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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가 모든 문제 해법은 아니잖아요
내적 어려움 겪은 다섯 청년 눈에 비친 교회 모습
  • 최유리 기자 (cker333@newsnjoy.or.kr)
  • 승인 2016.06.25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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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에서 조직의 변화 속도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가족, 교육, 정치, 법, 기업 중 변화에 가장 발빠르게 대처하는 조직으로 기업을 꼽았다. 고객의 요구를 파악해 적재적소에 필요한 물건을 내놓는 것이 기업의 목표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교회는 어떨까. 교회도 기업처럼 교인의 바람을 파악하고 그들의 필요에 응답하는 목회를 하고 있을까. 빠른 속도로 변하는 한국 사회와 발맞춰 걸어가고 있을까. 교회학교는 비어 가고 청년들은 교회를 등지는데, 교회는 어떤 답을 가지고 있을까.

<뉴스앤조이>는 6월 24일 다섯 명의 청년과 한 명의 목사를 만났다. 청년들에게는 교회에서 성장했고, 10대부터 20대 초반까지 개인적, 내적, 정서적 어려움을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다섯 명 중 네 명은 신학을 전공했다. 혼돈의 청소년기를 지나는 동안 교회는 이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교회에서 성장하면서 내적인 어려움을 겪었던 청년들을 만났다. 다섯 명 중 네 명은 신학교 출신이다. 왼쪽부터 김영수 청년, 김희선 청년, 정하영 청년, 김광진 청년, 김세준 목사, 우치현 전도사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교회 생활은 어땠는지 말해 달라.

정하영 / 10대 때 권위적이고 엄마에게 막 대하는 아빠를 미워했다. 교회 가면 늘 신앙생활 열심히 해서 아빠를 사랑하라는 말을 했다.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말만 있었다. 미워하는 마음이 있어도 괜찮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다. 이 부분이 복잡했다. 아빠를 미워할 수도 없고 사랑할 수도 없었다. 친구 관계도 어려웠기 때문에 의지할 곳은 교회밖에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미워하는 마음과 사랑해야 하는 당위 사이에서 미움을 감추는 데 에너지를 많이 들였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안타깝다.

김희선 / 청소년기 때 나는 내 이야기를 잘 못하고 내 문제도 잘 몰랐다. 교회에서는 문제아에 속했다. 수련회 가면 애들 선동해서 나가고 그랬다. 감정적인 행동이 많이 표출됐다. 그러다 보니까 교회 선생님들과 문제가 많았다.

김광진 / 학창 시절, 우울하고 불안했다. 대학교 1학년 때는 학교 수업도 안가고 15시간씩 자기도 했다. 대인 관계 맺기도 어려웠다. 뭔가 결정할 때 두렵고 목사나 교수 같은 권위자를 보면 경직되고 불안했다. 뭐라 하지도 않는데 복도 끝에서 권위자가 오면 돌아가고 그랬다. 다들 불안한 마음은 어느 정도 있다고 하지만 나는 그 부분이 크게 작용했다.

교회 생활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꾸준히 했다. 학생회장, 학교에서 기독교 동아리 회장, 찬양팀도 했다. 공부도 열심히 하니 칭찬도 받았다. 교회에서 힘든 모습을 드러내기 어려웠다. 칭찬하는 분야만 더 잘하려고 노력했다. 예배 열심히 다니고 기도실 가는 게 위안이라고 생각했다.

김영수 / 모태 신앙이고 신학생이다. 학창 시절 성욕이 왕성했다. 욕구가 생기면 자위를 하는데 교회에서는 음욕을 품으면 지옥 간다고 했다. 지옥 가기 싫으니 자위하면서 회개했다. 그게 반복됐다. 너무 힘들어서 성기를 자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교회 전도사님한테 이야기하니 "기도하자"고 했고, 회개에 가속도가 붙었다. 혼자 있으면 야동 보고 죄 지으니 21살 때는 그냥 순교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교회에서 거룩하게 보이기 위해 일로 나를 증명했다. 일중독 상태였다. 악기 세팅부터 교회 수련회 준비, 교회 리더, 애들 섬기는 일을 했다. 그러다 보니 나도 사람을 일 중심적으로 대하게 되더라.

우치현 /  현재 전도사로 활동 중이다. 아버지가 목사님이다. 어린 시절 목사 아들로서 지켜야 하는 것들이 있었다. 공부도 잘해야 하고 친구들과 너무 짖궂게 장난치면 안 됐다. 아버지나 교인들 눈치를 보며 살다 보니 점차 경직되어 갔다.

지인 중에 부모님이 이혼하고 할머니 밑에서 자란 친구가 있었다. 아버지에게 많이 맞았다. 교회에서는 가족 구원을 강조하니까, '아버지, 할머니가 교회에 다니면 자기 상황이 바뀌겠지'란 기대가 있었다. 기도 제목으로 항상 내놓으니까 주변에서도 기도해 주겠다고 했다. 교회 끝나면 집에 들어가기 싫어했다. 집에 가면 또 아버지한테 맞으니까. 그 친구는 아버지 문제를 주님이 주시는 고난으로 받아들이고 참고 버텼다.

   
▲ 신학생 김영수 씨는 교회에 자신의 문제를 상담하면 "기도하자"라는 말만 들었지, 구체적인 해결책을 듣지 못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 교회, 선교 단체, 신학교에서는 개인 문제에 어떻게 반응했나.

우치현 / 일단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힘들다고 말하면 신앙이 없다고 간주된다. 문제를 이겨 낸 다음 회복기를 간증할 순 있어도 내가 힘들다고 말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교회는 눈물을 보이면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간주한다. "하나님의 은혜, 사랑을 받았다"로 끝나지 그 뒤에 숨겨진 문제를 보지 못한다.

김광진 / 자기 이야기를 쉽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나눌 수도 있을 거 같다. 그러나 나같이 마음 약한 사람은 쉽지 않다. 더 못하게 된다. 교회가 어떻게 해 주기를 바라지도 못했다. 한창 힘들 때 교회에서 자랐으니까 신앙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수전도단의 DTS를 1년간 갔다. 누군가에게 어떻게든 도움을 받고 싶었다. DTS는 하나님 음성을 듣고 예배하는 데 강조점이 있다. 이걸 하면 좋아질까 해서 매달렸다. 이후에 복음학교도 갔다. 복음, 예수면 다 된다고 생각했다. 로마서와 에베소서를 읽으면 나도 달라지겠구나 했다. 그때는 좋아지는 듯했지만 돌아오면 여전했다.

김희선 / 고2 때 기독교 기숙사 학원에 다녔다. 밥 먹고 기도하고 공부하는 것밖에 없었다. 문제가 있으면 기도해야 했다. 친구에게 안 좋은 영향력을 끼친다고 고민을 말하지 못하게 했다. 모든 문제는 기도로 해결하라고 했다. 그때는 기도가 다인 줄 알았다. 울면서 쏟아 내면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니 좋아졌다고 착각했다. 그 때문에 신학교 가게 됐다. 나도 기도로 어려운 사람들 도와줘야겠다 생각했다. 신학교에서도 인간에 대해 배우는 과목이 거의 전무하다. 구약개론, 신약개론 등 신학 과목만 많지 인간 이해를 깊게 하도록 돕는 시간은 없다. 배울 수 있는 과목이 목회 상담 정도인데, 목회 잘하기 위한 방편이다.

- 교회에 바라는 점이 있는가.

김세준 / 목사로서 느끼는 점은 목회 현장에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다는 거다. 누군가에게는 설교가 은혜로 다가올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이성을 만나야 해결되는 부분도 있다. 교회가 왜 이렇게 되었는가 살피기 전에 결과만 두고 정죄하는 경향이 있다. 고통받는 사람이 교회에 마음 붙이고 다닐 수 있는 시스템일까 묻게 된다.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존 교회에서는 "그럴 수도 있어"라고 말하기 전에 고치라고만 한다. 주님의 놀라운 은총으로 변하기 바란다. 기도의 중요성만 강조한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도 많다. 부모가 기독교인이건 비기독교인이건 기도로 기질과 태도가 잘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자녀들에게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스킬을 가르쳐야 한다. 부모에게서 탈출하라, 거리를 둬라 등 실제적인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신앙 방식에만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

정하영 / 스스로 나약하다고 생각해 해병대에 갔다. 눈을 못 마주쳤고 말도 잘 못했다. 교회에서는 기도하고 아빠를 사랑하라고 했다. 방언 받거나 주님의 사역을 하면 미움이 사라질 줄 알았다. 방언 받으려고 '할렐루야'를 외치고 고3 때는 밤 11시에 모여서 아침까지 철야 기도를 했다.

지금이라면 그때의 나에게 "거절도 해봐", "미워하는 마음도 네 마음이니 괜찮아" 말할 것 같다. 그런 마음이 들 수도 있다고 인정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아빠를 미워하는 마음은 내 마음이 아니고 누군가가 나에게 준 마음이라 여겼다.

 
▲ 정하영 씨는 성장기에 권위적인 아버지가 무서웠다.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들었지만, 집에서는 아버지를 미워하는 마음이 공존했다. 그때 교회에서 "미워하는 마음도 네 마음이니 괜찮아"라는 이야기를 들었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을 표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김광진 / 대인 관계 맺기 어려워하던 형이 있었다. 그 형이 교회에서 갈등을 겪고 떠났다. 시간이 흐르고 목사님이 그 형에 대해 "걔는 원래 좀 이상했어"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 배신감을 느꼈다. 힘든 사람이 있으면 교회가 도와줘야 하는데, 잘하는 사람만 남는 게 교회인가 싶어 안타까웠다. 자기 문제로 어려워하는 사람이 있어도 "교회 가 봐"라고 쉽게 말할 수 없게 됐다.

우치현 / 다른 교회에서 문제를 일으킨 사람은 언젠가 여기서도 문제를 일으킨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돕고 같이 갈까라는 마음보다 그 사람을 문제 있는 사람으로 쳐다보는 거다. 사회가 각박해지니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다. 교회는 이들을 도와주는 인력이나 정보가 없어 보인다.

교회에서는 하나님 영광을 위해 살라고 한다. 학생의 경우, 공부 잘하고 착한 것을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것으로 배운다. 그러다 보면 화가 나도 아닌 척, 잘 살고 있는 척해야 한다. 신학교 다닐 때도 많은 문제가 있었는데 교회에서는 이를 감추고 거룩한 척해야 했다. 그래서 그런지 주일 사역 끝난 시간이 가장 공허하다. 전도사 친구들도 그 시간이 가장 죄짓기 쉬운 시간이라고 말한다. 이제는 '하나님 영광'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한다.

김영수 / 교회에서 정서적인 접근을 이야기하면, 치유는 하나님 영역이라고 말한다. 기독교인과 일반인은 다르고 인간의 방식이 아닌 하나님의 방식대로 기도하고 말씀 보라고만 한다. 교회가 이 부분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김세준 / 사람을 잘 모른다. 안 보이는 건 보라고 하면서 눈에 보이는 것은 보지 않으려고 한다. 이 사람 눈빛이 어떤지 얼굴 빛깔이 어떤지에는 관심이 없다.

한 학교에서 만난 학생은 "하나님 아버지는 사랑이다"는 말만 하면 흥분했다. 알고 보니 아버지가 엄마를 때리는 가정이었다. 한국에서는 그 학생이 자기 이야기를 하면 같이 기도하자고 했다. 그 학생이 미국 교회에 갔는데, 주변 사람들이 "치료받아야 돼"라고 말했다. 이건 상식의 문제다. 기독교는 이런 상식이 부족하다. 사역자가 교인이 겪는 고통의 메커니즘을 알아야 한다.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나님 말씀을 전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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