혁과 동성애가 무슨 관계가 있다고 자꾸 기사를 내냐는 겁니다. 교회랑 동성애랑 무슨 상관이 있기에 그렇게 자주 다루느냐는 지적이죠.

626,853명. 지난 총선에서 기독자유당을 뽑은 사람들입니다. 여기에 기독당 표를 더하면 75만이 훌쩍 넘습니다. 두 정당이 가장 앞에 세운 공약이 바로 '동성애 반대'였습니다. 이 가치에 동의해 귀중한 한 표를 던진 기독인 숫자가 이렇게 많습니다.

6월 11일, 퀴어 문화 축제가 열린 서울광장. 기독인들도 모였습니다. 덥고 습한 날씨인데도 한복을 입고 각종 장비를 준비해 동성애 반대를 소리 높여 외쳤습니다. 경찰 추산 1만 2,000명입니다. 역시 적지 않은 인원입니다.

동성애는 이미 한국교회의 주요 이슈입니다. 대형 교회 강단에도 자주 등장하는 주제입니다. <뉴스앤조이>가 억지로 만들어낸 이슈가 아니에요. 지금 한국교회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는 주제를 따라가고 있을 뿐입니다.

동성애 기사 쓰면 돈이 되냐고요?

또 다른 질책도 있습니다. 동성애 기사를 쓰는 건 알겠는데, 성경적 입장에서 동성애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를 써야지, 왜 동성애를 옹호하는 기사를 쓰느냐는 지적입니다. 그렇게 동성애 옹호하면 인지도도 높아지고 돈도 많이 들어오냐는 말도 많이 듣습니다.

돈, 전혀 되지 않습니다. 실제 올해 <뉴스앤조이> 후원을 중단하신 분들 중에 동성애 기사가 맘에 들지 않아 후원을 멈추겠다는 분들이 여럿 계십니다. 퀴어 문화 축제를 전후로 동성애 관련 기사가 많이 나왔는데, 이 시기에 후원을 멈추신 분이 많습니다.

동성애 기사로 후원을 늘리고 돈을 벌려고 한다면, 답은 간단합니다. 다수의 편에 서는 거죠. 요즘 동성애 옹호 목소리가 아무리 높다 해도, 여전히 소수입니다. 특히 교회 안에서는 더욱 소수입니다. 소수를 옹호하면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 무모합니다.

저희도 옹호 목소리를 기사로 담으면 후원이 줄 거라는 점, 알고 있습니다. 모 일간지처럼 흔들림 없는 반대 입장에 서서 기사를 쏟아내는 것이 돈벌이가 된다는 점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렇게 못 하고 있습니다.

동성애를 옹호하는 입장을 강요하고픈 생각은 없습니다. 물론 어떤 기사는 그렇게 느껴지실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읽히셨다면 전적으로 저희 책임입니다. <뉴스앤조이>는 동성애 문제를 둘러싼 여러 논의들을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저희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떤 때는 <뉴스앤조이>가 동성애를 옹호한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또 어떤 때는 동성애 반대 발언을 너무 여과 없이 기사로 내는 것 아니냐, 의문이 드실 수도 있습니다. 그 판단이 틀리지 않습니다. 저희가 사안마다 다르게 반응하니까요.

족보도 근본도 없는 언론

좀 다른 이야기입니다. 평화박물관 사건을 들어보셨나요. 활동가들이 운영 주체에 문제를 제기하며 들고 일어났습니다. 작지 않은 사안인데 어쩐 일인지 진보로 분류되는 언론들이 조용합니다. 다들 침묵 모드입니다.

진보 언론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자기 편' 까는 기사는 진보든 보수든 잘 쓰지 않습니다. 그동안 띄워 주던 사람이나 단체가 저지른 실수에 관대한 잣대를 들이댑니다. 평소 밉보였던 사람은 가차 없이 비판합니다.

언론도 독자들이 원하는 기사를 씁니다. 각자 자기 독자들이 관심 있을 이슈를,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방식으로 다룹니다. 그래야 독자를 잃지 않고 돈을 벌 수 있으니까요. 그래야 내 편에 속하는 사람들의 지지와 후원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이제 <뉴스앤조이>는 누구 편이냐는 질문에 답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성 소수자와 함께 하는 언론, 아닙니다. 성경에 어긋나는 동성애를 박멸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독 언론, 아닙니다. 누구 편도 아닙니다.

교회 개혁을 위해 악질 먹사를 고발하는 매체, 아닙니다. 주의 종에 대적하는 무리와 맞서 싸우는 언론, 아닙니다. 누구 편도 아닙니다. 사안에 따라 다릅니다. 예수님이 피로 세우신 교회를 향한 애정은 독자님들과 동일하지만 어떤 때는 목사 손을, 어떤 때는 장로 손을 듭니다.

소망이 있습니다. 카테고리 안에 갇히지 않는 언론이고 싶습니다. 친동성애 혹은 반동성애 전문 매체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결론 없는 지루한 토론이라 할지라도, 마당을 열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진보 족보에 이름을 올리지 못할 수도 있겠죠. 보수 진영에서 외면당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근본 없는 녀석들이라는 손가락질도 좋습니다. 후원이 줄어도 견뎌야겠죠. 그래도 다양한 목소리를 공정히 담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뉴스앤조이> 존재 이유가 있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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