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고학으로 읽는 성경> / 임미영 지음 / CLC 펴냄 / 408쪽 / 2만 5,000원

어릴 적 '인디아나 존스'라는 영화를 보며 고고학에 대한 꿈을 꿨다. 유사한 영화와 이야기를 읽으며 역사 속 이야기와 그 이야기가 실재임을 증거하는 물건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나는 성경 속 이야기를 단순하게 믿음으로 받아들이라는 분위기 속에서 자랐다. 하지만 동시에 '정말 이런 이야기들에 근거가 있을까? 이것이 정말 역사 속에 일어난 일들이라면 그것에 대한 증거들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그 후 성서 고고학 관련 글을 접하면서 그러한 고민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한 문화와 배경에 대한 지식은 이전보다 더 성경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이 책을 접했을 때, 작가 이력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저자는 이 성서 고고학 관련 저자 중 드물게 여성이었다. 저자는 신학을 전공하고 이스라엘에서 역사를 전공한 후 현지에서 고고학으로 석사와 박사과정을 마친 학자였으며, 블레셋 가드 지역 발굴 팀장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는 현장 지휘자였다. 한국에서는 거의 관심을 갖지 않는 영역,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가지 않는 길을 걸었던 이가 이 책을 결과물로 내놓은 것이다.

책을 펼쳐 보면, 지명을 중심으로 그 지명과 관련한 내용을 한 편의 완결된 글로 풀어쓰고 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 한번에 다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니라 지명을 중심으로 한 편씩 읽어 갈 수 있는 사전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각 장에는 먼저 지명이 등장하고, 그 지명에 따른 고고학적인 발견과 성경 이야기, 현재 모습에 대한 설명이 어우러지고 있다. 모든 지명에 동일한 구성의 요소가 다 들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략적인 구성은 다음과 같다.

"지명 – 지도상의 위치(지도 참조) - 성경 본문에 있는 에피소드와 인용들, 그 인용의 의미 – 지역의 고고학적인 발견과 그 내용과 성경과 관계성 – 성경 기록 이후 역사 속에서 그 지명과 관련된 내용들에 대한 기술 – 현재 지역 설명 – 고고학적 배경 가운데 특별한 부분 및 현재 삶에 주는 교훈"이라는 방식이다. 그리 길지 않은 분량을 사용하여 이러한 지명과 관련된 다양한 고고학적 발견 내용과 성경 본문에 대한 접근, 목회적 적용을 함께 다루는 이 책은 성도들이 갖는 다양한 필요에 근접한 바른 성경 읽기를 위한 참고서가 아닐까 한다.

성경 고고학과 관련하여 이미 나와 있는 방대한 분량의 외국 석학의 자료들이 있다. 그럼에도 이 책에 충분한 소장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 이유는 세 가지이다. 첫 번째로 독자의 읽기 수준을 충분히 고려했다. 저자는 한국의 신학생들을 가르치며, 동시에 <국민일보>에 이 책의 초고를 연재했다. 가장 보편적인 수준의 독자들이 읽을 수 있는 글쓰기를 신문 연재로 충분히 검증받았다. 그래서인지, 막히는 부분이 없이 술술 읽혀진다(물론 다 설명하려 한다거나 난제들을 해결할 의도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두 번째로 저자가 직접 구한 각 지역과 그 지역 유물들 사진이 풍성하다는 점이다. 이 사진으로 활자화된 글로 전달되기 어려운 여러 부분을 이해할 수 있다. 지역과 문화와 성경 속 스토리를 더욱 선명하게 그릴 수 있다. 세 번째로 저자는 현대에 이 지역이 어떠한 모습으로 바뀌게 되었는지 설명한다. 단지 성경 시대 이야기로 이 책을 끝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지역을 여행하게 될 이들이 만나게 될 모습이 무엇인지 들려주고 있었다. 저자의 간략한 설명 속에서 고대와 현대를 이어 주는 이야기를 만들어 볼 수 있었다.

방대한 분량과 심오한 깊이의 성경 고고학 책을 읽을 여유가 없는 이에게, 전문적인 지식들을 파고들 수 없는 상황 가운데 있는 이들에게, 그럼에도 성경 배경이 되는 땅과 문화에 관심이 많고 성경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읽고 생각하고 가르치기 원하는 이에게 이 책은 좋은 성경 옆 참고서가 되어 줄 것 같다. 즐거운 마음으로 나눠 본다.

조영민 목사 /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나눔교회 담임목사.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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