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 '빚내는 청춘에게 빛나는 미래를'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앞세우고 '대전청춘희년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이 열렸다. 청년들은 왜 빚을 지게 되는 걸까? 지금 우리는 이 땅의 청년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알고 있는 걸까?

헬조선, 금․은․흙수저, 삼포․오포․칠포․달관 세대라 말한다. 이 말들은 맞는 말인가? 노력 안 하고, 인내할 줄 모르고, 용기도 의지도 없는 일부 청년의 패배주의는 아닐까? 소수 청년의 낮은 자존감과 열등감이 만들어 내는 유언비어가 아닐까? 어차피 경쟁 사회인데 경쟁에서 뒤처지면 더 열심히 해야지, 경쟁에서 이기고 성공한 사람들을 욕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 도리어 이 땅 청년들의 적나라한 자기 불안과 절망 표출이야말로 참혹한 현실을 바꾸는 힘이다. 노오력, 또 노오력. 무한 경쟁, 무한 독점, 무한 축적, 무한 소비, 신자유주의 사이비 성공 신화에 세뇌된 청년들을 살려 내는 출발점이다.

이제, 청년들은 자신들의 삶의 현실에 대해 스스로 분별하고 판단할 때이다. 스스로를 학대하고 소모하는 일상의 무한 경쟁 속에 감춰진 사회적 불안과 절망을 스스로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마침내 청년들이 자신들의 삶과 미래에 대한 사회적 불안과 절망에 대해 분노해야 한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사회적 불안과 절망에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왜, 우리나라는 이렇게 집세가 비싸지? 도대체 왜, 내 일자리는 없는 거지? 죽어라고 일해도 정규직이 될 수 없다는 게 말이 돼? 정규직은커녕 비정규직일자리도 못 얻고, 알바로만 내 인생을 허비할 수는 없어.

이 땅의 청년 현실은 '청년 실신'

어디를 둘러봐도 청년 실업자와 청년 신용 불량자가 넘쳐난다. 이 땅 청년들은 빚꾸러기가 되어 대학 문을 나와 알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그렇게 청년 신용 불량자가 늘어만 가는데, 정부는 기껏 학자금 대출 이자 대납이니 전환 대출이니 하는 하릴없는 정책만 늘어놓는다. 어제도 오늘도 반값 등록금 같은 뻥치는 정치 구호만 요란하다.

그런 상황에서 너나 나나 "대학은 가야 하지 않겠어?"라고 되새긴다. 물론 우리는 "나는 대학을 거부한다"고 외치는 청춘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우리는 대학을 거부한다"라고 말 바꾸기는 하지 말자. 지금까지 국가는 이 땅의 청춘들을 대학 문 안으로 몰아넣고 터무니없는 등록금 덤터기를 씌어 왔다. 대다수의 사학 재벌은 대학을 설립자 집안의 화수분 항아리로 여긴다. 정부도 사학 재벌을 국민 기업주처럼 모시고 우대한다.

학부모들은 불로소득 대박을 터트렸거나 대기업 정규 직원이 아닌 이상, 자녀들 대학 학자금을 감당할 수 없다. 최저임금 비정규직 학부모 자녀들은 등록금을 해결하기 위해 학자금 대출을 받지 않을 도리가 없다. 말로는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이라고 하는데, 졸업 후 3년이 지나자마자 취업 여부와 관계없이 강체 추심당해야 한다.

대한민국 대표 청년 일자리 알바를 전전하면서 학자금 대출 상환 압박을 받는 청년이라면, 또 다른 빚을 내지 않고는 삶을 이어 갈 수 없다. 언젠가 취업을 하면 넉넉히 빚을 청산할 수 있으리라 여기지만, 나오는 일자리라고는 최저임금에 비정규직이다. 소득 상당 부분을 주거비로 쓰면서 먹고살고 빚을 갚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해마다 오르는 집세와 달마다 내야하는 학자금 대출 상환금을 메우기 위해 또 다시 빚을 내야 한다.

기존의 학자금 대출에 주거비와 생활비 대출 등 첩첩이 빚꾸러기 대열로 내몰리고 있다. "바로바로 대출 300만 원", 한 번 코가 꿰이면 평생 대부 업체의 채무 노예로 살아야 한다. 이미 채무 노예 늪에 빠진 청년이라면, 알바를 탈출하고 비정규직으로 취업을 한다 해도 채무 노예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한 푼이라도 더 받을 수 있는 직장을 쫓아 항상 이직을 준비해야 할 뿐이다.

청년들아, 무거운 빚더미를 벗어던지자

청년들아, 너희 잘못이 아니다. 노동 없는 부가 무한 축적․증식하는 금융자본 경제체제. 노동 없는 부가 상속 세금도 없이 대물림하는 사회․경제체제. 가난마저 대대로 세습되도록 강제하는 국가․법률 제도. 애초 출발부터가 불평등한 상황에서 갈수록 불의․불법과 특권․기득권이 난무하는 시장 경쟁 체제 등. 이 땅의 사회․경제․정치 상황에서 대학은 청춘들에게 선택이 아니라 필수 요소가 된 지 오래다. 그러니 이제 비정규직 최저임금 학부모 자녀의 인생은 빚꾸러기 채무 노예를 면할 길이 없다.

그러던 차에 이명박 정권은 "돈이 없어 대학 공부를 포기하는 학생은 없게 하겠다"고 뻥을 쳤다. "꿈과 희망과 의지만 있다면 누구든지 대학 교육을 받고 성공할 수 있다"고 선동했다. 이 땅 비정규직 최저임금 학부모들은 대학 반값 등록금 실현을 기대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이명박 정권은 대학 학자금 융자 이자를 낮추고 대출 금액을 대폭 늘렸다. 이명박 정권은 가난한 대학생들에게 대학 학자금 대출이 혜택이 되고 지원이 되는 것처럼 선전했다.

가난한 청년 대학생들은 학자금 대출은 물론, 알바로는 생활이 안 되다 보니 모자라는 생활비까지 대출을 받았다. 7년 거치 10년 상환, 또는 취업 후 상환이라 졸업하고 취업하면 얼마든지 갚을 수 있으려니 했다. 만약, 취업이 안 되면 알바라도 하면서 길게 조금씩이라도 갚으면 되겠지 싶었다.

실제로, 대학 졸업 후 취업이 안 돼 알바를 하면서 한 달에 십 수만 원씩 빚을 갚아 나가던 청년이 있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비싼 주거비와 생활비 부담 때문에 연체를 하게 되고 난생 처음 빚 독촉을 당해야만 했다. 어쩌다가 비정규직으로 직장을 잡았으나 150만 원 남짓 월급을 받아 빚을 갚고 생활을 영위하며 미래를 설계하기는 불가능했다. 더 늦기 전에 제대로 된 정규직 취업 준비를 하지 않으면 인생을 종 칠 것만 같았다.

다시 정규직 취업 준비를 위해 교육비 대출을 받게 되었고, 대학을 졸업한 지 7년여 만에 청년은 빚꾸러기 채무 노예 신세이다. 이제 청년은 평생 채무 노예로 살면서 죽어라 빚만 갚다가 죽게 되지 않을까? 이러한 현실 상황은 이 땅 청춘들 사회생활 패턴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IMF 이후, 우리는 우리 사회의 무소불위 권력으로 자리 잡아 가는 카지노 금융자본 경제체제를 걱정했다. 그 폐해를 두려워했다. 지금 채무 노예로 전락한 이 땅 청년들 현실은 앞으로가 더 큰 시련이며 절망이다. 이제 금융자본 경제체제와 거기 기생하며 부를 쌓는 투기 자본들에 손가락질과 미움받을 각오로 외친다.

청년들아, 무거운 빚더미를 벗어던지자! 청년들아, 너희 잘못이 아니다!

이 땅의 청년은 우리의 내일이다. 이 땅 청년들이 부당하고 억울하게 채무 노예로 늙어 가는 것을 나 몰라라 할 것인가? 이 땅 청년들이 자신의 미래를 빚쟁이에게 내어 주는 것은 오늘 우리 미래를 빚쟁이의 저당물로 내어 주는 것과 같다.

'대전청춘희년운동본부'는 무엇을 하려는가?

대전청춘희년운동본부는 '빚내는 청춘에게 빛나는 미래를'을 돌려주려고 한다. 지금의 금융자본 경제체제 상황에서 '청년 채무 탕감'이야말로 새로운 미래를 위한 '자유․해방 실천 행동'이라고 믿는다. 이제 대전청춘희년운동본부는 이 땅 청년들의 참혹한 채무 노예 상황 개선을 일차 과제로 삼는다. 나아가 청년들에게 억지로 빚더미를 지워 채무 노예화하는 사회의 금융자본 경제체제의 구조적 폐해를 철폐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이다.

이를 위해 대전청춘운동본부는 먼저, 채무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대전 지역 만 35세 이하 청년 채무자들을 직접 만날 것이다. 청년 채무자들의 구체적인 채무 상황을 듣고 상담하며 그들의 채무 문제 해결을 다방면으로 지원할 것이다. 지금의 금융자본 경제체제의 구조적 폐해를 함께 인식하고 공유해 폐해를 개혁하는 운동을 펼쳐 갈 것이다. 나아가 채무 탕감뿐 아니라 새로운 대안을 위한 재무관리․금융․민생 복지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갈 것이다.

이제 대전희년청춘운동본부는 청년 채무 탕감 운동을 통하여 이 땅 청년 채무자들의 현실 상황을 증언할 것이다. 먼저, 청년 채무자들은 '우리 시대의 강도 만난 세대'라는 사실을 증언할 것이다. 두 번째, 청년 채무자들의 채무 탕감은 '도덕적 해이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이라는 사실을 증언할 것이다.

세 번째, 청년채무자들의 채무 탕감은 '우리의 미래에 설정된 저당권을 해지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증언할 것이다. 네 번째, 청년 채무 탕감은 '헬조선을 사는 우리 시대 청년들의 당연하고 마땅한 권리'라는 사실을 증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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