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나는…그때도 아빠 손잡고 교회 오겠지."
"10년 후 나는…그때가 되면 교회 안 올 수 있겠지."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초등학생 4~6학년생이 모이는 나들목교회(김형국 목사) 초등부에서 아이들에게 '10년 후 나는…' 뒷부분을 채워 달라고 부탁했다. 학생들 대답은 예상외였다. 한 학생이 대답한 '아빠 손잡고 교회 오겠지'라는 대목은 결국 그때도 자기 의지로 교회에 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교회학교가 위기를 넘어 붕괴하고 있다. 실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채영남 총회장) 소속 교회 두 개 중 하나는 교회학교가 없다. 교인 자체가 얼마 없어 교회학교가 없는 곳도 있고, 성인은 있는데 아이들이 없어 교회학교가 없는 경우도 있다. 교회 다니는 청소년을 전체 청소년 인구에 비교해 보면 5%도 되지 않는다. 청소년은 이제 미전도 종족이다.

교회는 입시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가 될 것인가. 교회학교 고민은 여기서 시작한다.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강경민 대표)은 6월 16일 서울영동교회에서 '입시 지옥에 내몰린 아이들 교회학교에 길은 있는가?'라는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이광하 목사(일산은혜교회)가 발제하고 김의신 목사(광주다일교회)가 사례 발표를 맡았다.

▲ 평일 저녁 늦은 시간임에도 80여 명이 참석했다. 그만큼 교회학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김의신 목사(광주다일교회)가 준비한 자료를 설명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부모님 교회인가 내 교회인가

발제를 맡은 이광하 목사(일산은혜교회)는 교회에서 고등부 담당이다. 그는 '무너지는 주일학교,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주제로 발제했다. 이 목사는 윤동주의 명동촌 이야기로 발제를 시작했다. 아름다운 청년 윤동주를 키운 곳은 북간도 명동마을의 명동교회였다.

명동교회를 상상하며 지금 한국교회 교회학교가 잃어버린 것을 지목했다. 이 목사는 교회 잘 나오다 안 나오는 아이들에게 물으면 '부모님 언행 불일치'를 이유로 꼽는다고 했다. 예수 그리스도가 제시한 길을 가르치는, 신앙의 본을 보이는 사람들이 없다는 것이다. 또 한국교회는 학교에 밀려 일요일에만 오고 신경 쓰는 곳이 됐다고 지적한다.

그는 '내 교회' 개념이 없는 아이들에게 하나님나라와 희년의 복음을 선포하고 삶으로 살아 내는 교회의 모습을 보일 수 있는 몇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내 아이만 잘되는 것이 아니라 내 친구 아이도 잘 자라도록 돕는 탈가족, 확대가족 교육 공동체 △여성 리더십이 회복되는 신뢰 공동체 △획일적이고 보편적인 대책을 버리고 '한 사람'을 존중하는 교육이다.

▲ 이광하 목사(일산은혜교회)는 '무너지는 주일학교,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는 주제로 발제했다. 그는 북간도 명동촌 명동교회에서 자란 윤동주 시인의 이야기로 발제를 시작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김의신 목사(광주다일교회)는 교회학교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다음 세대'가 아니라 '다른 세대'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는 것. 광주다일교회는 주말에 초등학생들이 모여 다양한 문화를 배우고 경험하는 원더까페, 성인 교우와 청소년을 일대일로 연결하는 브릿지미니스트리 등을 운영하고 있다.

남의 사역 '붙여 넣기'로는 성공 못 해

현장에서 뛰고 있는 사역자들의 실감 나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제자들교회에서 초등부 부장으로 섬기는 구태곤 집사, 서울영동교회 중등부 배민수 목사, 나들목교회 다음세대센터 서지상 목사가 현장에서 교회학교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전했다.

서울영동교회는 부모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부모를 신앙 교육의 주체로 세우는 훈련이 교회학교 교육의 한 축을 차지한다.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두 시간 동안 부모와 자녀가 마주 보고 앉아 성경 중 궁금한 부분을 묻고 답한다. 기독교 학부모 교실을 열고, 학부모 기도회도 운영한다. 교회는 신앙 공동체의 큰 틀을 마련해 준다.

▲ 구태곤 집사(제자들교회, 맨 왼쪽), 배민수 목사(서울영동교회), 서지상 목사(나들목교회 다음세대센터)가 사역 현장 이야기를 들려줬다. 사회는 남오성 목사(주날개그늘교회, 맨 오른쪽)가 맡았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나들목교회 초등부 서지성 목사는 한 달에 한 번 어린이 구도자 예배를 연다. 서 목사가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맞는 음식을 만들면서 기독교가 무엇인지,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지 설명한다. 예를 들면 김치볶음밥에나 들어갈 법한 김치 볶음을 샌드위치 속으로 사용해 같이 나눠 먹는다. 서로 다른 친구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것이다.

사례 발표를 마친 서지상 목사는 포럼에 참석한 사람들과 교회학교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지점을 언급했다. 그는 "'교회학교'라고 이야기하는데 학교가 아닌 '교회'가 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자기가 속한 공동체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면 오늘 소개한 사역을 그대로 따라한다 한들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주제에는 '입시 지옥'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지만 초등부 사례 위주로 발표한 것을 두고 아쉬워하는 참석자도 있었다. 포럼은 교회학교 문제에 대한 정확한 정답을 제시해 주는 자리는 아니었다. 각 교회가 가진 특성이 있고 할 수 있는 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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