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7일 서울 명동 향린교회에서 '한국의 반 성 소수자 정치와 퀴어 지정학' 포럼이 열렸다. 포럼에서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김진호 소장(가운데)은 지난 총선에서 기독자유당이 선전한 까닭은 반동성애 운동에 올인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17회 퀴어 문화 축제가 6월 11일 서울광장에서 열린다. 반동성애 운동을 하는 이들에게 퀴어 문화 축제는 볼썽사나운 '광란의 음란 파티'일 뿐이지만, 성 소수자 당사자와 지지자들에게는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고 동료들을 만날 수 있는 연대의 장이다.

퀴어 문화 축제가 열리는 날까지 다양한 행사가 준비돼 있다. 6월 7일 서울 명동 향린교회에서 '한국의 반 성 소수자 정치와 퀴어 지정학'이라는 주제로 포럼이 열렸다. 포럼은 개신교의 반동성애 운동을 연구해 온 트랜스크라이스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길목협동조합이 함께 마련했다.

"미국 한인 사회에 호모포비아 많은 것도 보수 개신교 영향"

'퀴어 지정학'이라는 생소한 분야는 한주희 교수(토론토대학)가 발제를 맡았다. 한주희 교수는 이민 1.5세대로 커밍아웃한 동성애자다. 그는 미국과 캐나다 한인 사회에서 성 소수자로서 겪은 한인 개신교의 무리한 반동성애 운동 과정을 소개하고 결과를 알려 줬다.

한 교수는 레즈비언이면서 유색인종 이민자로 미국에 살면서 겪었던 일을 소개했다. 그는 "한인 교회가 중심이 되어 진행한 반동성애 운동을 목도했다. 한인 교계는 '동성애 특권법 폐지'에 70만 명이 서명하도록 운동을 주도했다. 그때 너무 무리하게 운동을 전개했기 때문에 미국 보수 개신교도 등을 돌리고 결국 한인 사회에만 영향력을 미치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주희 교수는 한인이 많이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 동성 결혼 반대 투표에서도 한인 사회의 70%가 반대 표를 던졌다고 했다. 다수의 한인이 몰표를 던진 것은 개신교 영향이 크다. 한 교수는 미국 한인 사회에서 유달리 호모포비아(동성애 혐오)가 많은 것은 한인 사회가 보수 기독교를 중심으로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봤다.

기독자유당이 '동성애 혐오'를 기치로 내세운 까닭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김진호 소장은 지난 4·13 총선 결과를 분석하며 한국 교계에 만연한 반동성애 운동의 근원을 살폈다. 그는 반동성애를 정당 강령에 명시한 기독자유당의 선전이 '서북주의'에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교회는 '서북주의'라는 신앙을 기반으로 성장했는데 이 서북주의는 근본주의적이고 극우적인 특성을 지닌다.

김 소장은 역대 총선에 나선 기독당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획득한 기독자유당이 새누리당과 연합하지 않고 독자 정당을 추진한 이유로 반동성애 운동을 꼽았다.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가 주도하고 윤석전 목사(연세중앙교회), 장경동 목사(대전중문교회),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가 기독자유당을 후원한 까닭은 반동성애 활동에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기독자유당이 반동성애 운동을 주요 공약으로 삼은 까닭도 설명했다. 김진호 소장은 기독자유당이 보수적인 새누리당과 달리 반동성애·반이슬람이라는 독자적인 노선으로 정치 세력을 결집할 수 있었다고 진단했다. 평소 밀접한 관계에 있던 미국 개신교 극우주의 영향과 반동성애 운동 조직, 반동성애 담론이 만연한 환경이 이들이 '동성애 혐오'를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김 소장은 한국 대형 교회 중년 엘리트 신자들이 인지 부조화를 겪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신앙적으로는 보수적이지만 외국에서 공부하고 왔거나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트렌드를 읽는 데 능하다. 김진호 소장은 "이런 사람들은 선거처럼 공적인 영역에서 합리적 영향력을 발휘할 때 반동성애 운동을 하는 목사들과 다른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주희 교수는 기독자유당과 지지 세력이 소수긴 하지만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들이 누군가에게는 지배 세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인 동성애자들은 같은 교회 다니는 교인이나 가족 중에도 혐오 세력을 맞닥뜨릴 수 있다고 했다. 한 교수는 "트럼프보다 트럼프 지지자가 더 걱정되는 것처럼, 지지하는 사람이 그만큼 있다는 사실이 아무리 소수라고 해도 계속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