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설교 중에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했다. 목사의 발언이 불편했는지 설교를 듣던 교인 몇몇은 설교 중간에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5월 29일 사랑의교회 강남 예배당 주일 마당 기도회에서 일어난 일이다.

설교자는 강경민 목사(일산은혜교회)였다. 강 목사는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상임대표이자 평화와통일을위한기독인연대(평통기연) 운영위원장이다.

강경민 목사는 이날 '시험에 들게 마옵시고'(마 6:9-13)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그는 주기도문으로 설교를 시작하며 항상 기도하고 깨어 있어 시험에 넘어지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하나님은 사람을 시험하시는 분이 아니기에 시험이 어디서 오는지 근원을 잘 살펴야 한다고 했다. 설교를 듣던 교인 일부가 문제를 제기한 발언은 시험의 근원을 설명하면서 나왔다. 해당 부분 전문이다.

   
▲ 강경민 목사는 '시험에 들게 마시옵고'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일부 교인은 강 목사가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자 그 자리에서 일어나 예배당을 떠났다. 17분 47초부터 해당 발언이 시작된다.

"둘째로 시험은 사람들이 만들어 낸 문화, 즉 우리가 발붙여 살고 있는 세상으로부터 옵니다. 요한일서 2장 15-17절을 보면 문화는 가치관이요 유행을 말하는 것입니다. 허다한 그리스도인마저 세상이 만들어 낸 문화·가치·유행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중략) 세상을 사랑한다는 것은 사치에 빠지는 것만 의미하지 않습니다. 이 대목이 중요합니다. 지역주의·학벌주의·집단이기주의·황금만능주의 이 모든 것이 세상이 만들어 낸, 세상이 생산하는 거짓입니다.

아주 오래 전에 미가 선지자는 악한 현실을 이렇게 책망했습니다. 미가 7장 2-4절은 3,000년 전 이스라엘 사회의 부패를 일컫는 말씀입니까,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를 책망하는 말씀입니까. 사회적인 상식·공의·인애·정직이 하도 곤두박질쳐 있기 때문에 그중에서 좀 낫다고 인정되는 놈들까지도 찔레 울타리보다 더 하도다, 이런 말씀 아닙니까.

예컨대 오늘날 영남에서 목회하는 목사, 영남 출신 신학자 가운데 박근혜 정부의 비인도적·반민족적 대북 정책을 올곧게 비판하는 사람이 도대체 누가 있습니까. 아이들 먹이는 분유도 못 보내게 하잖아요. 아이들이 커서 전염병에 걸릴 것을 염려해 어렸을 때 맞춰야 할 전염병 주사제도 못 보내게 하잖아요. 이런 정권이 어디 있겠습니까. 유엔 헌장을 위반한 것일 뿐만 아니라 반민족적·반역사적 행태를 넘어 반인륜적 패륜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교회가 여기에 잠잠하면 어떡하란 이야기입니까. 개성공단에 투자했던 기업인들이 언제 김정일· 김정은을 믿고 투자했습니까. 대한민국 정부가 안전을 보장해 주지 않았습니까. 수십 억, 수백 억 투자한 기업인들이 하루아침에 날거지가 되게 해 놓고는 이제 와서 정부는 '책임 못 진다, 은행 돈 늦게 갚아도 되도록 조치해 주겠다, 저리로 융자해 주는 것 알선해 주겠다'가 전부 아닙니까. 이런 날도둑 같은 정권의 수장이 도대체 대한민국 국민이 뽑은 대통령 맞습니까.

그런데 이런 불의·거짓·무책임한 공권력을 비판하면 '정치적인 발언이다. 왜 목사님이 정치적인 발언을 해서 우리 마음을 상하게 하는가'라고 교인들은 말합니다. 이런 태도가 성경에서 오는 것입니까. 그렇지 않으면 이 세상이 품어 낸 지역주의 또는 이념의 우상화에서 오는 세속주의의 영향입니까."

강경민 목사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비판하면서 영남 출신, 보수주의를 자처하는 사람들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의 실정을 조금만 비판해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들이 지역주의, 이념을 신앙보다 절대화하는 반공주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설교를 불편하게 여기던 교인 몇몇이 강 목사의 설교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 예배당을 떠났다. 설교가 끝난 후 다음 카페 '사랑의교회회복을위한기도와소통네트워크(사랑넷)'에는 강 목사의 설교를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강경민 목사를 "한쪽으로 편향되어 개인적인 정치 성향을 노골적으로 저질스럽게 표현하는 설교자"라고 지칭한 글이 보였다. 몇몇 사람은 강 목사를 초청한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야 하며 다시는 동일한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당 기도회를 마치 현 정부에 반대하고 북한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으로 보이게 한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란 리본을 문제 삼은 이도 있었다. 어떤 이는 "설교한 목사 옷깃에 훈장처럼 있는 노란 리본은 무슨 의미입니까? 세월호 참사가 지난 지 벌써 얼마의 세월이 지났는데…일부 정치인들은 그것이 특권인 양 아직도 달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특히 일부 국회의원) 이제 애도의 기간도 충분히 지났습니다. 목사는 오직 기도와 말씀에 충실한가를 돌아보면 됩니다"라고 했다.

교인들 반발이 심해지자 개혁장로회는 주보에 사과 글을 올렸다. 개혁장로회는 "지난 주일 마당 기도회 설교로 성도들에게 심려를 끼친 점 사과드립니다. 갱신공동체는 복음에 입각한 설교를 부탁드리고 있으며 정치적이거나 은혜롭지 않은 표현은 피해 주실 것을 특별히 부탁드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주 설교자가 기도회에서 개인적 이념을 표한 것은 심히 유감입니다. 앞으로 설교자 선정에 더욱 유의하여 공동체의 영성 회복에 힘쓰겠습니다"고 6월 5일 주보에 밝혔다.

▲ 사랑의교회 강남 예배당 개혁장로회는 6월 5일 주보에 강경민 목사가 설교한 것에 대해 사과하는 글을 게재했다. 설교자 선정에 앞으로 더욱 유의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설교를 했던 강경민 목사에게 그날 상황을 더 자세히 들었다. 강 목사는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할 때 네다섯 명이 드문드문 일어나 나갔다. 그 사람들이 예배당 밖으로 나가고 난 후 큰소리도 나고 그랬다. 예배 마치고 교수 출신이라는 한 장로가 왔다. 자기 나이가 나보다 많다고 밝히면서 강단에서 그런 설교하면 다시는 이 교회 못 온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강 목사는 "설교 전체 맥락을 보면 '여러분이 선택한 길은 옳았고 바른 길이었다. 하지만 처음 잘했다고 끝까지 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격려 메시지였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부분만 딱 떼어 문제 삼은 것이다. 사실 박근혜 정권도 대북 정책 관련해서만 비판했다. 설교에도 언급했지만 인도적인 지원을 못 하게 하는 건 유엔 헌장도 금지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비인도적'이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 관계자는 <뉴스앤조이>와 통화에서 이번 일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강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사랑의교회에 친여당 성향 교인이 많이 모여 있어서 생긴 해프닝이라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 목사의 발언이라면 절대적으로 받아들이던 교인들이 설교를 되씹어 보는 것은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일부 교인들이 교회 갱신에만 관심을 보이고 그 외 사안에는 '정치적'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과거 강태우 집사가 세월호를 주제로 설교했을 때는 반발이 더 심했다. '누가 우리의 이웃이 될 것인가'라고 물었는데 세월호 유가족을 가리켜 돈 더 달라고 떼쓰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이들은 강대상에서 아예 정치적인 설교를 하지 말라고 한다. 우리 삶이 정치인데 어떻게 정치적인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있나. 적은 저 멀리 있는데 앞에 나타난 불편한 사람을 못 참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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